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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Sep 10. 2019

태풍 링링이 흝고 간 북한산 둘레길 3코스 인수봉 전망

북한산, 정릉, 흰구름길, 구름 전망대, 화계사, 인수봉, 어반 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링링'이란 중형급 태풍이 지나가고, 뒷마당은 아직 푸른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져 녹색 마당으로 변했고, 길 곳곳은 잔 나뭇가지들이 꺾어져 태풍이 지나감을 기록하는 듯했다.

 막상 태풍이 지날 땐 숨어있다 태풍이 지나고 나서 그 흔적을 찾으러 나선다.

 집 뒤에서 가는 버스 143번을 타고 북한산 정릉 구간에 위치하는 '북한산 둘레길 3코스'로 가기 위해 정릉 근처 대우아파트 정거장에 내린다.








'정릉'은 나의 마음의 고향이다.

힘든 마음을 달래주던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북한산 둘레길 3코스를 역으로 가는 시작점인 '북한산 생태숲'으로 이동한다.

가는 길이 상당히 경사지고 그 경사면에 계단이 길게 설치되어 있어 산을 오르고 있는 건지 동네를 걷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태풍 '링링'이 남기고 간 습한 날씨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북한산 생태숲'엔 운동공간과 화장실 등으로 번잡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화장실만 다녀와서 가방끈을 고쳐 맨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 산책길처럼 정리된 아름다움으로 시작했다가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과 열매들의 흔적으로 연결된다.

산 구석구석에 이제 넘어진듯한 나무들이 안쓰럽다.

고갯길을 걷고 능선길을 걸으며 습한 기운에 창궐한 수많은 모기떼들을 피해 숲길을 달린다.

첫 번째 음수대에서 물을 받고 '전망데크'에서 숨을 돌린다.

거대한 바위를 지나 데크 계단길을 넘어 '빨래골 지킴터'에서 맑은 물이 내려가는 걸 보며 마음도 깨끗이 빨아낸다.

멀리서 나비가 퍼덕거리는 걸 보고, 카메라를 꺼낸다.

검정 나비가 무언가 줄기에 걸린듯하여 자세히 다가가 보니 사마귀가 나비를 물고 숨통을 조이고 있다.

오래지 않아 나비의 움직임이 없어지고 사마귀는 저녁식사를 한다.

내가 그들에 개입해야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자연은 자연으로 남겨둔다.

호랑이에게 채식을 강요할 순 없지 않은가?

길은 산으로 오르고 올라 '구름 전망대'를 보여준다.  

나무로 만들어진 4층짜리 구조물인데 고도가 높아지면 모기들이 숨을 곳이 없어 모기도 피할 겸 4층 꼭대기로 올라간다.

단숨에 올라간 꼭대기엔 이 세상 공간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져 있다.

어제 태풍이 지나고 하늘은 선홍빛 노을로 물들어 가며 마치 하와이 같은 미지의 섬처럼 비경을 드러낸다.
'북한산 칼바위 능선'으로 시작해서 '만경대'  불뚝 솟은 '인수봉'을 지나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을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반대편으론 도시가 펼쳐져 그 산의 웅장함을 상대적으로 아늑하고 거대하게 보여주고 있다.

매력적인 비경을 바라보다가 커피를 한잔 하며 40여분 스케치를 한다.

하면 할수록 붉은 하늘빛이 아름다워지는데 차마 이 세상 물감으로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환상의 칼라쇼다.

먹으로만 묵직하게 담을까 했다가 물감이 든 팔레트를 펼치고 만다.


오늘 하루는 이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 너무 뿌듯한 하루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이동하려 움직인다.

전망데크를 지나 '화계사'에 다다르니 어둠이 종이에 먹물 젖듯 스며든다.

어둠 속을 달리는 건 무의미할 듯하여 '화계사'에서 내려와 곤드레 밥으로 저녁을 먹고, 최근 생긴 경전철 '화계 역'을 통해 주말의 저녁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향한다.  









2019.0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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