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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pr 17. 2017

밤에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감독의 영상일기는 사건을 만들어 전조를 준 후 은근히 펼쳐 놓아서 몰래몰래 훔쳐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관객을 관음증 환자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 감독의 새로운 신작으로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여배우에게 위로하고 싶은 맘과 동시에 극 중에 나오는 본인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일종의 한풀이 같은 변명 같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밤에 심야 극장에서 혼자 보았다



 '심야영화'임에도 그녀의 그의 마음을 이해해보려는 혹은 변명을 들어보려는 관객들이 몇 분 계셨다. 

영화는 외국으로 도피한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의 영화가 그렇듯이 감정을 소비하면서 대화로 작은 사건으로 모든 감정을 소화시킨다. 

그녀의 답답한 심정을 그냥 자신과 극 반대되는 캐릭터인 언니라는 인물을 통해서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렇게 자신의 욕망을 꽃밭 사이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나른하고 가볍게 풀어낸다. 누구의 입장에서는 죽일 년이고 누구의 입장에서는 가여운 사람인 그녀를 그렇게 이해하는 혹은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받아주는 이야기로 그렇게 흘러간다. 

밤의 해변에서 그녀는 몽정을 하듯 그녀가 사랑하던 사람과의 관계로 그 사람을 찾아 실을 따라가듯 그 사람에게로 가고 그 사람은 우리가 알듯 뻔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아닌 오히려 더 솔직하거나 유치한 감정을 가진 감독으로 나오며 그전의 감독의 순수하면서도 유치한 모습이 부각됐던 정재영 씨나 다른 배우와 달리 문성근 씨가 그의 사랑의 변명을 대신 신뢰감 있는 유치함으로 대변한다. 

또한 전작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의 2부가 빠진 3부처럼 분위기를 이어가며 배우들은 연속성을 가지고 위치만 달라져 있다. 하지만 주연 배우는 더 들떠있고 더 강단 있고 더 단단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녀의 사랑은 객관적으로 축복받기보단 위로받아야만 할 것 같고 자기변명을 하고 있다. 

그게 어떤가? 

죽을죄를 진 것은 아니니 영화를 통해서라도 자기를 이야기해야 숨 쉬고 자존감을 회복할 것 아닌가? 

김민희란 배우가 아니라 다른 배우였을 수도 있고, 혹은 감독이 아니라 다른 감독이거나 배우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손뼉 칠 순 없어도 최소 이름 한번 따뜻하겐 불러줄 순 있지 않은가? 



세상 살다 보면 느닷없는 상황들이 나를 덮치곤 하는데 나이가 그 느닷없음을 덜 당황하게 만드니 그들의 상황을 그냥 아무 말 없이 지켜보자. 돌은 던지지 말고.... 어차피 이 세상은 혼자 꿋꿋이 헤쳐나가야 할 시간들이다. 자기 스스로를 깨닭으며.... 자기가 어떤 사람인 지를 배우며....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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