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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31. 2015

첫사랑길, 철종의 -강화도 나들길 14코스

용흥궁-청하약수터-남장대-찬우물약수터-철종외가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조금 여유를 가지고 싶었다.

달달한 설렘도 느끼고 싶었고, 그래서 오늘은 강화도 터미널에서 바로 갈 수 있는 철종의 첫사랑을 테마로 잡은 듯한 강화도령  첫사랑길을 걷기로 했다.    

올봄에 방문했던 ‘용흥궁’에서 시작해서 걷기 시작하는데 길 한편에 과거 강화도를 주름잡던 섬유회사의 굴뚝을 기념 삼아 전시해 놨다. 강화도가 관광의 도시가 아니라  먹고사는데 급급했을 때는 그들의 생계는 섬유를 만들고, 섬유회사의 식사를 책임지고, 그들의 식료품을 팔고, 그렇게 이어져 왔겠구나 싶어 강화의 몇십 년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중앙시장 초입에 있는 부동산에 붙어 있는 구가옥 집들을 살펴보니 서울과는 비교도 안되게 저렴하다.. 그냥 여기서 조용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섬들을 별들을 바라보며...    

중앙시장을 거쳐 골목길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가는 길은 마치 70년대에나 존재했을 법한 집들과 골목이 펼쳐졌고, 그 풍경의 끝에 산으로 오르는 길이 열려 있었다. 조금 올라가고, 철종이 첫사랑을 만났었다는 ‘청하 약수터’에 도달했다.

만남..... 만남이 주는 설렘은 인간이 가지게 되는 여러 감정 중 다시 경험하고픈 감정이다

메마른 나의 가슴에 첫사랑이 떠올랐다.

그녀는 잘 살고 있겠지...

언젠가 영화에서처럼 드라마틱하게 다시 재회할 날도 있길 기대하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본격적인 남산을 올라가는 길이었다. 조금 올라가니 산성을 보수하고 계시는 분들을 뵙고 그분들을 지나쳐 바람이 너무도 시원한 솔숲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바람이 솔솔 부는구나‘    

이런 표현은 솔숲에서 기원하는 것 아닌가 싶다.

바람소리는 아무리 들어봐도 ‘쓰~쓰~~~’ 하고 부는데    

숲길에는 도토리나무의 끝을 잘라서 떨어뜨리는 다람쥐와 청설모 덕분에 사방이 도토리 천지였다. 도토리를 밟고, 도착한 곳은 남산의 ‘남장대‘ 북한의 개성이 보일 정도로 시야가 좋은 곳이었다. 사방이 바다와 호수와 섬과 들이었다.

때마침 중년의 여성분이 오셔서 조용히 남장대에 앉아 계시더니 훌쩍훌쩍 우신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살면 무언가 답답한 마음이 훌훌 털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조용히 자리를 잡아 스케치를 한 장 끝내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에버리치 호텔‘을 지나 한참을 가는데 공사 중이라 길을 잡아주는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자원봉사하시는 분의 전화 도움으로 길을 잡아서 다시 간다. 언덕을 넘어 도착한 곳은 ’찬우물 약수터’

역시나 물이 말라있다.

‘혈구산‘의 등산로 입구이기도 해서 주변 아줌마들이 호박이랑 깻잎 등을 모아다 팔고 계셨다.

하나 사드리고 싶어도 짐이 무거워져 맘만으로 사드리고,

솔숲을 지나 들판을 지나 철종의 외가에 도착했다.

철종이 동네 꼬마일 시절을 떠올리며, 사람은 사람에서 시작하는 거지 자신의 지위나 재물에서 기인하지 않는 것이란 이치를 그는 알고 있었을까? 어린 시절 애틋한 사랑에 대해 잊지 않고 찾았음을 하지만 그 아이 봉이는 다른 세상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음을... 세상의 잔인함을 비관하며 그렇게 일찍 세상을 등진 철종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듯했다.         

이제 따뜻한 커피 한잔이 떠오르는 날씨가 됐구나 싶어 커피 한잔 마시는데 문득 누군가와 같이 마시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둑해지는 마을길을 돌아 밝은 달을 따라 서울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201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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