도대체 몇 시간째 검색을 하는 건지. 갑자기 작가노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부터 작가니까. 이놈의 브런치합격은 나에게 작가대우를 해주라며 몇 시간째 녹색창에 폭풍검색을 하게 한다.
뭔가 끄적거릴 것이 있으면 글감이 떠오르려나. 휴대전화 속 어플인 삼성노트도 이용하지만 아날로그감성도 필요하다고 우겨본다. 거참 돈 쓸 핑계 좋구먼.
갑자기 글쓰기 주제가 생각나기도 한다. 글쓰기 주제란 별거 아닌 거에서부터 시작하더라.
한참을 검색한 후 내가 찾은 것은 포켓 사이즈의 모눈노트 다이어리다. 말이 좋아 다이어리지 모눈노트만으로 채워진 손바닥만 한 수첩인데 무려 28000원이나 한다. 미래의 작가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자. 다이어리를 1년을 진득이 쓰지 못하는 나에게 날짜 없는 이런 수첩이 딱이다.
초등학생 때 그림을 아주 못 그리는 나에게 미술시간의 가장 무서운 주제는 무제였다. 어쩌란 말인가. 주제가 없어. 네 마음대로 그리세요. 이런 것이 똥손을 가진 나에게는 너무 어렵단 말이지.
슬초브런치 동기방의 카톡에 그림 관련 어플얘기가 나오더라. 눈에 띄는 얘기는 askup. 호기심에 설치를 해보니 이상한 녀석이었다.
병아리를 그려 보라 하고, 노란 병아리도 그려보라 하고, 소풍 가는 노란 병아리도 그려보라 하고. 구체적일수록 그럴 듯 해지더라. 세상에나, 카톡방에 글을 치기만 하면 똥손인 나에겐 제법 그럴듯하게 그려준다.
그러다가 시계를 그려보라니 그림은 안 그리고 어떤 시계를 그릴 건지 물어본다. 그때 무릎을 탁 쳤다. 아~~ 너도 입력값이 너무 적으니 곤란하구나. 원하는 값이 구체적일수록 그리기가 쉬운 거였어.
막상 떠오르지 않는 글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희한하게 나는 그저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고, 별 이벤트도 없지만 그냥 매일 뭐라도 끄적거리고 있다.
그냥 지나쳐가는 하루를 흘려보내기보다는 한 줄 글이라도 남겨서 사사로운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이고 싶다. 계속 쓰는 작가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