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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19. 2017

꽃 소리, 불 소리 머무는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아름다움

화성행궁, 세계문화유산, 팔달산, 수원성, 화서문, 화성장대, 지동시장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매년 여름이 성큼 일찍 다가온다.

8월이 여름인가 싶었는데 7월이 여름이고, 이젠 7월이 여름이구나 했더니 6월이 여름이다.  

그 이른 6월 여름의 한날, 문득 한 지인과 노무현 대통령의 '세종시'에 대해 이야기하다 정조대왕의 세종시인 '수원'이 연상되면서 그곳이 무척 가고 싶어 졌다. 

정조의 계획도시인 수원 화성의 모습이 보고 싶어져 약간은 늦은 아침 '수원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탄다 





'수원역'에 내리면 7번 출구로 가면 '수원성'으로 가는 버스들이 자주 온다. 

그중 ' 82-1' 버스를 타고 '화서문'에 내려 여행의 시작점을 걷는다. 

'화서문'은 성 공간에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는데 약간 넓은 평상처럼 만들어져 낮잠 한숨 자고 가고 싶지만 먼저 자고 있던 아주머니가 방송으로 혼나는 걸 보고 턱에 걸쳐 바람만 쐰다. 

바람이 시원한데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편의점 옆에 있는 인포메이션에서 지도를 얻고 낮시간 동안 열려있는 행궁과 행궁 가는 길을 먼저 산책하기로 한다. 

가는 길에 아기자기한 카페들과 공방들을 보면서 흡사 '전주 한옥마을'과 '경주의 한옥마을'과의 공통분모들을 찾는다. 이제 새로 올린듯한 한옥 건물들의 쓰임새도 그렇고 재미있는 구석들이 많다. 

골목골목을 눈여겨보며 걷다가 조선 여류화가 '나혜석 생가터'를 걷는다. 

그 생가터를 기념하듯 벽화들과 '나혜석'의 생전 그림들이 그 시절 그 화가의 관점에서 아이스크림처럼 스며든다. 골목에는 살구나무와 텃밭들이 살갑게 꾸며져 있다. 

길을 계속 걸어 화성 행궁의 정문 쪽으로 올라간다. 행궁의 정문에 도착하니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생각나 바나나 우유를 사러 행궁길에 잠시 들린다. 행궁길을 호기심 있게 쳐다보다가 유기농으로 만든 빵가게를 유심히 보게 되고 맛있게 생긴 초코빵도 함께 챙겨 행궁으로 접어든다. 

이달까지 카카오톡으로 '수원시'와 친구를 맺으면 입장료까지 무료라니 더욱 즐거운 기분으로 시작하게 된다. 






행궁의 초입 '신풍루'는 '국왕의 새로운 고향'이란 의미로 정조의 수원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곳이다. 


 



'좌익문'은 중앙문 다음에 있는 문으로 곁에서 돕는다는 의미란다. 중앙은 왕이 좌우는 문무관이 지나가는 문이라 한다. 




'봉수당'은 화성 행궁의 정당으로 정조대왕이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연 곳이라고 한다.  




'경룡관'은 장락당으로 들어가는 누문으로 경룡은 제왕을 상징하는 큰 용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낙남헌'은 1795년 혜경궁 홍씨 회갑연 기간 중 과거시험과 양로연등 여러 행사가 열렸던 곳으로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라고 한다.  




'득중전'은 정조대왕이 화성행궁 안에서 활을 쏘신 곳으로 모두 명중시켜서 득중정이라 했다고 한다.



'화령전'은 초상화가 있는 정조를 모시는 신당이며 순조가 이를 모시기 위해 자주 들렸다고 한다.




'유어택'은 정조대왕이 행차 중 잠시 머물며 신하들을 접견하시던 곳이다 



'외정리소'는 임금 행차 시 화성 행궁에서 치러지는 행사를 준비하던 곳이다 



'복내당'은 화성행궁의 내당으로 평상시에는 화성 유수의 가족들이 거처하던 곳이다



'집사청'은 궁궐의 붓과먹벼루를 보관하며 대궐 열쇠를 간수하고  설비 비품을 관리하는 관청으로 잡다한 사무를 보던 집사들이 사용하는 건물이다




'미로한정'에 올라 행궁과 수원시를 내려다본다. 정조가 그 의미 그대로  '장래 늙어서 한가하게 쉴 정자'라는 의미답게 세상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정자에 선 정조의 시점에서 그리고 그 위에서 세상을 내려본다. 

그의 마음에 빙의되어 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그려보려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문을 닫는다고 재촉한다. 

이렇게 저렇게 모습만 담는데 여자분으로 목소리가 앙칼지게 들려와 항복하고 내려온다. 

오늘은 아쉬운 크로키로 만족하고....  




주차장에 있는 길을 따라 '팔달산'으로 오른다. 

오르는 길은 계단으로도 차도로도 잘되어 있어 편히 오를 수 있다. 

한 십여분 오르니 '약수터'가 나온다. 약수터에서 시원한 한 모금에 임금이 된 듯 마음이 평온해진다. 

계단을 올라 '화성장대''서노대'에 올라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원의 모든 것을 한눈에 담는다. 

가늠할 수 없었던 수원성의 규모도 멀리까지 다 보여 한눈에 수원의 희로애락이 다 담긴 듯하다. 

'서노대'에 오르니 수원에서 내가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듯한 우쭐감마저 생긴다. 

'화성장대' 평상에 앉아 빵을 먹으며 저녁노을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멀어 '팔달문' 방향으로 하산한다 




성벽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효원의 종'에 들러 시간이 지나 타종하지는 못하고 사진만 찍고 '서포루'를 지나 '서남치'에 이른다. '포루'는 유사시에 감시와 공격을 위해 쓰이는 누각이고, '치'는 일정한 거리마다 성곽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오도록 한 구조물로 가까이 접근하는 적군을 감시 공격하기 위한 곳이다.  

한참 가니 '서남암문'이 나타나 암문을 통해 '서남각루(화양루)'에 도달한다. 

안내문을 보니 복원한지 오래지 않은 것 같지만 운치도 있고 적막함이 흘러 생각하기 좋다. 

'서남암문'으로 되돌아와 성을 따라 내려간다. '남포루'와 '남치'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지만 멀리서 '팔달문'이 보이는 게 마치 남대문 같기도 홍콩 시장의 한 곳 같기도 하다. 

거의 다 내려올 때쯤 '행궁동의 길'이 번화하고 생동감 넘쳐 보인다




조금 더 내려와 '팔달문'을 따라 돌며 '수원 향교'의 모습이 정겹다. 

마치 터키의 마켓 같기도 한 '영동시장'의 메인 길을 지나 '수원천'을 건너 '푸드트럭'이 젊은이들의 발길을 잡아 놓는다. 항상 스테이크 집이 만원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 공간을 지나 '지동시장'을 탐방한다. 

채소와 어패류 고깃간이 줄지어 있다. 되돌아와 '순대타운'에서 푸짐한 '순대볶음'을 한판 시켜 먹으며 수원의 넉넉한 맛을 보고 '수원역'으로 돌아와 메인 거리를 걸으며, '격세지감'을 느끼며 서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는다. 




201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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