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은 홈쇼핑금지

323일 차

by 소곤소곤


되도록이면 쉬는 날에 티브이를 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웬만해서는 뉴스 위주로 보려고 한다. 티브이를 시청할 때 주의해야 할 때는 바로 리모컨으로 채널을 조정할 때이다. 갑자기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말을 너무 잘하는 쇼호스트 분들의 이야기를 듣자 하면 지금 이 물건을 안 사는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고객님~ 나를 위한 선물 어떠세요?
지금이 구매하실 마지막 기회입니다.
5분 남았습니다.
이런 구성은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이런 말을 해대고 있다. 불특정 대상을 위한 방송이지만 가끔은 나만을 위한 방송인가 착각하기도 한다. 광고란 무서운 것이다.

언젠가부터 홈쇼핑이라는 것이 생겼다. 집안에서 쇼핑을 한다는 것이 그 얼마나 편안한 것이던가. 주차를 하느라 힘들게 외출할 필요도 없고 비 오는 날에도 쇼핑이 가능하다. 홈쇼핑 채널이 하나 둘 생기더니 이제는 정규방송과 종편방송의 개수보다 홈쇼핑의 채널이 더 많게 느껴진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홈쇼핑이 방송된다. 이 방송은 새벽에도 이어진다. 나를 포함한 모든 시청자는 잠재적인 고객이다.


오늘도 아슬아슬한 순간은 다가왔다. 채널을 돌리는 나의 손길이 멈춘 것이다.

내게 필요한 물건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찰나가 아주 위험한 순간이다.


다리미가 다 비슷한 거지, 뭐. 이렇게 생각했지만 저 스팀다리미는 너무 특별해 보인다. 사람에게는 내면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외면 또한 중요하지 않은가. 보이는 모습을 관리하는 것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너무 중요한 일일 터이니.

간신히 결제버튼을 누르려는 나를 막았다. 그다음 고비가 찾아왔다. 다이아몬드가 코팅된 프라이팬이란다. 무려 스탠 프라이팬인데 내구성이 엄청나서 숟가락으로 긁어도 된단다. 가스레인지 뿐 아니라 인덕션 겸용이고 활용도가 엄청나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일단 프라이팬은 세트 구성이어서 갯수가 너무 많았다. 또 카드를 꺼내려는 나를 막는 데 성공했다.




이쯤에서 티브이를 껐어야 했다.

티브이를 보는 시청자로서 특정 홈쇼핑의 좋아하는 쇼호스트도 있는 나다. 그녀가 하는 말은 동네 언니가 나에게 속삭이는 느낌마저 든다. 그녀는 나를 전혀 모른다. 나만 그녀를 알고 있는 이 상황. 그녀가 이번에는 기모 바지를 팔고 있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은 밖이 쌀쌀하다. 자동차로 운전하여 출근하지만 소매 안으로 들어오는 한 톨의 찬 바람에도 나의 손은 얼어붙었다. 너무 두꺼운 기모바지라면 활동 자체가 불편하다. 이 기모바지는 누가 봐도 기모바지인 줄 모를 만큼 스판끼가 있어서 활동하기에도 좋다고 한다. 심지어 쇼호스트가 입은 바지의 핏은 세련되기까지 했다.

저 바지 내가 입어도 예쁘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다.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내 손의 행동은 더욱 빨랐다. '외출할 때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았잖아. 이런 기모바지 3개가 지금 필요하지.'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 쉬는 날이다. 아이들은 자고 있고, 남편은 출근했다. 여유로운 시간에 나는 홀로 쇼핑을 했다. 누구 하나 나를 막을 이는 없었다. 이렇게 오늘도 꼭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나다. 내일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그래야 다음 쉬는 날에 또 뭔가를 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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