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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04. 2017

'북서울 꿈의 숲' 그 꿈에 맞닫다

장위동, 번동, 돌곶이, 석관동, 전망대, 물놀이, 야경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북서울 꿈의 숲은 생각보다 그리 넓지 않지만 나름 하루 종일 여유롭게 돌면 하루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고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공간이다. 몇년 전 잠시 지나칠 땐 넓은 초원이 있는 북서울의 허파 같은 공간이라 생각했지만 오늘 여유롭게 들러본 그 공간은 전혀 새로운 다른 공간이었다. 




정문에서 바라본 꿈의 숲은 낮은 언덕에 위치한 아름다운 연못으로부터 시작한다. 

연못에는 아름다운 다리로 이어져 올라가다 보면 왼쪽 편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나무데크가 구성되어 있다. 잠시 데크에 자리를 잡고 목을 축인다. 시기에 맞게 철쭉들은 부분 시들어버린 꽃들이 있고 부분은 아직 싱그러움을 발산하는 꽃들도 있다. 꽃들과 연둣빛 나무들과 하늘로 솟구치는 하얀 물줄기의 분수를 바라보니 종교를 불문하고 오늘 하루, 세상을 열어 소통하러 오신 부처님 오신 날이라 아름다운 것도 있겠지만 덕분 하여 여유로움을 맛보니 이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아름다운 작은 정원 포토존에서 셔터를 내리누르고, '드림 스튜디오 옥상정원'에서 자리를 잡고 '번동'과 '북한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다. 배경으로 '거울연못'에서 개구리처럼 팔짝팔짝 뛰는 수십 명의 아이들을 그리고 싶었으나 오늘은 그 위쪽  아름다운 녹음과 레고 블록으로 만든 듯한 산동네 '번동'과 '파스텔톤 북한산'을 그리면 더 아름다운 무언가를 뽑아낼 것 같아 뜨거운 뙤약볕이 방해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무지개색 물감을 녹여낸다. 



그림이 마무리된 후 더 높은 전망을 보고 싶어 '전망대'로 이동하기 위해 '카페드림'과 '퍼포먼스홀' 그리고 '콘서트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간다. 

그리스 아테네의 전망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리카비투스 언덕 '에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연상시킨다. 

갈아타기를 네 번, 갈아타고 올라가는 전망대에서 보여주는 풍광은 '남산 서울타워'에서 보여주는 보석 같은 아름다운 경치와 '63 빌딩'에서 보여주는 시원한 강줄기와 도시 모습 다음으로 서울에서 세 번째 아름다운 풍광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내가 알고 있는 서울의 모습은 아직 다 살펴보기에 너무도 아까운 곳이 많은 곳이구나 새삼 느낀다. 

6시가 다 되어가자 위쪽 전망대를 폐쇄하려고 해 양해를 구하고 귀한 사진을 얻는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는 바람에 어디를 찍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름다움에 취해 홀려 찍었던 건 아마 아름다운 서울 북쪽 모습의 모든 것이지 않나 싶다.



아직 보지 못한 아름다운 부분들을 조금 더 보고자 '전망대'를 내려와 샛길로 빠져 '창포원'을 지나 '상상 톡톡 미술관'으로 지나간다. 지는 해가 미술관 앞 층층이 나눠진 개울을 붉게 물들인다. 붉은색이 물에 번지니 투명하고 파란 물에 빨간색이 어찌 이리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재현해내기 힘든 아름다운 색이다. 


샛길을 통해 내려가 '월영지'에 자리한 석교를 지나 '대나무 숲'을 지나쳐간다. 대나무 숲에 식빵을 만들고 있는(고양이의 편안한 자세를 일컫는 모양) 길고양이 세 마리가 대숲의 풍미를 느끼고 있다. 대숲을 지나치자마자 나타난 '창녕위궁재사'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자 거부하고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김석진'의 고택이 한편에 가지런히 지어져 있다. 그분의 분개와 억울함을 생각하니 그 감정이 전해와 가슴 한쪽이 먹먹하다. 



거의 정문 쪽으로 내려와 다시 틀어 올라가니 '초화원'이 눈길을 끈다. 

아직 피지 못한 장미들과 잔디 꽃과 알 수 없는 꽃들로 눈을 화려하게 하고, 서울숲으로부터 무상양도받은 '사슴 방목장'이 있어 꽃사슴들과 잠시 대화를 나눈다. 조금 더 올라가 나무계단이 나타난 곳을 통해 아까 지나친 '월광대'에서 지나친 '애월정'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밤이 되어 '월광폭포'는 물이 흐르지 않고, 검은 연못에 불빛이 반사되어 비추이니 풍광이 은은하면서도 선명하다. 




미술관을 지나 다시 전망대의 야경을 기대하며 오른다. 

다시 찾은 길이라 처음보다 수월하고 빠르다. 하지만 길들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다시 새로운 길들이 생길 것이므로 그대로 인정하기 힘들다. 

다시 오른 밤의 세상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포용력'이다. 

검은 그 바다에 불빛이 춤추는 아름다운 그 밝은 점들 세상에 누가 더 검은색이고 누가 더 노란색이고 빨간색들인지 선명하게 들어내 보이고, 그 어둠에서도 누가 더 까만 어둠인지 경쟁하듯 파고든다. 

어두움을 먹으로 표현하고 싶어 먹을 꺼내 검은 세상을 찍어낸다. 먹은 밤을 표현하기에 좋은 재료임에 틀림없다. 그 무한한 끝이 없어 보이는 검은색은 마치 내 붓속에 짙은 어둠이 번진 느낌이다. 그렇게 도화지에 밤의 도시를 찍어낸다. 

흘러내린 먹의 도시와 숲은 아름다운 내 마음의 도시이기도 하다. 

검게 타고 번져버린 후 불이 사그라진 잿 덩이처럼 더 이상 탈 마음도 탈 불씨도 없다. 

그 잿 덩이 속에 장님처럼 더듬어 이 도시의 모습을 손으로 촉수로 느끼며 춤추듯 꿈을 꾸듯 덩실덩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간다. 꿈을 꾸듯....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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