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대해 스스로도 의심하며 내가 나중에 신부님이 되었을 경우의 수에 대해 생각하며 막연한 생각에 잠기곤 했는데 이성애자인 나로서는 주인공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데 모든 걸 희생하고 봉사해야 하는 신부님이란 일이 정말 많이 고민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신부님 옆에서 도와드리는 '복사' 일을 몇 년 했었다.
그 일을 하면서 조금 더 진지해지고 고민스럽기도 했지만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 역할을 한 소년이 아니다.
그를 만들어낸 어머니가 주인공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들의 신앙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마음에 씨앗을 심으려 하셨다.
마음밭에 심어진 씨앗은 자라고 자라 가톨릭이 이 땅에 바닥으로부터 스며들어 자리 잡는 작은 마중물을 만드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