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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07. 2017

화서문 수원성 밖으로 구름과 아파트가 성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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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hongikgaepo



아침부터 역시나 비가 온다.

7월 주말 내내 비가 오더니 8월이 돼서도 비로 시작하는 일요일 아침이다. 

어제 폭염의 정점을 찍더니 그 폭염을 진정시키려는 듯 물을 뿌리는 것 같다. 

뉴스에서는 태풍 '노루'가 우리나라로 안 오고 일본을 통해 올라가면서 더운 공기를 밀어 올려 더 극성이라고 한다. 

쏟아붓는 비를 조금 피해 지난번 수원 화성을 다 돌지 못해 나머지를 다 걸으러 느지막이 '수원역'으로 간다. 

사실 역사적이고 인문학적인 핵심 부분은 '화성행궁'과 '서장대'라 이전에 다 돌았고, 오늘은 수원성 이면의 미학적인 부분에도 더 초점을 맞추어 한 바퀴 완주해 돌아 걸으러 간다.  




'수원역'에서 버스를 환승해 '화서문'에 도착한다. 

'화서문'은 저번에 '행궁'을 가기 위해 시작했던 수원 문중 하나고 내가 좋아하는 문중 하나다. 

'화서문'에 올라서면 마루가 있는데 거기서 부는 바람은 정말이지 마냥 시원한 '동네 바람'이다. 

그 동네 바람을 맞으며 비가 어느 정도 그치자 스케치를 할 도구를 펼친다. 

약간 계단 쪽에서 부감으로 내려다본 성의 모습은 여름에 더위를 피하는 동네분들의 사랑방이자 여행객들의 쉼터 공간이자 조선시대 성 디자인의 최절정이다. 

'서북 공심돈'은 적의 동향도 살피며 공격도 가능한 건축물인데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다워 성문 자체가 완벽한 예술품이다. 그 조각품을 그림에 박아내고 여유롭게 집에서 가져온 여름과일을 먹는다






오늘은 성을 한 바퀴 돌기로 했으니 방향을 '장안문'방향으로 잡고, 그친 비로 촉촉해진 성곽길을 걷는다. 

비가 그치자마자 들이닥치는 따가운 햇빛 때문에 선크림으로 무장한다. '북포루', '북서포루'를 지나며 수원의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공존하는 성곽 안쪽 집들과 바깥쪽 집들을 본다. 집이란 그 효용적 가치와 다양한 형태의 모양만으로 그 존재감이 있다. 인간이 주거하는 인간의 허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십오 분 정도 걸어 '장안문'에 도달한다. 과거 일 때문에 왔을 때는 '수원 갈비축제'가 열리는 공간이 '장안문' 일대였는데 이렇게 길을 걸으며 그 문을 보고 있자니 그때 무심했던 게 미안해 찬찬히 꼼꼼히 성문을 살펴본다. 성 앞 건물에 그려진 벽화가 어우러져 성 주변이 더욱 운치 있다. 

'북동적대'와 '북동치'를 지난다. 용도와 쓰임은 비슷한 듯 다르지만 모양까지 다양해 멋있는 공간이다. 




조금 더 내려가니 '북수문(화홍문)'에 도달한다. 

물이 흐르는 위에 문이 있어 바람도 마음도 시원하다. 

'화성어차'가 지나가는데 탑승한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구경이 된다. 

이 근처 옛날 여관의 이름과 모습들 역시 풍경이 된다. 

'비너스장' '에펠장' 한때는 잘 나가는 공간의 산뜻한 숙소들이었으리..

흐르는 물소리와 시원한 마시는 물과 함께  문 마루에서 휴식을 취한 뒤 걸음을 재촉한다.

'동북각루'에 올라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는 의미의 '방화수류정'을 바라본다. 

지대가 높아 주변이 한눈에 보이며  여유로운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한참 걸어올라 '연무정'이라는 커다란 공간 옆에서 '국궁체험'을 본다. 

활이 생각보다 쉬이 나가 보이지는 않는다. 

'동북공심돈' '소라각'이라고도 불리는 공간은 비상시 적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으로 마치 현대 건축물처럼 성안에 성을 만들어 완벽한 공간처럼 만들어 놓았다. 마치 엄마의 자궁처럼 안전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방을 다 살필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공간이다.  


'동북노대'는 다연발 활인 '쇠뇌'를 쏘기 위한 곳으로 조금 넓고 사각 모양의 공간으로 되어있다. 

'창룡문' '동일포루'에서 기구가 떠 있는 걸 본다. 

기구는 높이 올라 수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성을 돌기로 했으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탑승하기로 한다. 성을 걷는데 성 밖으로 구름과 아파트가 성을 이룬다. 

마치 수원 화성과 대치하며 전쟁을 벌일듯한 분위기로....

'동일치' '동포루' '동이치' '봉돈'을 지난다. 

'봉돈'은 우리가 아는 '봉화'인데 평상시에는 하나에 불이 켜지고, 적이 국경에 나타나면 2개, 국경에 도달하면 3개, 국경을 침범하면 4개, 적과 아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면 5개를 켠단다 





'동이포루'에서 보이는 교회 역시 근대유물 같아 보인다. 

'동삼치' '동남각루' '남수문'을 지나  '지동시장'에서 꿀빵을 먹고, 도로 한가운데 위용을 자랑하는 '팔달문'을 지나쳐서 '팔달사'에서 물을 채우고 '팔달산'으로 오른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어두워지는데 '남치' '남포루'를 지나서 '남암문'을 지나쳐 '서남치' '서포루'를 지난다.  

'효원의 종'을 지나 공사 중인 '서암문'을 돌아 '서장대 (화성장대)'에서 어두워지는 수원시의 야경과  밝아지는 조명을 바라본다. 

서장대 마루에 앉아 있자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분다. 

어두워지는 하늘에 야경을 카메라에 몇 장 담고 '서이치' '서포루' '서일치' 를 지나서 '북각루' '화서문' 낮시간 스케치했던 그 자리로 되돌아온다. 

낮과는 또 다른 화려하게 빛으로 변신한 '화서문'을 보며 수원이 한껏 더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017.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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