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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Sep 12. 2016

여름이 남긴 흔적, 그 뒤를 걷다..   포천'백운산'

광덕고개, 흥룡사, 백운계곡, 가을 산행, 등산, 계곡, 그림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뜨거운 한여름 더위는 바다에 산에 계곡에 그 흔적을 남기고, 마치 몇 주 전이 그 여름이었음에도 시치미를 뚝 떼고 여름은 있지도 않았다는 듯 살랑살랑 가을바람을 꼬리 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피부속에 이번 여름에 데인 상흔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 듯하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한강을 따라 시원하게 달리더니 이내 경기도 상단 포천 방향으로 틀어 가기 시작한다. 밭에 벼들은 벌써 노랗게 익어가고 있고, 경기도 끝자락에 있는 ‘백운산’은 일동면과 이동면을 지나 한참을 올라 잠시 세워준다. 이름하여 ‘광덕고개’다.

‘광덕고개‘는 강원도 화천으로 넘어가기 전 경계쯤에서 시작해 여기가 강원도 인지 경기도인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거기서 내려 초입의 상점들에서 팔려고 내어놓은 노루꼬리 버섯이나 야생 산수유, 칡, 겨우살이 등을 구경하며 산의 초입으로 오른다.        

산의 초입은 동네 뒷산이라 해도 초라할 정도로 철계단으로 이루어졌지만 이 길이 백운산 봉우리로 향하는 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가을이 코 끝에 물들어 산꽃들을 찾게 하는데 이름 모를 산꽃들이 여기저기 천지에 펼쳐져 있다.

다만 그것이 꽃인지 모르고 지나면 꽃이 아닌 것이다.

산은 평범한 ‘육산‘이어서 그런지 흙으로 이루어진 골을 오르면 다시 굽이굽이 길이 있고 다시 흙으로 만들어진 골을 오르면 어쩌다 놓인 바위 덩어리의 희귀한 모습에 조용히 지긋히 바라보고 있게 된다.

한쪽 자리에서 사과를 베어 물며, 잡다한 집안 이야기를 친구와 나누다 산을 오르는 분을 뵙고 인사를 한다.

오늘이 일요일인가 싶게 사람들의 인적이 드물다.

재작년, 한겨울 줄을 서서 가던 '덕유산'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겠지만 인기 있는 '덕유산'을 줄지어 찾는 이도 있겠고, 이름마저 특색없이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백운산‘을 더 좋아하는 이도 있겠으니 그 취향에 대해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겠다.  


물로 목을 축인후에 오르는 산은 생각보다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오르는 길이기에 그리 심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산에서 탁 터지는 시야를 확보할 수 없어 조금 답답해 보여 여기저기 숨어있는 산꽃들에 더 관심이 간다는 것뿐 산은 나름의 속도를 만들어 준다.

바닥으로는 도토리들이 너무 많아 여기 근처에 도토리묵 공장을 차려도 먹고는 살지 않을까?

실없는 상상을 해본다.

사람이 많이 지나지 않아서 일까? 다른 곳과 달리 도토리는 순전히 다람쥐 몫이었다.

전나무 숲을 지나 평범하지만 나름의 다름이 있는 모습에 소소한 즐거움을 가지고 움직인다.    

산을 오르는 젊은 연인에게 길을 내어주고, 생각이 든다.

왜 산에 오르는 시작하는 젊은 연인들은 흰색 옷을 입을까? 하다가도 그들의 에너지에 박수를 보낸다.        



산의 오염도는 산 바위에 있는 이끼들에 지표가 있다.

오르는 내내 바위에 잔뜩 낀 이끼들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았음이 고마워진다. 이 아름다운 이끼는 그들의 모습을 스스로 건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막바지 힘을 내어 보니 아까 먼저 지나가던 젊은 연인이 되돌아온다.

아마 원점회기 산행을 하기 위해 되돌아간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게 추리하니 차를 가져왔을 거라 생각이 들고, 우리가 더 좋은 코스로 걷는다고 이야기하다가 그들이 연인임을 다시 상기하니 우리의 완패임을 인정하게 된다.

아름다운 사랑 하시라...    


정상에 오르니 시야가 터져 있지는 않지만 맛있는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기에 정상석 사진만 찍고 식사를 한다. 햇볕에 노출되어 몇 미터 내려가 코스지도 앞에서 밥을 먹는다.

‘흥룡사‘ 절이 있는 제일 빨리 내려가는 길은 지도상으론 3시간 걸리고 '삼각봉'과 '도마치봉'을 거쳐 내려가는 길은 1시간 정도 더 걸리는 것 같다.

시작이 늦은 데다가 여유롭게 걷는 길이므로 고민하다가 '흥룡사'로 바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한다.

내려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 하긴 하지만 확실히 하산길이 속도도 더 빠르고 재미도 있다.

중턱쯤에서 갑자기 느닷없이 터지는 시야에 발길을 멈춘다.

산의 능선이 굽이굽이 아름답게 불규칙한 하늘과 함께 어우러져 깊은 산속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그렇게 아름다운 산세를 바라보며 물 한잔을 한다.    


내려가는 길에 한쪽 편으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멀리 들리는데 물과 쉬이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길을 넘고 넘어 왜 이산에는 벤치가 하나도 없다고 투덜투덜 거리는 친구의 이야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벤치가 나타난다. 그렇게 많이 지치진 않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잠깐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농담을 지껄이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그리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서둘러 내려간다.    

산의 하단부에 이르렀을까?

삼거리쯤에 물이 졸졸 내리기 시작하고 도마치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아름다운 계곡 물이 흐르고 있다.

그 풍광을 보자니 자리를 펼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물과 바위와 나무들에 유혹되어 물에 발 담그고 뜨거운 사발면 국물로 요기한 뒤 붓을 들어 스케치 하기 시작한다.

물의 색과 나무의 색이 같아 그냥 하나의 자연 같으면서도 그 질감들이 달라 나름 조화로움이 있다.

조금 늦지 않을까? 친구를 먼저 보내고 서둘러 작업을 끝낸 후 서둘러 길을 걷는다. 

흥룡사는 이제 재건해 가는 절이라 그렇게 많이 알려진 절은 아니지만 나름의 역사는 가진 것 같다.

‘백운계곡‘에 이르러 사람들이 떠나버린 그 적막함에 그 뜨거웠던 여름의 시원함을 상기시킨다. 그 싱그러움은 다시 가을의 화려함으로 덮이고 겨울의 고귀함으로 보답하겠지.


그 증오할 듯 뜨거운 여름이 그리워진다.


201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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