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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Nov 07. 2015

협재 그리고, 비양도. 건너지 말았어야 할.....

제주도의 아름다운 비경을 담고 있는 협재와 비양도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새벽부터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양도의 모습이 마치 신기루처럼 펼쳐진다.

푸른 기운의 그 섬은 마치 걸어서도 갈 수 있을 것처럼 바로 앞에 있었고, 협재에서 그 섬을 향해 걸어가면서

“저 섬을 가면 환상이 깨지지 않을까? “

걱정이 될 만큼 비양도에 대한 짝사랑은 나의 풋풋한 감정을 되살아나게 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이 ‘전복죽‘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서둘러 내려갔지만 그냥 서양식 그리고 우리식 간단 뷔페인걸 알고 조금 실망했지만 길을 나서는 사람에게 든든할 수 있는 밥과 국이어서 맛있게 배를 채우고 선착장으로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가는 길에 비양도를 가시는 이모님들이 농을 던지셔서 가볍게  받아 드리고,

비양도를 가는 배를 타며 섬에서 섬으로 건너갔다.

섬에 다가갈수록 내가 떠나온 제주섬이 점점 눈에 들어 온다.

제주가 너무 큰 섬이어서 육지 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 섬을 가면 또 다른 섬들을 마주할 수 있어 어머니 같은 섬인 제주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어머니의 존재를 항상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비양도를 도착해서 오른쪽으로 도는 방향으로 방향을 잡고 돌기 시작했다.

섬의 규모에 맞게 아기자기한 초등학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 반이 있을까 한 그 섬 분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의 함성이 짓궂게 들리는 것 같다.

화산이 터지며 바닥에서 용출되다 멈춘듯한 용출암들이 곳곳에 있어 이곳이 마치 화산활동이 멈춘지 얼마 안 되는 곳처럼 느껴졌다.

그 바위들은 민속 신앙에서 다양한 해석이 될 듯한 모양들이 많았다.

할망바위라든가 남근석이라든가 여근석이라든가...

여하튼 그 신비로운 바위들을 지나쳐 조금 떨어져 있는 코끼리 바위의 총 천연색 앞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코끼리 바위 앞에서 스케치북을 펼치고, 슥슥 그려나가는데 섬소년들이 자전거로 아저씨들과 지나치다 관심 있게 보아준다. 그 소년들 덕분에 총천연색의 정체를 알게 된다.

코끼리 바위의 아름답게 흰 부분은 갈매기들의 공동화장실이라는 걸....

코끼리 바위를 종이에 담고 다시 걸어서 간 곳은 비양도 등대가 있는 언덕길

거기서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비양나무와 멀리 바라보이는 제주섬의 자태 하나하나가 조화롭게 느껴져서 잠시 황홀경에 빠진다. 언덕을 오르고 오르니 양 옆에 대숲을 지나 언덕의 끝 하얀 작은 등대가 위치한다.

그 등대를 등지고 제주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눈에 담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우리나라에 있구나

내 나라 내 땅이어서 이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구나

고맙게 느껴졌다.    

스케치북을 펼치고 한참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데 무언가 한쪽 얼굴이 어색한 동네 강아지님이 내 앞에 척 앉는다. 그 강아지는 내 앞에서 제주를 바라본다.

마치 제주에 자신이 남겨놓고 온 짝을 생각하고 바라보고  그리워하듯이....

그 강아지의 맘에 동화되어 강아지의 외로움을 그려나간다.

다 그릴  때쯤 좋지 않은 상황과 소식으로 인해 조용히 비양도를 남겨놓고 비 오는 제주섬으로 가는 배를 탄다.

그 섬은 다른 섬의 얼굴을 보는 방법이라는 걸 조용히 깨달으며.....              

201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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