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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Oct 31. 2016

시간따라 가을 단풍 나리는 ‘속리산‘’법주사''세조길'

상오리마을, 법주사, 천황봉, 문장대, 비로봉, 입석대, 문수봉, 그림

http://cafe.naver.com/hongikgaepo


하루에 사계절이 다 모인 듯 시간별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마치 영화 노팅힐에서처럼 하루에 한 공간에 시간이 지나지만 사계절이 모두 지나는 장면처럼 오늘 하루는 겨울로 시작해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로 끝난다.

날이 추워 겨울에 입던 옷을 꺼내 입고양말도 겨울 양말로 갈아 신었다.

이제 입김이 제법 나오기도 한다.

체감 기온이 영하라고 산에는 얼음이 얼었다고 하더니 겨울의 모습을 제법 갖춘 듯하다.

다리를 건너 버스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하니 나이트에서 '할로윈데이'를 기념해서 코스프레하는 사람들이 새벽길을 걸어 다닌다. 

마치 좀비들이 어느 정도 퇴치된 후 잔당들이 남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취기가 가시고 파티가 끝난 후엔 외로움이 몰려오곤 할 때 그런 기분으로...                


오늘의 여행지는 그렇게 멀지 않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속리산이다.

유명하지만 나에겐 생소한 공간이다유명해서 더 못 가봤을 수도 있을 그 산은 어렸을 적 부모님이 산에 갔다가 가져오신 기념품이 기억나서 더 오래 각인되어 있는 유명함일 수도 있겠다.

그 크지 않을 것 같은 친근한 이름의 산을 종주하기 위해 루트를 보니 '상오리 마을'에서 시작해서 '법주사 대형버스 주차장'까지 16km거리를 보니 산이 작지 않음을 느낀다.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니 창문으로 성애가 낀다

'겨울'이다.                    



'상오리 마을'은 사람들이 정감 있게 모여사는 마을인 듯 보이는데 그 가운데로 '장각 계곡'이 흐른다

그 하류인 곳에 세차게 몰아치는 폭포가 있는데 이름하여 '장각폭포'다

그 밑에 물이 맑게 모여 있는데 이곳에서 매년 3명 정도가 죽는다고 하니 공포의 폭포이기도 하다.

폭포를 거슬러 마을에는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들이 그리고 대추나무들이 마을을 정겹게 보여준다집들은 옛날 시골집도 보이고산과 계곡이 좋아 귀촌하신 듯한 분들의 새로 지은듯한 집들도 보이고, 마을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계신 듯했다. 

점점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느라 마치 봄볕 같다. 

그러고 보니 '봄'의 따사로움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산의 바닥에는 이미 나뭇잎으로 흙을 찾아볼 수가 없다.

떡갈나무 잎은 황톳빛으로 물들자마자 땅으로 떨어져 금색 융탄자가 되어준다.

노란 융탄자는 바닥을 걷는데 푹신한 기분을 들게 하여 아랍의 왕자가 된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 사이로 단풍나무들이 불을 지른 듯 불타오른다.

산에 불을 놓아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산은 급하게 수직 길을 만들어 간다

돌이 많은 길이 아니라 흙길이라 다리가 아프진 않지만 생각보다 각도가 있어 등에 땀이 찬다.

오르고 올라 드디어 1057.7미터 '천황봉'에 오른다.

속리산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조그맣게 '문장대'가 우뚝 솟아 있다.

사람들이 비로봉‘ ’ 입석대‘ ’ 문수봉‘을 이야기 하지만 그 많은 기암괴석들 사이에 명칭은 무의미하다. 

하늘은 맑아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다그 하늘이 땅으로 다가올수록 바위와 다가올수록 그들을 포옹하기 위해 파란색을 보라색으로 바꾼다그 넉넉한 색의 마음을 같이 담기 위해 물감을 꺼낸다.

넉넉한 마음으로 스케치를 하기 위해 도구를 펼치고, 바위 너머의 그 비경을 넓게 박아낸다

더워서 외투를 벗는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햇볕에 땀을 말린다

'여름' 그 계절처럼..... 

      


아름다운 눈꽃대신 가을 낙엽꽃이 휘날린다.


그리고 난 후 그 기암괴석의 숲 속으로 돌진한다.

동네 아주머니께 '비로봉'을 물어봤다가 무심히 한두 마디 건네시며 가이드해 주신다.

명칭들을 알 수 없지만 바위들 덕분에 만들어진 동굴을 지나 조릿대가 넓게 깔린 평원을 지나 정확히 이름 지어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부르는 고릴라 바위와 원숭이 바위를 지난다.

정말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조물주의 조각들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삼각형 모양의 '비로봉'을 지나치니 올라가지는 못하게 막아놓고 이름과 이정표마저도 없다.

아마 오르기 힘들어 위험해서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한참을 더 가니 엄청 큰 바위가 우뚝 서 있는 '입석대'가 보인다.

그 비석과도 같은 거대한 바위에 일제 감점기 시절 왜인들이 말뚝을 박아 놓았다니 지금 무속인에게 휘둘리는 나라의 정국을 보는 듯해서 안타깝다.

그 말뚝은 제거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바위길을 계속 가다 보니 '휴게 산장'이 보인다.

다른 산에서는 못 보는 산장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문수봉과 문장대가 있는 곳으로 달음질친다. 

문수봉에 올라 ’ 문장대’를 바라보니 과연 그곳이 세 번 오른다면 극락으로 갈 수 있는 '문장대'의 아름다움인가 싶다

그 바위의 위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움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주름진 바위와 봉우리들이 그리고 저 넘어 내가 시작했던 '천황봉'에서 바위의 능선들까지 한눈에 보이며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게 한다.

지도를 보니 '법주사'까지 내려가는데만 6킬로 정도, 두 시간 반이 걸린다니 서둘러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연녹색 주황색 빨간색 아름다운 단풍잎들이 햇빛과 어울려 환상적인 빛깔을 재현해 낸다.

환상 같은 아름다운 그 공간은 마치 이 세상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그 무지갯빛 가을에 만취해 흥얼대는 취객처럼 속리산의 색동 치마저고리에 정신을 놓아버린다

'가을'이란 미색의 여인에게...                    











한참을 내려와 ‘세조 길’이란 길을 걷는다.

올해 처음으로 한 달 여전 개장한 '세조 길'에는 나무 데크가 연결되어 계곡과 커다란 연못과 다시 숲을 이어주며 이 길만 걷더라도 숲의 품으로 포근히 들어온 것처럼 아름다운 향기를 맡게 해 주는 이곳은 속리산의 품속이다     



법주사에 도달한다.

법주사에는 많은 것들이 있는 천년고찰이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큰 금입상뿐 아니라 중학교 때 배운 적 있는 국보 5호로 정해져 있는 쌍사자 석등을 비롯해 절 하나하나가 보물이요 시간이다.

그 절을 거닐다 보니 인간의 보잘것없음이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위대함이 같이 느껴져 벌써 세상을 이치를 알게 된건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 밑으로도 3킬로쯤 더 내려가야 주차장이 나온다고 해서 상가를 지나쳐 할머니들이 봄여름 내내 채취하신 산나물 약초들을 파는 곳과 보은 대추를 파는 곳을 지나쳐 '대형 주차장'으로 도착한다

16킬로 하루의 대장정이 끝난다


저녁이 되어 쌀쌀해진 날씨에 겨울인 듯 옷깃을 여미게 된다.   


         


201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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