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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14. 2018

'루프탑' 그곳에서의 시원한 하루

그림, 반포대교, 한남동, 주성동, 루프탑, 전망, 옥상, 식체, 하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전날 먹은 토스트가 문제였다.


명치끝이 아리기 시작하더니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정신을 못 차리겠다. 

5년 전 식중독으로 하루 종일 누워있던 그때 이후 다시 이렇게 고통스럽다니.... 

덕분에 토요일 일요일 조금이라도 돌아다닐 수 있는 아까운 시간들은 침대에서 베개를 붙잡고 배앓이를 하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몇십 번의 구토와 약들로 찌들어 뱃속이 아주 하얘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쯤 왠지 옥상으로 가는 문이 열려 있을까 궁금해서 올라가 본다. 


"이런! "


2층 할아버지가 항상 잠그시던 옥상문 손잡이가 아예 떼어지고 없다. 

옥상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지 기분 좋게 잘 떼어놨다 싶다.






요즘 루프탑이 인기다. 

우리 집 입주 이유 중 첫 번째가 '마당'이고 두 번째가 '옥상'이다. 

요즘 루프탑이 유행이라는데 여기엔 카페를 차려도 찾아서 올 만큼 아름다운 도심 풍광이 사방에 존재한다. 

녹음도 충분히 차지하고 있고 한강도 시원하게 뻗어 있다. 

'반포대교'는 항상 내가 즐겨 걷는 길 같은 다리지만 멀리서 보면 또 다른 그림 같은 모습이다. 

알게 모르게 한강의 라인이 바뀌어 있다. 

시멘트를 깨어내고 나무와 풀들로 바꾸어내더니 지금은 수변이 녹색으로 가득하다.

이런 풍광을 보려면 '남양주'나 '팔당'으로 가야 보이곤 했는데 이제 서울의 수변이 바뀌니 기분이 좋다. 


오늘 하늘은 조금 우중충하다. 

한쪽에선 천천히 구름이 까맣게 몰려오고,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게 변화무쌍하다.

배 아픈 것도 잊고 빠르게 내려가 물감과 스케치북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와 사방으로 사진을 찍고, 반포대교 방면 저 멀리 '관악산'까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을 그림에 박아 넣는다.

강의 남쪽으로 제일 높은 산일 게다.

비행기를 타고 위에서 봐도 '관악산'의 규모는 굉장하다.

여러 번 가봤어도 그 산을 잘 모르겠다.

그만큼 규모 있고 아름다운 산인데 그 산이 배경이 되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리려고 내려다보니 무언가 1프로 부족하다.

'조금 더 위에서 그릴 수 없나?' 

주위를 둘러보니 창고 지붕이 보인다.

간신히 올라갈 수 있게 받침대도 한쪽에 놓여 있다.

"옥상 위에 옥상"

완벽한 루프탑이다.

거기서 보는 풍광은 조금 더 완벽해 보인다.










그림이 완성되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니 하늘이 심상치 않다.

검은색 구름이 몰려오고 있고, 슬쩍 바람까지 분다.

아무래도 비가 올 듯싶다.

짐을 챙겨 내려가서 빨래를 걷고 보니 한두 방울 툭툭 내리는듯하다.

처마에서 오랜만에 빗소리를 들으니 

체한 가슴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듯하다.



 


201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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