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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12. 2017

음영의 계절, 녹음의 산뜻한 그림자를 보다. 공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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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hongikgaepo



하늘이 파랗다. 구름이 하얗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그곳이 어드메든 아름다운 곳으로 여기게 해준다. 날이 맑아 이제 파란 여름의 길목에 들어선 기분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주황빛의 '능소화'가 새로운 계절로 변함을 느끼게 해준다. 



홍천으로 가는 길의 중간, 가평 휴게소에서 잠깐 쉰 후 9시 30분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는 약간 외져 보이지만 숲에 들어서자마자 아늑한 분위기에 산행이 즐겁다. 

아침에 일찍 산행을 시작한 것도 오랜만이다. 

바람도 적당히 불고 선명한 햇빛으로 나뭇잎의 그림자들이 투명하면서도 선명해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자놀이가 있었나 싶게 갖가지 모양의 나뭇잎들은 다양한 그림자를 창조해내며 상쾌한 산행의 길을 선명하게 해줬다. 




그림자의 모습에 한참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나타나는 '전나무숲' 

하늘로 쭉쭉 뻗은 꺽다리 전나무를 앞세우며 바닥은 전나무 잎으로 두껍게 쌓여 푹신한 매트리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다. 전나무의 그림자로 그늘이 만들어져 시원한데 골짜기라 바람까지 더해진다. 

잠시 멈춰 잣나무 숲의 분위기에 취한 뒤 다시 길을 나선다. 



한참을 바위와 흙길을 오르며 삼거리에 도착하자 조금 더 힘든 암벽 길이 기다린다. 로프를 이용해 올라서니 다시 올라온 만큼 내려간다. 옆을 쳐다보니 둘러가는 길이 있었다. 

로프를 미끼로 보고 옆길도 안 보고 오르기만 하다니 어릴 적 감명 깊게 읽은 애벌레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없이 한없이 오르려고만 하는 애벌레들의 이야기는 목적이라는 미끼를 물기 위한 무의미로 끝난다는 것을.... 그래서 언제부턴가 정상에 오르는 것보단 그 산을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더 시선이 가곤 했는데 잠시 그 마음을 잊은 듯했다. 

잠시 우회하여  공작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 앞에 사람들이 많이 줄 서있다.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모습은 시원한 마을과 산의 모습이지만 햇볕이 따가워 잠시 정상석 사진만 슬쩍 찍고 밑으로 내려와 사과를 먹는다. 



삼거리로 다시 내려와 수타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바위와 마른 흙길이 조금 위험하지만 어느 정도 내려와 삼거리쯤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를 나른하게 만든다. 

에어컨 바람도 아닌 이 상쾌한 바람의 정체는 아마도 골바람인 것 같다. 

바나나를 먹으며 바람을  타고 흔들리며 붕떠있듯 하나의 '연'이 되어 날아다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산길을 걷는다. 

산이 바위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두번째 봉인 '수리봉'에 도달한다. 

거기서 점심을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한다.




'약수봉'으로 가는 길에서 무덤 있는 곳에서 우회한다. 

'약수봉'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회길을 택한 것이다. 우회길은 산의 임도를 통해 찬찬히 내려가는 길이어서 그리 힘들진 않다. 다만 뜨거워진 햇볕이 가려지지 않아 조금 지친다. 집들과 밭이 나오고 마을이 나오는데 '동봉사'란 사찰에서 바위를 쌓아 불심을 모으는 듯했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나무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간다. 계곡 곳곳에 벌써부터 발을 담그러 오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귕소 출렁다리'에 이르러 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가뭄이라 물이 말랐는데도 궝소에는 물이 흐른다. 회색 바위와 연둣빛 나무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과 옥빛 물이 조화를 이루어 풍경이 아름답다. 가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물감을 꺼내 삼십여분 크로키하듯 담아내고 서둘러 짐을 정리한다



한걸음에 땀 흘리며 뛰어 20여 분 만에 '수타사'에 이른다. 수타사엔 목조 건축물이 가장 볼만한 것 같다. 소박한 듯 화려한 건축물에 눈길을 주고 주차장으로 다시 내려간다. 번잡하지 않은 상가에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름만큼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산의 즐거움을 준 산림청 선정 100 산인 '공작산'을 뒤로하고 다시 도심의 중심으로 달음질한다. 



2017,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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