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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21. 2019

비 오는 '강화도 나들길 15코스'와 조양 방직 카페

강화도, 강화남문, 강화동문, 조양 방직 전시관, 강화성, 고려궁 성곽길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주말 새벽, 빗소리가 묵직하다.

빗소리를 듣고 나니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과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이 한 시간 정도 싸우다 비 오는 날 운치 있던 산을 기억해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영등포역에 도착하니 얼마 전 기사에서 본 대로 길가의 노점분들이 다 사라졌다.

한편으론 깔끔하고 한편으론 그분들의 생존권이 걱정이다.

때마침 온 88번 버스를 타고, 빗길을 헤치며 '개화산 방향'으로 가다 '김포신도시'로 빠진다.

김포신도시부터 시골길로 구비구비 꺾어가다 보니 세차게 내리치던 비가 약해지며 '강화대교 염하'를 건너

'강화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새벽부터 움직여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허기가 져서 터미널 근처에서 고깃집 김치찌개로 배를 채우고 오늘 걷기로 한 '나들길 15코스 고려 성곽길 남문 방향'으로 이동한다.  






강화성 '남문'에서 시작하니 동네로 들어간다.

성곽 따라간다고 하더니 동네로 들어가는 게 미심쩍어 동네분께 여쭤보니 더 모르시는 듯하다.

우산 쓰고 안절부절못하다 그냥 가던 데로 리본 따라간다.

소방서 근처 못 가서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대로 올라가니 밭을 따라 울타리를 따라 엉겅퀴가 있고 애기똥풀이 있다.

숲으로 들어가는 초입 아카시아 향이 비에 젖어 더욱 짙게 느껴진다.

숲길을 걷다 '강화성'을 가로질러 '청하도 약수터' 가는 방향으로 '생태 체험숲'이 나오고, 쭉쭉 뻗은 '잣나무 숲'을 가로지른다.   

'청하동 약수터'에 도달하니 물은 나오지 않고, 나들길 세 코스가 교차하는 교차로 같은 역할을 한다.

산길을 따라 오르니 '남장대'가 있는 '남산'을 한 바퀴 뺑 돌은 듯하다.  

삼거리에서 '남장대'로 가서 전망을 내려보려는데 하얀 안개로 가득해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길이 어디로 가는지 나타나지 않아 성 따라 내려가니 비가 그치고 안개가 조금씩 걷히더니 환상 같은 전망을 보여준다.

성벽의 아름다움과 함께 보이는 전망은 마치 외국 어디 시골 같은 분위기다.

아무래도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나들길 지킴이분께 전화를 하니 다시 '남장대'로 되돌아가 삼거리에서 이동해야 한단다.

역시 이정표 없이 움직이려니 길을 찾을 수 없다.

되돌아가 삼거리에서 '국화리 공동묘지' 방향으로 이동한다.   








산길을 걷다 비 오는 날 공동묘지는 정말 오싹오싹하다.

더더군다나 묘지가 멀찍이 있는 게 아니라 무덤과 무덤 사잇길로 다니다 보니 더 으스스하다.

고개를 돌렸을 무렵 '노루'가 한 마리가 무덤을 넘어 뛰어간다.

녀석도 사람을 발견하고 놀란 모양이다.

묘지 사이를 지나 마을길을 따라 내려가니 집이 나오고 밭이 나온다.

그 길 따라 내려가니 안개 가득한 '국화 저수지'가 나오고 그 저수지 따라 걷다가 수문관리 건물 10센티쯤 짧은 처마에서 스케치북을 편다.

산의 형태를 그려놓으면 빗물이 들이쳐 산을 녹여놓는다.

스케치북 종이가 두꺼운 편이라 비를 견디지 자칫하면 종이들까지 다 녹아버리겠다.

간신히 비와 함께 그린 그림을 접어놓고, 다음 길로 길을 서두른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차가 뿌린 물에 흠뻑 젖어 화장실에 들린다.

그 앞에 나타난 '서문' 그 서문 건너편으로 카페와 나들길 15코스 지도를 보고 성벽 방향 따라 올라간다.

동네 뒷산길 같은 '정수장 길'을 지나 '강화여고 숲'을 거쳐 아카시아 나무가 쭉 늘어선 호젓한 성벽 길을 지나서 숲길을 따라가니 신기루가 나타나듯 '북문' 이 나온다.

북문을 따라 성벽 따라 걸으니 몇 년 전 공사하던 그 길이 다 완공되었다.

오르고 올라  '북장대'에 도달하니 넓은 공터와 안개로 가득하다.

성벽 따라 내려오니 강화도 성을 지켰을 조상들의 시간과 생활과 역사가 느껴지는 것 같아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임도로 내려오며 커다란 고목을 끼고돌아 '고려궁지'와 '용흥궁'을 따라 내려온다.

시간이 많지 않아 '조양 방직 카페 전시관'으로 방향을 잡는다  






'조양 방직 카페'는 끝나갈 시간이 가까워지고, 비가 내리는 날이었음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입구에서 왼쪽으로부터 돌면 천천히 보게 되고, 커피가 급하다면 오른쪽 조양 방직 간판 밑으로 바로 입장하자. '조양 방직'은 1933년 일제 강점기 때 실업가가 세운 산업공장이었다고 한다.

신소재 섬유의 등장으로 방직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가동이 멈추었고 1958년 폐업했다고 하는데 지금 주인이 그 공간을 소품과 미술작품을 이용해 만들면서 지금의 공간이 생겼다고 한다.

미술을 공부한 필자의 눈에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의 영감이 가득한 공간이다.

강화도에 들린다면 꼭 가봐야 할 장소중 하나로 등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로 가는 버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짧은 시간 많은 감정을 가지고 움직인다.


비 오는 강화는 고대와 근대의 유물들이 현대로 이어지며 삶의 연장 그 대척점에 놓여서 짧게 피었다 사라질 스스로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2019.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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