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손에 쥐어준 마이노멀 디카페인 방탄커피의 맛을 잊을 수가 없는데 꾸준히 먹기에는 너무 비싸단 말이지. 그리고 예전에 아이유가 광고를 한 맥심 심플라테와 맛이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설탕이 아예 없다. 스테비아도 알룰로스도 없이 단지 커피와 크림라테뿐인데, 고작 커피스틱 몇 개를 먹어봤을 뿐인데 무척이나 고소했다. 부정맥과 공복혈당장애가 있는 나는 심플라테 디카페인을 검색하는데 그런 거는 없단다.
휴~ 그래. 라테인데 설탕 빼고, 카페인까지 다 빼면 무슨 맛으로 먹는 거겠어. 너무 맛없으면 대기업에서는 출시 자체를 안 할 테니. 많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근무를 안 하는 때는 커피를 안 마실 수도 있는데 너무 힘든 데이 근무 때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업무에 투입이 되는 것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마치 대화 화법 중의 아이스브레이크 같은 느낌이랄까. 정작 내가 할 말을 꺼내기 전에 '불편하시겠지만, 수고스러우시겠지만, 괜찮으시다면...' 등의 쿠션언어 같기도 하다. 그러면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니 살짝 기분 좋은 상태로 힘겨운 근무현장에 뛰어들 수가 있다.
내가 너무 주절거렸나 보다. 나는 양심도 없는지. 솔직히 지금까지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댄 말들은 다 핑계다. 난 그저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한 그럴싸한 핑계를 점잖게 늘어놓은 것뿐이다. 그냥 나는 커피라는 약물에 중독되어서 끊으라는 심장내과 의사의 말을 안 듣는 중 인 거다. 술과 담배를 안 하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나의 삶의 즐거움인 커피를 끊으라니 정말 세상은 나에게 너무 가혹하다. 거의 매일 커피를 두 잔씩 마시던 내가 일주일에 한 번 마실까 말까이다.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커피를 끊지 못하는 나는 여느 흡연자와 다를 바가 없다. 흡연예방교육 강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 1월 1일마다 흡연자들은 각서를 쓴다고 한다. 금연하리라 굳은 결심을 하며 결의를 다진다. 며칠이 지나 한 달을 지나지 못한다. 정말로 금연에 성공하기는 3퍼센트 정도로 성공률은 희박하다. 그 3퍼센트 안에 내가 들어갈리는 만무하다. 솔직히 그러기 꺼!려!진!다!
다음번에 심장내과 진료를 볼 때 담당의와 한판 붙어야겠다. 그동안 나 커피 못 마셔서 힘들었거든어요. 내 몸을 잘 진찰해 주세요. 약 잘 먹고, 운동도 매일 열심히 할 테니 하나만 허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