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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밖으로 쫓아내라

43일 차 쫓겨나기는 조금 추운 날씨네요

by 소곤소곤


찬 바람이 더욱 매서워지는 요즘, 운동 나가기 너무 귀찮다. 사실 귀찮다는 핑계보다는 나가기 싫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운동하는 곳이 멀기라도 하다면 장거리의 이동 불가라는 핑계라도 댈 텐데, 내 운동 장소는 너무나 가까워서 차 막힘이나 교통사고 등의 핑계 따위는 입에 담을 수가 없다. 나의 운동장소는 집 밖을 나가면 바로 보이는, 엘리베이터 바로 옆 아파트 계단이다. 워낙에 계단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두 번째 통로이다. 첫 번째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엘리베이터 일 테니까. 대부분이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이용하여 아파트의 안과 밖을 이동을 한다.

엘리베이터에는 없고, 계단에는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로 비상구 표시이다. 다들 알고 있는 녹색의 사람이 문을 나가는 표시가 그려있는 그거, 맞다. 이리고 두 번째는 창문이다. 엘리베이터에 오픈할 수 있는 창문은 너무 위험할 테니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이불속에서 자꾸만 움츠러드는 나를 밖으로 내쫓아야 비로소 운동이라는 것을 한다. 그래도 안 나가려 한다면 믹스커피 한 잔으로 유혹을 해본다. 커피중독자였던 나에게 이건 안 넘어가기 힘든 유혹이다. 마치 등산하시는 분들이 힘겨운 등산을 마치고 막걸리를 마시는 꼴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운동하면 효과가 있냐고 떠들어 댈 수도 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진다. 이렇게라도 꼬셔야 겨우 겨우 하루치 운동을 할 수가 있다. 학원 가기 싫은 중학생 아들에게 게임 더 시켜 줄 테니 제발 수학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오라는 엄마의 잔소리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내 나이 이제 마흔넷. 한참 운동하기 싫어할 나이 아닌가. 이렇게 나 자신에게 미끼를 던져서라도 계단 오르기 운동을 시켜야 한다.

나가라. 나가서 운동하고 와라. 오늘도 나는 나를 쫓아낸다.


오늘도 운동을 안 하려는 나를 밖으로 쫓아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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