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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an 15. 2018

'고대산'으로 가는 통근열차를 타고 과거로....

도심 일출, 동두천역, 신탄리역, 통근열차, 고대봉,  표범폭포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오랜만이다. 

도심에서 일출을 보기가.. 시뻘건 불덩이가 둥실둥실 두둥실 떠오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저 얼굴을 무료로 아무런 대가 없이 마주해도 괜찮은 건가? 

저 성난 아름다운 얼굴을 그냥 이렇게 마주해도 별 탈 없는 건가? 

의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다. 

그렇게 한참을 셔터를 누르며 버스정류장에서  넋 놓고 서 있다. 




오늘은 국철을 타고 과거 허겁지겁 와 본 적 있는 철원 '고대산'을 간다.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새로 생긴 DMZ 열차를 타고 바로 가거나 동두천 역에서 통근열차를 갈아타고 '신탄리역'으로 가거나.... 

사실 한번 와본 산은 조금 마음이 놓이면서도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마치 헤어진 여자 친구를 오랜만에 보는 담담하면서도 설레는 감정이랄까? 

동두천역에 도착하니 9시 50분, 통근열차 시간표를 보니 9시 30분에 이미 떠났다.. 

다음 열차는 11시 30에 있다니 고민하다 '고대산'으로 가는 두 분이 있어 같이 버스를 알아보니 39-2가 1시간 50분 걸린단다. 

계산해보니 버스가 30여분 더 빨라 버스를 탄다. 

통근열차야 오면서 타보면 되니... 

그래도 부산도 아니고 집에서부터 4시간 걸려 가는 게 최단시간이라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 1시간 만에 도착한다. 

한탄강을 비롯한 로컬버스여행을 하고 나서 고대산 입구로 움직인다





코스가 1코스, 2코스, 3코스가 있는데 3코스가 제일 길고 2코스가 제일 짧다. 

급조된 일행인 두 분과 2코스로 오르기로 한다. 

누님 한분과 동갑인 한 남자분이셨는데 쿨해 보이셔서 동행으로 무리 없으신 듯하다. 

올라가는 데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행이 있는 게 덜 힘들다. 혼자 꾸역꾸역 걷다 보면 급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다. 

산 입구에 보니 생각보다 눈이 많이 오지 않은 것 같다. 

요 며칠 너무 추워서 상고대도 은근 기대했는데 상고대는 못 볼 날씨다. 

중턱에서 누님 되시는 분이 과일을 내어놓아 숨을 돌리고 간다. 

다시 올라가니 '말등바위'가 나온다. 거기서 사진을 찍고 다시 올라가니 암릉구간으로 된 '칼바위'가 나온다. 

눈으로 덮여 있어 조금 더 위험해 보인다. 날렵한 그 길을 조심조심 걷다가  눈이 계속 쌓여있는 구간을 지나니 '팔각정'이 있는 '대광봉'에 도착한다. 

거기서 잠시 일행이 되어 주셨던 누님분은 일행을 찾아가고, 나이가 동갑인 그분과  '삼각봉'을 지나 고대산 '고대봉'으로 올라선다. 

북한 쪽을 보니 '백마고지''노동당사'까지는 보이지만 북한 땅은 희미해 보인다. 

걸어왔던 삼각봉 쪽 봉우리가 괜찮아 보여 일행이 돼주신 분께 인사를 하고 정상 구석에 앉아 스케치를 한다. 

바람이 차가워 역시 먹물도 물감도 얼지만 '소백산' 보다는 낳다. 칼바람 그 추위를 견디고 나니 어떤 추위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얼은 먹물로는 섬세하게 그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3코스로 내려오며 군부대를 조심히 돌아 나온다. 

이 방향은 음지인지 계속 눈이 깔려있다. '마이울'을 지나 한참 내려가니 커다란 '표범 바위'가 눈에 보인다. 

돌아서 내려가니 보이는 얼음의 '표범폭포' 그 모습이 장관이다. 

조금 일찍 내려온 덕분에 한 장 더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얼음으로 고드름으로 이루어진 그 얼음폭포를 스케치북에 담는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사라져 가며 그림이 끝날 때쯤엔 산에는 나 혼자 있는 것 같다. 










도구를 정리하고 배가 출출해 늦은 점심을 먹는다. 

사람들은 밤이 되면 산을 내려간다. 

점점 어두워지는 어둠을 따라 30여 분 만에 하산하고 '신탄리역'으로 와서 통근열차를 기다린다. 

6시 30분에 있다던 기차는 정확히 38분에 있었다. 

시간이 남아 동네 산책을 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4년 전쯤에 왔을 때 보다 동네가 조금 더 활기 있어 보인다. 

음식 가게들도 더 많아져 조금 더 활기 있어 보인다. 

시간이 되어 '통근열차'를 타고 한 시간쯤 움직인다. 

이상하게 이 열차는 옛날로 회귀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추위에 떨어서인지 꾸벅꾸벅 졸면서 마치 과거로 가는 것 같은 열차, 하지만 현재 동두천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인천행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201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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