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흰나비 애벌레, 배추흰나비, 같은 공간 다른 느낌, 생명,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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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보다 참혹할 수 있을까?
이렇게 빠른 시간에 점령당하긴 처음이다. 얼핏 보면 아무도 없는 그곳이 조금씩 빠른 속도로 점령되어 가는 것은 전례를 본 적이 없다.
아무런 소리 소문 없이 이렇게 처참한 현장만 간신히 남기다니....
그 현장에 아름다운 그것이 날아든다.
마치 시골처녀가 도시에 가서 아름다운 귀부인이 되어 돌아온 것처럼 우아한 하얀 날갯짓으로 그 현장을 쓰다듬으러 왔다.
그 날갯짓이, 햇빛에 빛나는 아름다운 우윳빛 자태를 쳐다보자니 전쟁의 상흔이 그 작은 몸짓에 가려져 내 눈에 보이질 않는다.
마치 장님이 된 것처럼 그 하얗고 뽀얀 몸짓밖에 보이지 않는다.
너울너울 바람도 없는데 마치 바람을 만들어낼 것만 같다.
그 한 번의 날갯짓에 화분이 쓰러지고 집이 무너질 것만 같다.
그토록 강한 몸짓은 어느 전쟁터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하얀 몸짓은 전쟁으로 황폐화된 내 마음을 다시 살리고 간다.
나에겐 모든 작물들을 잃은 짙은 전쟁이었고, 그녀에겐 성장의 향기를 맡은 고향의 추억으로...
배추흰나비 그녀에겐,
2017, 0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