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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Nov 20. 2017

첫눈, 얼음으로 그린 겨울 '도락산'

단양 8경 상선암, 월악산, 소백산, 제봉, 마당바위, 큰 선바위

http://cafe.naver.com/hongikgaepo



겨울이다..


숨겨놓았던 오리털 파카를 꺼낸다. 

아껴 놓았던 가죽장갑도 먼지를 털어놓는다.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되었는데 겨울이 되어 버리니 조금 당황스럽다. 

새벽 나서는 길에는 나무에 잎들이 초록잎까지 포함해 이탈되어 노란 잎과 섞여 연둣빛 융탄자가 깔린다. 

가는 길에 경찰차와 일반차가 사고가 났나 보다. 이럴 땐 누가 중립에서 이야기하지?

버스에 탔는데 창밖에 김이 서려 보이지 앓는다.  



 

월악산 국립공원의 단양분소에 속하는 '도락산'(946)은 도를 깨닭는데 즐거움이 함께 한다는 의미다. 

초입에 위치한 태고종파의 '상선 암자'는 스님이 결혼도 하고 머리도 안 깎는 종파의 불교 종파라고 하며 단양팔경의 '상선암'과 다르다고 한다. 

산을 오르는데 낙엽이불을 덮은 눈이 낮이 되었는데도 녹지도 않는다. 

간혹 얼음 덩어리도 보이는 게 기온이 영하를 치고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산은 완만하게 바위를 타고 계속 오르다 계단으로 바뀐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한 시간 삼십여 분 만에 오른 곳은 '제봉', 그곳에서 친구와 간단한 요기를 한다.  

기온은 낮지만 햇살이 따사롭다. 

따사롭다는 기분은 이렇게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이 길은 길에 표시되어 있는 거리를 믿고 가기에 조금 많이 달라 보인다. 

다시 바위 능선길을 타고 '형봉'과 '신선봉'을 오르며 고도가 높아지니 기온이 더 내려간다. 

저번 주엔 남쪽 산행이라 그나마 가을을 맛보았었는데 오늘은 완전 겨울 날씨로 장갑이 없었다면 손이 꽁꽁 얼었을 뻔했다. 

'마당바위'에 이르러 시원하게 뚫린 시야에  눈이 즐겁다. 

작은 연못 같은 바위틈에 연둣빛 물이 꽁꽁 얼어있다. 

정상을 밟고 다시 와야 하는 곳이므로 간단히 사진만 찍고 올라간다. 그곳으로부터 15분 정도 올라가니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에선 시야도 뚫려 있지 않고 정상석만 덩그러니 있어 사진만 찍고 다시 내려간다. 
























아까왔던 '마당바위'에서 바라보니 '소백산맥'이 한눈에 펼쳐져 보이지만, 월악산 지맥이라 하여 본류인 '월악산'을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 

뜨끈한 국물에 식사를 하고 친구를 먼저 보낸 후 스케치 한 장을 한다. 

얼음연못을 앞에 걸고 봉우리를 그리려는데 물이 붓에 닿자마자 얼어서 얼음으로 그린다. 

간신히 녹여 놓은 붓끝이 갈 때마다 얼음이 앞을 가로막는다. 

나머지 붓은 물에 닿았더니 얼어서 막대기가 되어버렸다. 

갑자기 바람이 크게 불더니 큰 배낭이 뒤집어지고, 몇 가지 물건이 보이지 않는다. 물감 케이스와 붓과 장갑 한 짝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황매산'에서 바람 불 때 안경이 날아가서 잊어버렸다 찾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여러 개가 날아가 버린 적은 없었다. 

그것도 벼랑 위에서.. 

간신히 형태만 만들고 얼어버린 손을 감싸고 짐을 싸는 둥 마는 둥 구겨 넣고 서둘러 탈출한다.  








이제 내려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삼거리에서부터 '채운봉'을 비롯해 봉우리 두 개를 더 넘어 오른다. 

바위산이라 역시 바위의 틈과 틈 사이를 찾아다니며 오른다. 

그렇게 50여분 넘고 나니 거리가 겨우 700미터 줄었다. 

이 산의 거리측정 기준을 잘 모르겠다. 

흙길을 타고 내려와 '칼바위'라고도 하는 '큰 선바위'와 '작은 선바위'를 지나친다. 

마치 작은 산이 우뚝 솟은 것처럼, 천정 높은 비석이 우뚝 박힌 것처럼 그 웅장하고 아름다움이 잊히질 않는다. 오솔길 같은 산길을 30여분 걷다 보니 산 초입에 다가온다. 

펜션 지대를 지나 초입에 카페가 있는 길을 따라 내려오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밑으로 내려오니 기온은 다시 영상 2~3도쯤 되어 보인다.

느닷없는 겨울의 새치기에 가을이 억울하지만 그들의 싸움에 중재도 해줄 여유도 없이 그렇게 얼은 몸을 녹이며 서울로 가는 차에 몸을 실는다. 







201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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