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재'를 통해 '노고단'을 지나 '토끼봉' '연하천'을 지나 '형제봉' '벽소령' 그리고 '세석 평정'을 지나 '장터목'에서 하루를 묵고 1930미터 높이의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중산리'로 내려오려던 종주의 기대는 산불 조심기간에 걸리면서 무산되었다.
'백무동'에서 올라 '장터목'에서 묵고 '중산리'로 내려가는 단거리 코스만 가능해 5시 기상해 구례에서도 6시 30분 첫차로 구례 기차역으로 이동해 남원으로 가서 로컬버스를 타고 인월 지리산 공용버스터미널에 가서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 탄 후 지리산 자락 아름다운 마을들을 유람하며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
다행히 예상보다 착착 갈아타긴 했지만 산행 시작 시간이 너무 늦었다.
'한신계곡'을 통해 '세석평전'에 들렸다 '장터목'으로 가려던 작은 계획도 무너져 무조건 '백무동'에서 바로 '장터목'으로 오르는 길만 갈 수 있게 열어 놓았다.
마음을 비우고 쉬엄쉬엄 올라간 산은 내가 그리울 때마다 찾던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맞았다.
물도 맑고 나무도 오래되었으며 이끼도 그득하여 큰 산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백무동 길' 은 음지가 많아 땅이 얼은 후 녹지 않아 얼음의 결정체들이 할머니 흰머리처럼 남아있다.
한 시간쯤 올랐을까?
'하동바위'가 나타난다.
바위 생김생김이 잘생김이 묻어 있고, 음지에 있어서인지 이끼와 썩은 고목으로 둘려있어 깊은 산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돌로 만들어진 계단이 차곡차곡 높지 않은 경사로 이루어진 백무동 길은 지리산을 단시간에 오르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길임에 틀림없다.
가을과 겨울의 향기를 맡으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나타난 '참샘'
그 시원하고 씁씁하며 달달한 지리산 청정수를 마시다 보니 순간 가져온 물의 무게가 부끄럽다.
오랜만에 왔지만 지리산은 물이 많고 깨끗해 많은 양을 챙겨 올 필요가 없다는 걸 상기하게 한다.
'소지봉'과 거북바위를 지나니 길은 조금 편안해진다. 음지에서 양지로 벗어나는 듯 마지막 빛을 사르는 듯 해가 강하게 비친다.
시간이 넉넉해 넙적한 바위에 누워 한숨 잠을 청한다.
따뜻한 햇볕에 깊이 잠들었을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해 여장을 챙긴다.
능선이 나와 500여 미터 완만한 길을 따라가니 나타나는 '장터목 산장', 자리를 배정받아 짐을 놓고 나오니 해가 지구의 마지막인 듯 바스러져 가며 달이 마중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