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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an 09. 2018

춥지만, 약 사러 다녀올게....

중앙시장, 황학동 시장, 보령약국, 영풍문고, 명동, 백범광장, 해방촌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약 사러 다녀올게..

나는 여기저기 빼꼼 호기심이 많다. 약을 사러 가면 약만 사지 못하는 이유에 친구들과 어디 여행을 하면 이미 그 여행의 목적을  잊고 다른 것에 심취할 때가 많다. 

그래서 아예 약 사러 다녀오는 길을 길게 하루로 잡고 편히 보고 싶은 것들을 다 보고 오는 편이 맘이 편하다. 

그래서 내가 약을 사러 다녀온다는 말은 약 만사고 오겠다는 이야기보다 군것질도 하고 책도 보고 허튼짓도 했다가 빼꼼히 가보지 못한 곳도 들려보며 나의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고 오겠다는 이유이다. 

어디가 모자라서 약을 먹는 거는 아니다. 

뭐 어디가 모자라면 약을 먹을 수 있지만 말이다. 

단지 감기가 심하게 들었을 뿐이다. 

약을 먹으면 하루라도 빨리 낳으니 약을 먹어야 한다.




약을 사러 빈 가방을 메고 동네 마트에 들러 이 겨울 비싸다는 채소 중에 제철 맞은 양배추와 제주 무를 가방에 넣어 거기서부터 약을 사러 간다. 

421번 버스는 서울을 한눈에 보여주어 내가 애용하는 전용버스다. 

'삼각지'부터 '서울역' '명동'을 거쳐 '중앙시장'에 나를 모셔주면 거기서부터 약을 사러 간다. 

'중앙시장'에서 제일 불나는 곳은 호떡집이다. 

부산에 가면 '씨앗호떡'이 불이 난다지만 여기서는 씨앗호떡집이 부럽지 않아 보인다. 

각종 청과물과 그릇가게를 거쳐 '곱창골목'이 나오면 거기서부터 '황학동 시장'이다. 

사실 여기서는 그렇게 많은걸 건질 수는 없다. 이미 다구비되어 있는 것들이어서 단지 추억팔이 용품 뒤적거리거나 외국 과자나 상품을 몇 개 사는 게 나의 임무 아닌 임무다. 

몇 가지 중 대만 과자의 득템이 인상적이었던 '황학동 시장'을 뒤로하고 나는 동대문을 지나쳐서 '수목시장'으로 간다. 

제주에서 봤던 '감귤'이 작은 나무에 달려있어 탐나지만 기를 공간 부재로 사진만 찍고 온다.

'종로 5가 약국'이 일요일이라 반쯤 문 닫았다. 

어부지리라고 가려했던 '보령약국'이 닫아 그 옆 약국에 들러 사려했던 감기약과 정로환 등 상비약을 산다. 

종로를 걸으며 종로 골목골목으로 '북한산'과 '인왕산'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종로 풍경이 달라졌다. 

버스정류장을 중앙으로 몰아놨다. 

버스를 타려면 중앙으로 나가야 한다. 종로 젊음의 거리를 지나쳐 '보신각'을 바라본다. 

며칠 전 여기엔 이 자리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벌써 일주일이 지나 과거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과거보단 미래에 더 집착한다. 과거는 변화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과거를 살펴야 더 나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 

명동 쪽으로 방향을 틀어 '영풍문고'에 들린다.  

'언어의 온도', '명견만리', '미 중 전쟁'  이란 책이 눈에 띄는데 그중 '명견만리'를  집어 책장을 넘긴다. 

과거의 분석을 통해 미래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담담히 풀어놓았다. 

머리가 똑똑해지는 기분이다. 

기분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시 나와 명동으로 방향을 튼다. 

사실 어딘가 여행을 다녀오면 서울이 제일 그립다. 

서울의 모습이 제일 애착이 간다. 

여행이란 자기 공간의 애착을 더 확장시키기 위한 자기사랑일지도 모르겠다. 

명동에 외국인이 많아졌다. 

국적도 다양해 보인다. 

이 추운데 거리의 화가도 언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천천히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명동을 지나쳐 남산 케이블카 방향으로 오른다. 

겨울의 케이블카는 차가운 도심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케이블카를 지나쳐 '백범광장'에 멈춰 선다. 

항상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 그 자리엔 있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듯해 다행히 나만 즐기는 아름다운 풍광, 그곳을 백범 선생님이  잘 왔다며 강단 있게 맞아 주신다. 

오늘 감기에 날도 추워 귀차니즘이 발동했지만 이 풍광을 그냥 두고 가면 집 아랫목에서 후회할 것 같아 손이 시린데도 물감을 꺼낸다. 

조명이 어두워 색이 보이지 않지만 그냥 담담히 그 풍경을 그려 넣는다. 

30여분 스케치를 하자 예쁜 연인이 올라와 눈치를 주길래 조용히 스케치북을 접는다. 

스케치북을 접고 내려오니 조용했던 연인이 조용하지가 않다..

조금 더 일찍 비켜줄걸 그랬나 보다. 






다시 '해방촌'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감기약 사러 왔다 감기약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약이 필요 없어질까 봐 서둘러간다. 

내가 좋아하는 지점이다. 

'서울의 별' 내가 나름 이름을 만들었다. 

요즘 루프탑이 인기를 얻으며 가게들이 하나둘 들어서곤 있는데 오히려 풍경이 되어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해방촌'과 '이태원'을 지나 나의 따뜻한 방으로 향한다. 

뜨거운 뱅쇼 사진을 보니 뜨거운 와인에 감기약을 먹어야겠다. 





2018.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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