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기 먹고 튀어

41일 차 살림은 장비빨

by 소곤소곤

3교대 간호사인 나는 정육점에 자주 들르는 편이다. 너무 힘든 데이근무를 마치고 나면 기운이 쭉 빠져서 저녁밥을 할 힘이 안 나서이다. 밥 한 끼를 차려내는 것은 메인 메뉴를 정하고, 몇 가지 반찬과 국이나 찌개 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집이라는 또 다른 출근지에서의 업무이다.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고, 양심의 가책도 안 느끼지는 굽기 요리가 나에게는 가장 편한 한 끼 요리이다. 밥과 쌈장, 배춧잎이나 상추, 김치면 한 끼가 완성된다. 다른 건 사치다. 오늘의 메뉴를 구운 고기로 정했다는 거는 나의 피로도가 아주 높다는 증거로 보면 된다.


대강 프라이팬에 고기와 버섯을 익혀서 내어오면 한참 성장기인 1호와 2호, 남편이 잘도 먹는다. 물론 나도 우걱거린다. 이렇게 대강 한 끼를 먹고는 모든 그릇은 설거지통으로 향한다.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일들은 미룰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오늘 하루는 먹는 걸로 마무리한다.


홈쇼핑에 기울어진 고기 굽는 냄비를 파는데, 요걸 사야 하는 걸까? 알아서 구워주는 냄비는 나를 더 편하게 해 줄 것 같다. 살림도 장비빨인 것 같다.

나도 우렁각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39308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근육 1.5킬로는 고기 두 근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