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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Oct 24. 2016

20년 전 겨울 마이산, 그리고 오늘 가을 단풍

마이산, 광대봉, 나옹암, 비룡대, 봉두봉, 마이산 종주, 가을 산행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춥다.. 새벽에 일어나 눈 비비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 문을 나선다.

이제 춥다는 말이 점점 익숙해지는 가을이 돌아오고 아침은 점점 늦게 찾아온다.

여명을 바라보고 싶은데 하늘은 흐려서 어영부영 대충 날이 밝아온다. 나는 이제 일요일의 시작이지만 기다리는 버스 옆 나이트클럽에서 나오는 20대 초 젊은이들에겐 하루의 끝인가 보다. 그들의 젊음과 무한한 호기심에 박수쳐 주고 싶다.


버스는 출발해 가을빛으로 변해버린 산과 강을 보여준다. 이렇게 가을은 기습적으로 오나보다.

10시경 '진안'에 도착해서 산행의 시작은 '합미산성'이 있는 무덤가에서 시작한다. 아직 밑에 지방은 푸릇함이 더 우세하였으나 올라가면 갈수록 계절은 더욱 색이 농염하게 짙어진다. 자연의 색은 이리도 화려하고 아름다웠나 싶을 정도로 수십수백 가지 물감을 물에 타 뿌린 것처럼 다양한 색의 잔치가 열린 듯하다.






'광대봉'에 올라서니 저 멀리 마이산의 '숫마이봉'이 봉긋 솟아올라 주변 산들과 어우러져 아름답기만 하다.

이쪽 방향에서 가니 두 봉우리가 옆에서 겹쳐져  하나처럼 보인다. 모든 인생의 경험들은 다양한 각도와 방향에서 생각되고 판단되어야 한다. 오늘 내가 가는 각도의 길은 숫마이봉이 주인공이 되는 길이다. 그래서 그런지 숫마이봉의 잘난 체하는 모습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하지만 저 멀리 그곳까지의 거리가 결코 가깝지 않기에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서둘러 능선을 따라간다.  







'나옹암'에 도착해 마이봉을 보고 있자니 아름다운 모습의 스케일이 너무 넓어 그리기엔 무리가 있어 마음을 정리하고 '고금당'으로 향하니 봉우리 여러 개를 오르내림이 끝이 없다.

한참을 지나 '비룡대' 전망대에 도달한다.

그곳에서 보는 아름다운 봉들의 모습을 놓치기 싫어 이내 자리 잡고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먹과 물감을 정비해서 왔더니 색의 제한이 덜한다. 아름다운 바위의 모습을 먹으로 단번에 그린 다음 색으로 보이는 형형색색 나무들을 색으로 구분해낸다.  


사실 '마이산'은 대학시절 나 홀로 방문했던 추억이 깊은 산이다. 그때 그 시절 그린 작업도 이제 많은 시간이 지난 그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마이산'만은 그 시간을 초월한 듯 그 기괴함과 아름다움을 신비롭게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넉넉한 시간을 갖고 싶지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30여분 스케치하고 나니 초조해져 하산길을 찾는다.

학생시절 그린 마이산 작업



'봉두봉'을 마지막으로 '탑사'로 내려갔다.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탑사의 신기한 탑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탑사에서 탑의 표면에 동전을 붙이는 신기한 모습을 보다가 1킬로 남짓 남았다는 '북부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1 키로가 아니라 끝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계단이 늘어져 있어 꾸준히 가는데 다리가 풀린 듯 간신히 '북부 주차장'에 도착한다. 체감으로 2킬로가 넘는 듯하다.

하지만 전화를 해보니 차는 없고, 다시 알아보니 15분 더 내려가 새로 조성되고 있는 '북부 주차장'에까지 간신히 쥐 난 무릎을 끌고 도착한다.

오랜만에 10킬로가 넘는 산행을 했더니 나름 무리가 가기도 했지만 화려한 산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아른거려

쥐 난 다리는 그냥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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