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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Dec 22. 2015

덕유산, 순백의 무주구천동, 그리고 눈꽃의 향연

하얀 그곳의 색은 넓은 그 공간은 하얀 눈을 밝힌다.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새벽같이 출발해서 도착한 덕유산, 리프트를 이용해서 올라가기 위해 표를 받아 들고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져서 언제가 될지 모르고, 스키장을 바라보며 스케치북을 꺼내 들었다.

덕유산 정상은 어렴풋이 보이는데 스키장을 지나 정상 '향적봉'까지 걸어가는 길은 엄두가 나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리프트의 시간까지 기다리길 세 시간 남짓 스케치를 끝내고, 밥을 먹고, 화장실까지 다녀오고 나서야 간신히 줄을 설 수 있었다.

같은 리프트를 타는 아저씨가 심심하신지 질문을 하셨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은?

첫 번째가 ‘한라산‘ 두 번째가 ’ 지리산‘ 세 번째가 ’ 설악산‘ 네 번째가 여기’ 덕유산‘인데 다섯 번째라....

전에 나무에 부딪쳐 이마에서 피를 흘리면서 다녀온 적이 있는 ‘계방산‘이 정답이었다.      

나는 '계방산'의 첫 이미지가 별로였는데 아마도 '계방산'과의 아름다운 눈꽃을 조우하신 분들은  이미지가 다를 듯 싶다.

줄을 서서 어렵게 탄 리프트에서 바라보는 덕유산 자락의 모습은 눈으로 뒤덮인 그래서 눈꽃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사실 며칠 전 엄청 많은 눈이 내렸다는 이야기에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탔지만 어제도 날씨는 무척이나 따뜻했어서 기대를 조금 줄이기는 했지만 사이사이 나뭇가지들마다 그 흔적들을 고스란히 남아 있어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는 생각의 정당성을 갖게 해 주었다.

리프트에 내리자마자 눈이 조각하고 만들어낸 나무들을 찍어대느라 모두들 정신이 없었다.


"와! 이게 눈이 만들어낸 아름다움들이구나..."


그 아름다움은 ‘향적봉’을 올라가면서부터 대피소를 지나 ‘중봉’에 이르러 ‘남덕유산’ 방향을 바라보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 길들이 눈으로 포장되어 이런 절경들을 만들어 내는구나.


한참을 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가 ‘오수자굴’이 있는 곳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길이 조금 가파로워 스틱을 펴고 조심조심히 내려왔으나 작은 생채기 몇 개를 기념으로 남기며 ‘오수자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작년 늦겨울에 그 많았던 역고드름은 아직 겨울이 숙성되지 않아서 인지 몇 개 보이지 않았고, 덕분에 사람들은 잠시 머무르다가 금방 지나쳐 갔다. 나 역시 한 시간가량 머물며 스케치 작업을 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금방 지나쳐 줬다.    

‘백련사‘란 절이 있는 곳까지는 계곡이 시작되고, 그 계곡은 그림자 속에 눈이 뒤덮혀 순백의 계곡으로 만들어져 눈이 밝아지게 만든다. 그 계곡의 신기한 얼음조각들을 구경하며 맘을 놓다가 너무 늦어질 것 같아 서둘려 ’백련사‘ 있는 곳까지 서둘러 내려왔다.

‘백련사‘부터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탐방 지원센터까지 5킬로미터 남짓... 한 시간 30여분을 남기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무주구천동'의 여러 경치들은 하얀 눈에 포장되어 아름다움을 더했지만 어둠이 금새 내려와 하얀 세상에 막을 내리고 있었다.

     

20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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