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요리 대충 한다고 하면서 먹어보면 다 맛있어
계란찜을 좋아하는 2호 딸내미의 칭찬에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뭐든 대충 해야 맛있는 거야
너무 신경 쓰면 망치는 것이 요리이다. 너무 잘하려 하면 일은 그릇되기 십상이듯이.
집들이 겸 생신상을 우리 집에서 하기로 하고 시부모님과 형님네 식구를 초대한 날이었다. 배달음식으로 채우고 싶었지만, 정성을 강조하시는 시어머니 덕분에 모든 음식은 내 손을 거치게 되었다.
맛을 보고 또 보고. 뜨거운 데 계속 먹어본다. 간만 맞으면 먹는다는 음식들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서 거의 반절은 내가 먹었나 보다.
특히 어려웠던 것이 잡채와 육회인데, 손님상에 올릴 것이 부족해 보인다. 너무 먹었나 보다.
음식도 심리전인가 보다. 김장할 때는 며느리 비위를 맞춘다는 말이 있던가. 뭐 이런 비슷한 말이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잘하려고, 너무 신경 쓰면 일을 그르칠 수가 있다.
육아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4번의 시험관아기시술로 나에게 온 다섯 명의 아이 중 둘 만을 품에 꼬옥 안을 수 있었다. 모두의 아이가 귀하겠지만 여러 차례 겪은 유산의 아픔 끝에 얻은 아이라 좀 더 특별하다. 이 특별한 아이들을 나는 특별하게 키우지는 않는다. 오냐오냐 그런 거 나에게는 없다. 혼낼 때는 엄하게, 칭찬은 확실하게, 약속은 꼭 지키는 엄마다. 힘들게 가진 아이라고 떠받들며 키우면 어긋날 수 있음을 안다. 맘 편하게 키우는 게 최고다.
오늘도 나는 적당히 신경 쓰면서 대충 아이를 키운다. 육아란 자고로 대충 하는 것이다. 대충 키우는 것이 더 힘들다. 대충 하는 것 같으면서 엄마가 엄청 쓴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은 결코 알지를 못 할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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