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산소 가는 길

서울시립승화원, 자연장, 설날, 차례, 용미 1리 묘지, 어반 스케치

by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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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내 3 출구로 나와 774번 버스 타고 연대 앞 하차 491-4 나무'

원래는 이렇게 가는 길이 아니었다.

세상이 자주 바뀌다 보니 버스 번호도 바뀌었고 정류장 명칭도 바뀌었다.

내가 유튜브보다 브런치에 관심을 갖고 브런치를 하는 것은 아마도 새것보다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내 성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도 물론 오래 남길 수 있는 기록이어서 정들 수 있지만 확 관심을 끌고 확 잊혀 지는 생리구조가 왠지 별로 정이 덜 가는 장르다.

하지만 모르겠다.

언젠가 마음이 바뀌어 그 유튜브를 보며 과거를 회상할는지는...

정든 물건도 잘 버리지 못하고 애착이 많아 주변 사람들은 내가 물건을 조금 더 정리하고 미니멀하게 살기를 요구하지만 나와 인연을 맺은 물건과 사람들의 흔적은 쉽게 정리하고 싶지 않은 내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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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다음날 부모님을 모시고 할머니 모신 곳으로 간다.

바뀌어진 주소로 바뀌어진 방법으로 가는 할머니 산소는 '수목장'으로 모셨다.

어렸을 때 사람은 죽으면 관에 모셔서 산소에 묻는 과정만 거치는 게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인식이라는 게 무서운 게 요즘 다들 화장을 하고 납골당, 수목장, 자연장에 모신다는 게 당연하듯 해버리니 순응하고 그렇게 모시나 보다.

5년 전 할머니 돌아가시며 흐느끼시던 아버지의 울음이 생각난다.

예전 분들이 대게 그렇듯 할아버지가 젊을 때 돌아가시며

할머니는 과거 힘들고 복잡한 가족 관계를 형성해 오셨고, 아들 딸로부터 미움과 사랑을 함께 받으셨다.

그런 할머니는 지금 편안히 땅속에 누워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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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설과 추석에만 운행하는 셔틀을 타고 묘지에 올라간다.

사무소에서 내려 왼쪽으로 장미터널을 따라 세번째단 중간 나무로 가니 할머니의 성함 '김정심'이 새겨진 나무 푯말이 있다.

할머니의 나무가 계신 곳은 양지도 바르고 공기도 좋다.

음식을 간단히 차리고 절을 드린 후 간단한 스케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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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 모신 분이 한 분 더 계신다.

큰 외삼촌, 큰 외삼촌은 조금 더 위쪽 긴 데크 계단이 있는 수목장 공간에 C-06 303 번호에 '천태빈' 성함이 남겨있다.

외삼촌을 뵙고 평소 외삼촌이 좋아하시던 믹스 커피도 한잔 드린다.

두 분을 남겨놓고 돌아오면서 조금 가벼워진 아버지 어머니의 어깨를 느끼며 산을 하산하는 듯한 기분으로 묘지공원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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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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