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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r 17. 2023

선착순 24분만 고추장 드려요~

금산인삼, 고추장미끼, 홍보사기, 홍삼판매, 홍삼사기, 하나로마트사기  

 

약간 여유가 있는 오전, 일찍 홍제동 동네 마트 앞을 지나가다 

"선착순 24명만 고추장을 나눠드려요!!" 

하는 말에 홍보 업체직원을 따라가니 24명 줄을 세워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기 전에 24명에게 고추장 전단 한 장과 검은 비닐봉지 한 장을 준다. 

동그랗게 세우고 먼저 12곡쌀 한 봉지를 하나씩 선물로 안긴다.

"오늘 오신 여기 손님들께 총 6가지의 선물을 드릴 거예요 첫 번째로 12곡쌀을 드릴 거예요. 농협 하나로마트에 4월부터 팔아요 언제부터?" 

"4월부터!"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걸 보니 수준급이다. 

"얼굴에 바르고 이뻐지시라고 인삼 얼굴팩도 하나씩 드릴 거예요" 

얼굴 팩까지 주는데 상품 홍보일까 싶다. 

"중국 인삼이 들어와서 우리나라 인삼이 가격이 확 떨어져 똥값이 돼서 지금 시장에 엄청 싸게 나왔어요 우리나라 인삼은 3년 근부터 팔기 때문에 인삼 머리 뇌두를 보면 그 주름으로 3년 근인걸 알 수 있는데 중국 인삼은 일 년만 자라도 크기 때문에 뇌두를 일부러 잘라버려요.. 그래서 그 인삼을 살 땐 뇌두를 보고 사시라 이 말씀이에요" 

하시며 금산에서 나온 헛개나무라며 헛개나무를 담아준다. 

"이것도 어디서 살 수 있다?" 

"농협 하나로 마트!" 

"몇 월부터?" 

"4월부터" 

농협 하나로마트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이란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 같다. 

" 홍삼 만드시는 법 아시는 분? 정관장에서 홍삼을 만드는데 인삼을 72시간 달여서 만들어요 집에서 스뎅 양은냄비 이런 데다 달이면 약이 안되고 탕기 유리그릇 이런 데다 달여야 하는데 72시간 동안 달여서 먹어요 건강에 좋으라고 근데 우리나라사람들은 쓴 게 약이 된다고 느끼기에 인진쑥을 첨가해서 팔아요. 

금산 농협 4 지점 이사장님이 홍보하라고 해서 나왔어요 

대전 엑스포에서 금산 옆에 있는 대전 엑스포에서 5월부터 홍삼을 팔아요 거기서 62만 원에 팔예정이에요" 하면서 옥주걱을 하나씩 주신다. 

"이 옥주걱으로 말할것 같으면 쌀 속에 박아놓으면 일 년 동안 쌀벌레가 안 생겨요" 

하시며 옥주걱을 나눠주시다 

"이 옥주걱도 어디서 팔까요?" 

"농협하나로마트 4월부터"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답을 외쳐댄다. 

다음에 남은 건 고추장인데 고추장을 만지작 거리며 줄듯 말 듯 하다 '홍삼'을 꺼낸다. 

"파우치로 되어있는 홍삼은 스뎅에다 끓인 것보다 안 좋아 그럼 어떤 걸 먹느냐? 이렇게 고형분 찐득찐득한 고형분을 물에 섞지 말고 먹어야 해요!" 

홍삼을 시식한다. 

맛이 쓰지도 달지도 그렇다고 순수하지도 않은 맛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4명만 한 달분을 무료로 드릴 건데 자 주걱을 가운데로 모으고 4명을 뽑을 거예요 하나 둘 셋 하면 홍삼하고 외치세요!"

다들 주걱을 들고 

"홍삼!"을 외친다. 

"4명만 4명만드릴껀데 62만 원인데 정부의 코로나 지원금을 받아 할인해서 38만 원에 홍삼을 준다고요. 한 달분 한 병을 무료로 주나 한 달 후 한 병을 꼭 사야만 해요" 

하면서 

"홍삼 무료로 드실 분?"

"홍삼!"

고추장을 쥐어주면 바로 뒤에 있는 조합장이라는 젊은 분들이 손에 영수증을 쥐고 홍삼을 안긴다. 

여기서 몇몇 분은 이상함을 눈치채고 벗어나지만 거기 있는 80프로의 사람들은 전표를 쓰고 홍삼을 가져간다. 

홍보용 무료 고추장 받으러 왔다 38만 원짜리 홍삼을 사가는 현장을 목격하니 어이가 없다. 

이건 마치 끈끈이주걱에 자연스럽게 잡힌 곤충이 된 기분이랄까? 


어이가 없으면서 현타가 온다.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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