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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떨어진다.
어제 내린 비로 가을이 우수수 떨어진다.
가을이 아쉬워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길로 나선다.
강화길 2코스는 '풍무역'에서 시작한다.
오늘은 저번에 강화길 1코스를 같이 걸었던 y를 중간에 '사우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풍무역'에서 아파트 단지 색색 가득한 휴식처로부터 도시의 번화가를 지나 조금씩 조용하고 외진 공간으로 걷는다.
언덕배기로 오르다가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란 양탄자를 깔아 놓았다.
그 양탄자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니 쉴 낙원이라는 곳의 공동묘지 무덤들이 오늘 비 온 뒤 개지 않은 날씨와 함께 회색빛 풍경을 만들어낸다.
'장릉 공업단지'를 지나 '장릉'으로 가기 위한 산 둘레길을 걷는다.
산은 낮아도 밤이면 겨울이라 잎들이 다 떨어져 있고 소나무만 녹음을 자랑한다.
산길을 20여분 걷다 보면 나타나는 '장릉'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의 지도를 보니 연못과 저수지가 어우러져 나름의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문화재청에서 아파트가 장흥 경관을 훼손한다 하여 문제가 되었던 그 릉을 보기 위해 시간을 더 할애하고 y를 이쪽에서 만나기로 한 다음 안으로 들어간다.
'원종'과 '인현왕후'가 추존되어 모셔진 '장릉'은 인조가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르자 인조의 정통성 문제로 원종이 다시 추존된 따라서 사후에 왕이 된 왕이었다.
세계 문화유산답게 잘 보존되어 있었다.
다른 조선왕릉과 다른 것은 '연못'과 '저수지'가 같이 있어 산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저수지'를 둘러 나오다 보니 나뭇잎들은 많이 떨어져 있지만 '단풍'은 절정이어서 빛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들이 아름다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역사관'에서 조선왕의 자리에서 원종의 위치를 확인한 후 왕릉에서 나와 y를 만나고 길을 걷기 시작한다.
가을이 깊어 시멘트 바닥이었을 공간들이 고급스러운 무채색 카펫으로 변신했다.
길을 가다 보니 잘못 들어선 걸 느끼고 김포시청 방향으로 방향을 튼다.
김포시청 앞에는 엄청 커다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양옆에 사열해 있어 시청이 마치 유럽 왕궁처럼 느껴지게 웅장함마저 준다.
'사우역'을 지나 구도심 길을 돌아 돌아 걷는다.
내가 리드해서 가지 않다 보니 길에 집중하지 않고 y와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y의 과거 차들 이야기부터 유학 이야기까지..
점점 상가지대로 들어가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마을에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았다.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전쟁이란 무서운 상황이다.
은행나무들이 많아진다.
은행나무 따라가니 재개발을 하는지 창문틀과 유리들이 제거되어있다.
그 사이에 산 위에 보이는 성당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김포성당'이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등록문화재 542호다.
주변이 다 재개발되는데 언덕에 있는 이 성당은 굳건하다.
구 건축물이 있고 신 건축물이 같이 있어 신구의 아름다움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잠시 계단을 올라 구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실내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고 외부는 500년이 지나도 그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석조 건축물로 튼튼하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한잔 하는데 하늘이 어둑어둑한 게 어둠이 뚝 떨어져 버릴 것 같다.
간단히 크로키하듯 성당의 외모를 그려본다.
성모상 앞에 기다리고 있던 y와 함께 성당을 내려온다.
어두워져 지도를 보니 '김포 향교'를 못 보고 지나친 데다 길의 반이 남았다.
겨울은 5킬로 이상 걷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만보기는 이미 11킬로를 넘었다.
저녁을 먹으러 '라베니체'에 간다. 베니스의 수로를 본떠 만든 상가지구인데 y의 추천으로 간 돈가스는 그 동네 최고의 맛집인 듯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홍대'에서 잠깐 산책을 한다.
내가 다니던 시간과 다른 시공간인 학교 앞은 코로나가 이미 끝물인 듯 외국인이 많았다.
'산울림 소극장'이 있는 은행나무길을 따라 쓸쓸한 가을 풍경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