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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pr 25. 2017

친구와 밤바다에서, 풍등에 마음을 실어....

왕산해수욕장, 을왕리해수욕장, 마시란해변, 영종도, 영종대교, 해물칼국수


수업이 끝나고 친구가 제안한다. 

오랜만의 육아에서 벗어나 이틀의 자유를 얻었는데 그 이틀 중 하루를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시며 자유를 만끽하다 하루가 훌쩍 가버리는 걸 아쉬워하다 나를 찾았다고, 마침 수업이 끝나가는 난 그 녀석의 부름에 흔쾌히 응했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그 녀석의 애마를 올라탔다. 


토요일 저녁은 그리고 봄저녁의 공기는 사람들을 간지럽히나 보다. 

어디든 탈출하라고 미세먼지는 그리 고려할 것이 못된다고.... 덕분에 서울을 벗어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자유로운 시간이 펼쳐 있는 걸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



서울을 벗어나자 속도는 붙고, '영종대교'를 넘어 이제 불붙기 시작한 하늘에서 시뻘건 불구덩이로 하얀 알 한 개가 떨어진다. 구워서 먹으면 맛있으련만 너무 뜨거워 엄두를 못 내겠다. 

2주 정도 늦게 개화한 뒷북 같은 '벚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서울의 끝나버린 꽃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밤바다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 의미를 찾기 위해 제일 가까운 '왕산 해수욕장'으로 방향을 고정한다. 

밤바다에 폭죽을 올리는 한 가족밖에 없는 조금 한적한 밤바다다. 그 밤바다에서 홀로 터지는 폭죽을 바라보며 친구와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친구가 가까운 거리에 '해물 칼국수'가 유명하다고 해서 잠시 이동해 그 식당에 들어가는데 식당 사람이 나오며 이야기한다


"재료가 다 떨어져서요 죄송합니다"


재료가 떨어졌다니 할 말이 없다. 딱 우리가 데드라인에 도착했던 건지 이제 정리하기 시작하신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니 건너 집에 해물 칼국수가 있어 꿩 대신 닭이라고 아쉬운 대로 먹기로 한다. 옆집이 문 닫은 덕분인지 옆집은 저녁 8시인데 문전성시다. 빈 한쪽 자리를 잡고 먹는데 해물이 그득 맛있는 국물과 조개들이 허기진 위를  만족시켜준다.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을왕리해수욕장'으로 가기로 한다. 

가는 길에 '마시란 해변'이 지도상에 보여 잠시 멈춰 카페를 통해 바닷가로 내려가 어두운 밤바다를 둘이 걷는다. 지인들 근황을 이야기하며 선배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우리보다 그리 많이 드시지 않은 선배의 이야기는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그쪽 세상이 얼마나 좋기에 서둘러 가셨는지는 몰라도 남아있는 우리들은 아쉽고 슬프고 아프다. 


다시 '을왕리 햬수욕장'으로 향한다. 

사실 대학시절 자주 가봤던 을왕리를 멀리하고, 아직까지 20여 년간 가보지 못한 그 해수욕장의 이미지는 과거 시골 마을의 모래 해변이었는데 어떻게 변했을지도 많이 궁금했다. 

도착해 보게 된 그 시절 우리의 아름답던 해변은 그 자리에 다른 색으로 다른 모습으로 입혀져 마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4층 5층짜리 건물들이 쑥쑥 올라와 있으며 심지어 뒤쪽에는 거대한 괴물처럼 대형 호텔이 휘양 찬란하게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쉬움보다는 달라진 모습에 눈이 휘동 그래지고, 많은 큰 규모의 음식점들에 압도당한다.


'아 여기는 내가 알던 그곳이 아니구나. 내가 알던 그곳은 정말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거구나' 


마음에서 스스로 정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만 바닷바람이 바다로 인해 설레는 마음은 여전했다. 

남자 둘이 아직 차가운 바람의 바다를 어슬렁 거리고 있자니 춥기도 하지만 얼마 되지 않은 바다의 끝 편까지 가보기로 한다. 어둠에 숨어 있지만 바다를 지키는 바위들의 모습은 그대로인 듯하다. 

까만 바다는 공포를 부른다. 

공포란 잠시 후를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어둠이 우리의 알 수 없는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무섭다. 

다시 주차한 공간으로 방향을 돌리니 '풍등' 2개가 날아간다. 

'풍등'을 실제로 처음 보는 나는 등이 기구처럼 둥실둥실 떠오르는 모습에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 무섭기도 하다. 불이 다른 곳에 옮겨 붙으면 어쩌나 걱정하는데 그 걱정과는 상관없이 등은 높이높이 꺼지지 않고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등에 닮은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잠깐 나의 소원도 빌어본다. 

우리가 나이를 먹었다 함은 항상 상대적이지만 그래서 어르신들이 보실 때는 버릇없다 하실 수도 있지만 점점 '풍등'을 타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생각이 내 눈앞에만 있는 것들을 바라보고 느꼈다면 이제 조금은 '풍등'을 타고 올라가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는 시간이 온 것 같다. 

그렇다고 어르신들의 지혜를 따라갈 순 없겠지만 우리 뒤에 오는 친구들에 등이 떠밀려 가진 말아야겠다 생각이 든다. 터벅터벅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내가 생각한 내 길이므로 후회 없는 나의 삶이란 생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할아버지가 되어 멀리 높이 올라가 신경을 쓰지 않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게 아니라 더 멀리서 많은 것을 내려 볼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서고 싶은 그런 마음을 풍등이 알아줬으면 했다. 


친구는 커피를 마시고 나는 베지밀을 마시고 벤치에 앉아 남자들의 뻔한 이야기들을 하다 일어섰지만 마음은 우리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위로를 위안을 서로 주고받은 거라 생각한다  





아쉬운 밤길은 차들이 없어 마치 밤 속으로 밤 속으로 끊임없이 파고 들어가는 두더지처럼 속도를 내며 언젠가는 빛이 나올 그날들이 존재하는 세계를 기대하며 어둠을 헤쳐간다.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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