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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15. 2016

'봄눈' 그리고 아름다운 '대둔산'

눈, 태고사,낙조대, 마천대, 삼선계단, 동양화, 한국화, 어반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봄비가 내렸다.

봄인지 겨울인지 구분하지 않아도 그냥 그건 봄비였다.

그렇게 산행 전날 하루 종일 내렸고, 깨끗해진 하늘의 산을 방문하고 싶어

처음 가보는 충청남도와 전라도의 경계에 있는 ‘대둔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연락이 되어 제주를 같이 간 적 있는 그 친구와 함께 하게 되었다.        

산에 도착하자 하늘은 싸라기눈 같은 떡가루를 날려주고 있었다.

친구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행과 조금 뒤처져서 사진도 찍고 쉬엄쉬엄 올라갔다.

길은 상쾌한 공기와 어울려 아름다운 자연이었지만 처음 가보는 산이라 긴장되기도 했다.

들머리의 ‘태고사‘를 지나쳐 시원한 약수를 마시며 산 아래쪽의 눈이 묻어 있는 ’ 조릿대’를 보며 이곳이 아래쪽 남부지방 산임을 확인하게 했다. 강원도쪽이나 서울 근교의 산에는 ‘조릿대‘가 없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아랫지방 산과 들에서나 보이는 그것에 이색적인 산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산은 경사가 있어 힘든 편이었지만 오랜만에 경사를 즐기며 봄 눈산의 정취를 느끼기에 만족스러웠다.

산의 위쪽이 보일  때쯤 언덕 위 나무를 누가 있는 힘껏 흔들어 대는 것처럼 나무가 휘청휘청 거리기에 조심조심 올라섰더니 바람이 조금 전과는 달리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다.

그 차가운 바람 덕분인지 나무에는 눈들이 더덕더덕 눈꽃을 이루고 있었고, 올해 본 눈꽃 중에 최고의 눈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눈꽃으로 가득한 산의 능선을 걸어 ‘낙조대’에 올라선다. 사방이 하얀 허공으로 마치 하늘에 떠 있는듯한  그곳은 마치 상상 속의 공간 같기도 했다.   


'낙조대'를 내려와 ‘마천대‘로 가는 이정표를 찾아 내려간다.

'낙조산장'을 지나쳐 갈까 했지만 능선을  따라가기로 한다. 능선을 따라가며 보이는 그림 같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하얀 눈의 세계는 마치 아름다운 정성스러운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해서 굳이 이걸 그림으로 그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한 곳 한 곳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에 카메라만 바빠진다.

그 길을 따라 삼거리가 나오고 그 삼거리에서 곧바로 내질러서 마천대 정상에 오른다.     

“아, 봄 산을 보고자 했으나 뜻하지 않은 겨울 산의 진면목을 이렇게 보게  되는구나.”     

마천대 정상에서 보는 환상적인 공간은 영화에서나 보던 아니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 풍경에 한참 빠져 있다가 조심히 하산하기 시작한다.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하산길은 지리산의 ‘중산리‘를 연상하게 해주었으나 그래도 열심히 내리 달렸다.

한참 내려가다가 무언가 풍경이 잘 보일 것 같은 포지션에서 바라보니 절벽 너머에서 사람들이 계속 올라온다.     

“ 그 너머가 수직 계단으로 악명 높은 ’ 삼선계단‘이구나.”     

'삼선계단'은  일방통행이므로 돌계단을 한참 더 내려와 친구와 밑에서 보기로 약속한 후

계단 입구로 가 그 아름다움에 눈이 계속 옴에도 불구하고 스케치북을 펼친다.

비 내리는데도 눈 오는데도 그리게 되는 스케치지만 눈은 두텁게 스케치북에 쌓여 붓이 나아가지 못한다

대략 형태감만 잡고 조심히 눈을 털어낸 후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계단은 정말 수직에 가깝게 오르고 있어서 옆에 난간을 잡지 않고는 오를 수 없다.

다 오르고 나니 그 호쾌한 풍경이란...        

다시  돌아왔던 길을 내려가자니 '구름다리'로 가는 길이 양갈래로 나뉜다.

이 길 역시  일방통행이라 가려면 한 바퀴 돌아가야 한다.

시간이 다행히 허락하기에 돌아서 '구름다리'를 건넌다.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은 가히 한눈에 대둔을 다 닮음직 하다.    


조금 여유를 갖고 계곡을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내려가니 ‘동학농민혁명 비’가 나온다.

케이블카 승착장을 지나 꺾어 가니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고 연락 온 ‘전주 식당‘이 나온다.

그런데 아뿔싸 ‘전주 식당‘이 다섯 개가 넘는다.     

‘아, 우리가 산을 타기 시작한 곳은  충청남도였지만 이곳은 전라북도 전주가 맞는구나’     

간심히 연락후 찾은 다음 주차장 화장실을 들리니 대둔산의 용모가 멀리 한눈에 잡힌다.    

“마치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다. “     

묵묵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봄눈'으로 아름다운 ‘대둔산‘은 아쉽게 남겨 놓고 여장을 챙긴다.

    

2016,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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