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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Oct 10. 2016

'망경대(만경대)' 46년만에 개방한 '설악산'의 비경

망경대, 만경대, 설악산, 오색약수, 어반스케치, 등산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날씨가 많이 춥다.

이젠 가을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쌀쌀한 날씨에 외투 없이 새벽 날씨를 견디기 힘들어졌다.

그 덥던 여름이 벌써 그리워질 정도로 햇볕이 따뜻하다.

같은 햇볕인데 따뜻함이 느껴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아직 추워지긴 했으나 나뭇잎들도 이제야 놀랠 준비를 마쳐서 색에 대한 아름다움을 기대하기보단 46년간 개방되지 않았던 새로운 구간에 대한 호기심이 마치 이성을 바라보는 어린아이 같이 궁금했을 뿐이다.

버스를 타고 새벽의 고단함을 잠시 재운 후 나도 모르게 일어나 바라본 창밖은 아름다운 산의 형상들로 설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한계령 휴게소'에 이르러 이제 여름보단 겨울이 더 친숙해짐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개방되어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인지 11월 15일까지의 한시적인 개방에

'이때가 아니면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조바심이 사람들을 이끈 것인지 차들로 인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해 우선 짐을 들고 내리기로 했다.

망경대 입구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미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150여 미터의 거리를 1시간 15분이 걸려서야 통과하는 기염을 만들고 말았다. 맛집에서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지 않는 내가 산 입구에서 1시간 15분을 기다리다니 먹는 것보다 시각적인 욕구가 더큼을 새삼 느끼는 것이었다.




간신히 통과한 산길은 마치 한 사람씩만 지나가야 한다고 정해놓은 것처럼 좁은 오솔길이었고, 그 오솔길을 어느 정도 지나자 시야가 확 터지며 수돗물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쳐 조금 더 오르니 정체구간이 시작된다. 정말 짧은 구간임에도 앞쪽에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길이 막힌다. 인내심을 가지고 따라가다 보니 삼거리가 나온다. 그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니

'거대한 소나무'와 '주목'이 시선을 끈다.

그 너머로 '만물상'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드디어 시야가 확 터지고, 뚝심 있고 정교하기도 한 '만물상'의 자태가 이렇게 신의 손으로 자연의 손으로 빚어젔구나 도저히 사람의 손으로 모방조차 하기 힘든 아름다움이 딱 하고 놓여 있었다.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있자니 힘들게 인내하며 걸어온 시간들이 싹 다 잊어버리게 되고, 단지 어떻게 저 아름다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흉내를 낼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사진을 찍으시는 많은 산객들 사이에서 조용히 구석에 자리를 잡고 스케치북을 펼친다. 40여분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기억도 없이 그 아름다움의 조각들을 담아내기 위해 나의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그 아름다움의 파편을 내 주관적 느낌으로 조금 카피해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려갈 생각에 까마득하다.

올라올 때도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기다리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 걸 기억하면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150여 미터 삼거리까지 나오는데 20여분 소요된다. 이건 아기 걸음보다도 더 느린 속도다. 십여분 더 내려가다가 샛길로 내려가는 일행이 보인다. 그 일행을 따라가니 오히려 지름길이 되어 5분여 만에 '오색 약수터 상가'로 내려가게 된다.


부모님 드릴 요량으로 '오색약수'를  뜬다.

물이 조금씩 차오르느라 조금씩 떠서 20여분에 페트병 한 병을 간신히 채운다.

맛이 씁쓰레한 게 철분 함량이 많게 느껴지는 물이다. 밥을 하면 밥이 녹색으로 변하는 신기한 약수이다.

길을 내려오며 보니 '송이'와 '영지'를 팔거나 '수수부꾸미'나 '알밴 양미리''알밴 도루묵'을 파는 가게들에 등산객이  한가득이다.

내려오다 잠깐 어르신이 이야기하신 망경대의 개방 이유가 흘림골 폐쇄 이후에 상가 민원 때문에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경대'를 한시적으로 개방한 것이라는 이유가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일행을 만나 버스를 기다리며 대장님이 사주신 '도루묵'과 '강원도 옥수수막걸리'가 구수하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오늘 하루에 대한 평가를 내리면 2킬로 남짓 거리를 20킬로 걷는 듯한 고행으로 설악의 자락을 느꼈지만 '만경대'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모습은 한 번은 봐야 할 절경임에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갈 수 없던 곳에 우린 발자국을 남기며 버스에 오른다.

201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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