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Nov 30. 2015

첫눈을 사랑한 설악산, 두 번째 눈엔 울산바위 흔들바위

첫눈, 설악산, 울산바위, 흔들바위, 신흥사, 그림, 수묵화, 동양화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첫눈은 기다림의 상징이다.


기다림으로 인해 그 첫눈의 이미지는 설렘이 되었고, 그 설렘은 마치 달콤한 아이스크림처럼 우리의 감정을 달달하게 자극한다.

그 설렘의 설악산 '울산바위'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 강원도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원래는 ‘설악산’에 40여 년 만에 개방하는 ‘토왕성 폭포’를 보러 갈 예정이었으나 ‘토왕성폭포’의 공사가 잦은 기상악화로 늦어져서 12월 5일로 늦춰진다는 급보로 인해 전에 가보고 싶었으나 가보지 못한 ‘울산바위‘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로 여유가 있을 것 같았지만 겨울 설산의 위험함을 익히 알고 있기에 조심조심  가려했는데 산은 역시 만인에게 평등하다. 오랜만에 간 설산은 나에게 기대에 부응하는 엉덩방아를 선물하셨고  더욱더 조심히 오르기 시작했다. 산의 초입은 아직 늦가을의 산처럼 바닥에 쌓인 낙엽과 시원한 계곡물의 존재감을 느끼고 시작했으나 중턱부터는 눈이 많이 왔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여기저기 쌓여있는 눈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어느 정도 올라서 암자가 있는 집채만 한 바위들이 군집해 있는 광장에 오르자 이름으로만 들어봤던 ‘흔들바위’가 넓은 마당 바위 같은 바위 위 한쪽 편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치     


“나랑 게임 한판 해 볼래? “    


하고 장난 걸 듯이 장난기 어린 표정을 참고, 하얀 눈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 곳으로부터 조금 올라가자 ‘울산바위 전망대’가 자리한다.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의 모습과 저 멀리 ‘중청’ ‘대청’ ‘소청’의 모습이 천정 위에 올려진 미니어처처럼 아름답게 눈의 흰 색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서부터 조금 경사가 많이 진 계단길을 올라가는데 사이사이 아주 어린 10살 이하 친구들도 많이 보여 그 어린이들의 부모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었다.

아마 처음이라 뭣도 모르고 치과에 가는 어린이를 쳐다보는 느낌이랄까?    


얼마를 올랐을까?

마치 ‘도봉산’처럼 바위의 위엄을 느끼면서 잘생긴 조각 같은 모습들을  바라볼 때면. 젊은 잘생긴 미남자들을 쳐다보며 질투하듯이 그 모습을 자꾸 다시 쳐다보게 된다.

정상에 오르자 정상에는 가건물의 산악구조대원들이 자리를 잡고, 커피와 생강차를 팔기도 했으며 사진을 찍어주면서 자연스러운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 찻값이 불우 이웃에게 돌아간다니 한잔 비싸더라도 먹어둘 필요는 있어 보였다.

그 구석에 앉아 ‘울산바위’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자니 시간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스케치북을 펼쳐 들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오가는 바람에 조금 창피하기도 했지만 눈발이 날리면서 사람들의 체류시간을 줄여주니 나 역시 맘이 급해지기 시작해서 채색 없이 먹선만으로 울산바위의 얼굴을 떠 왔다.


그림을 그릴 때 그림을 감상하시는 분들의 성별에 따라 선호도가 나뉘는데 여자분들은 꽃 그림을 무척 좋아하시고, 남자분들은 산의  바위그림을 좋아하신다.

아마도 그런 취향은 본능적인 것일 수도 있다.

각각 아름다움과 힘에 대한 동경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본능에 충실하고 나서 바로 옆의 봉우리를 올라가서 안내판을 확인한 후 식사를 하고, 여유로운 하산길을 선택해서 가게 되었다.

내려가는 길에는 눈발이 제법 세져서 산에 눈이 쌓이나 싶었는데 조금씩 내려가니 눈이 비로 변해 우산을 펴게 만들었다,

다 내려와서 ‘신흥사’로 들어가 구경을 한 뒤 발걸음을 재촉해 버스정류장까지 가게 만들었고, 속초로 나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c주차장’으로 움직여서 서울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비가 다시 눈발로 바뀌어 날려 영화 속에나 보던 추운 눈바람의 겨울 입구로  들어왔음을 알렸다.    



2015.11.29     

매거진의 이전글 월악산 국립공원-제비봉에서 옥순봉 그리고, 구담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