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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Sep 05. 2016

용산가족공원, 국립중앙박물관, 한강에서-한남동부르스3

이태원, 용산가족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미르폭포, 인공폭포, 동양화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날이 이제 원래 날씨로 되돌아온 듯 여름과 가을의 경계의 날씨다.

어제 일이 힘들어서 인지 아침 일찍 일어나 다녀오려던 곳의 타이밍을 놓쳤다.

늦은 김에 빨래를 돌리고, 어슬렁어슬렁 나와서 ‘이태원‘을 지나 ‘가구거리’를 스쳐 ‘용산가족공원’으로 향했다. 등에는 땀이 벨 정도로 움직이면 땀이 나고 앉아 있으면 시원한 날씨였다.

하늘은 찌뿌둥하지만 날은 좋은 편인 것인가?        


‘용산가족공원’은 입구에서부터 주차장이 다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원래 평일 오후에 오면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서울 한가운데 있는 녹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름에 나타나듯 가족들이 많이 방문하여 공원의 역할을 하는 듯했다.

호수 앞에는 분수가 뿜어져 오르고, 한가로운 가족의 풍경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주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듯한다. 호수를 둘러 텃밭을 지나면서 올여름 수확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제 가을 농사를 지으려 서두르시는 분도 계신다.

가을 농사는 봄보다 수확이 용이하지 않지만 그런대로 일정 부분 2 모작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봄가을 농사를 짓는 것 같다.

농사짓는 모습을 보다가 궁금한게 생긴다. 넉넉한 맘을 가진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건지, 농사를 짓다보면 다뜻한 맘을 갖게 되는 건지.....

놀이터에 아이들과 아빠들의 즐거운 모습에 한껏 부러워하며 지켜보다가 올라간다.

안쪽 공원 너머에는 넓은 풀밭이 있는데 여기에 미술 조형물이 전시 중이었다. 벽 쪽에 용산가족공원의 벽 넘어 확장을 염원하는 의미를 가진 듯했는데 그 염원이 그대로 느끼고 전달되어 아름다웠다.

그 작업에서 사진을 찍다가 언덕 넘어 국립 중앙박물관으로 간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산딸나무였다.

마치 딸기가 열린듯한 열매가 잔뜩 달려 있어 신기한 나무였는데 주렁주렁 달려서 풍성한 기분이 들었다. 그 나무를 지나쳐 보신각 종의 쉼터로 간다. 예전부터 해가 넘어갈 때 보신각에서 울렸던 종인데 이제 안전을 위해서 여기 이 공간으로 쉬러 왔다. 새로운 종에게 임무를 넘기고...

그 종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탑들을 바라본다.

각지 절터에서 있던 아름다운 탑들을 바라보니 오랜 세월이 이 공간으로 옮겨져서 이 공간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미르 폭포’라는 인공폭포가 보인다. 바위 뒤쪽에서 스모그까지 연출되며 나름 자연의 공간에 와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달려드는 모기떼에 이곳이 청정자연지역이 아니란 듯 꿈을 깨게 한다.

하지만 나름 도심 속 한가운데 계곡이란 느낌이 신선하기도 하고 해서 그림을 그리려 물감을 펼친다.

그리는 도중 여섯 시가 되자 갑자기 폭포의 물이 멈춰 선다. 마치 수독물을 꽉 잠그듯,

“아! 이래서 역시 인공 폭포였구나”           

나름 속으로 웃음이 나지만 시간 되어 퇴근하는 폭포에 다시 한번 알 듯 모를듯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는 중간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간다.

연인은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실망하고 가고,

아이가 있는 가족은 그냥 폭포에 물은 없지만 그만큼으로 만족하고 가고,

미국 친구와 온 아가씨는 평상에서 박물관 관람 후 뒤풀이할 장소를 용산으로 할지 이태원으로 할지 고민하다 갔다.

그 사이 어둠이 점점 내려와 그림을 마무리하고, 사진을 찍은 뒤 간식을 먹는다.    



정문을 통해 나와서 지하철 통로로 넘어가니 이촌동이다.

이촌동 부동산을 지나니 강남 중심가 못지않게 아파트 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오르는 게 맞기도 하겠고, 내리는 게 맞기도 하겠다.

정답이 없는 게 대한민국 아파트 값이다.

그 비싼 땅을 걷고 있자니 걸음이 한걸음 한걸음 비싸진 기분이다.

작은 맛집들이 가득한 ‘이촌 시장‘을 지나 골목골목을 지나 대로변으로 나온다. 주말이라 간편한 옷차림에 나온 가족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한강대교를 올라 다시 내려가면 한강변이 나온다. 아직 그렇게 많이 시원하지 않아서 걷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은 듯하다.

한강을 따라 잠수교, 반포대교를 향해 걷는다.

그래도 강바람이 나름 시원하다. 한강으로 유람선이 떠가고 구석구석 모래사장이 재미있다.

몇십 년 전 나 어렸을 적 '뚝섬 한강 해수욕장'에서 수영하던 기억은 아직도 머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다만 그때 신나게 수영하다가 둥둥 떠내려온 똥덩어리에 깜작 놀라 물에서 나왔던 기억 때문에 그 트라우마 때문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수량이 많아지면서 한강에서 해수욕을 했다고 하면 굉장히 옛날 사람 취급받겠지만 불과 몇십 년 전 일인 거다.

유람선이 지나가고 반포대교에서 분수 물이 내린다.

이 여름도 이렇게 지나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구나.    


201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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