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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r 21. 2016

장봉도, 봄의 소식은 따뜻하게 추운 섬 그곳에도...

서해바다, 섬, 옹암해변,국사봉,가막머리전망대, 동양화,한국화,어반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장봉도'는 이름 그대로 긴 길이의 익숙한 섬이자 산이자 해변이다. 그 아름다운 곳을 가기 위해 새벽동이 틀무렵 같이 스케치하기로 한 과후배와 함께  공항철도에 올랐다. 후배가 사준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캐리어 속에서 등산스틱과 야전복으로 말 그대로 아웃도어로 나가는 길이었다. 사람들은 새벽 전철에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마지막으로 충전하기 위해 조용히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뻘이 가득한 서해 바다를 건너  '영종도'에 도착해서 처음에 있는 '운서역'에 내렸다.

'운서역'에서 바로 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리는데  '삼목선착장'으로 가는 201번은 몇 시에 오는지 인터넷 정보에 뜨지 않는다. 옆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시크하게 내뱉는다.

"어디가? 장봉도가? 버스는 8시 40분에 와.."

조금 넉넉히 남은 시간 덕에 아침을 먹기로 하고, 식당을 두리번거리다 편의점이 눈에 띄어 들어간다.  

'요즘 편의점 도시락도 나름 알차게 잘 나오네' 

연예인 이름을 딴 도시락과 덮밥을 레인지에 돌려서 부리나케 들고나가니 버스가 온다. 내려서 승선표를 쓰고 배를 타는데 사람들이 우루르 몰려간다. 앉아 가기 위해 저렇게 서둘러 탑승하는 거였다. 우리는 실내를 제외한 야외로 올라가기로 하고 야외 의자에 자리를 펴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갈매기와 친구를 하며 만찬을 식사하기 시작했다. 짠내음과 솜사탕 같은 안개가 반찬이 되어 맛있는 식사가 되었다. '신도'를 커쳐 '장봉도'에 도착할 때까지 사진을 찍는다. 나는 섬을 찍고 후배는 물결을 찍는다.

다 관심의 관점이 다를 뿐이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막배의 시간을 체크한다. 선박회사가 하나 더 들어와서인지 봄이 되어서 인지 7시 30분과 밤 9시에도 막배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달려드는 벌떼처럼 버스에 탑승한다. 하기사 저 버스를 놓치면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니.....

하지만 우리는 그 버스를 타지 않고, 바닷가 방파제 길을 걸어 다리가 연결되어 있는 섬을 향해 자력에 이끌리듯 걸어간다. '작은 멀곳'이라 부르는 그 작은 섬의 조형미는 정말 다리가 없더라고 어떻게든 가고 싶은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다. 물때가 빠지고 있을 때여서인지 전에 봤을 때와 다른 풍광들이 보인다. 방파제 가까이는 뻘이 있지만 조금 떨어져서는 모래들이 모여져 ''을 만들어 작은 섬을 만든다.

다리를 건너 섬에 도착하는데 조개껍질과 굴 껍데기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 걸어서 50여 미터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다. 물도 바닥이 보일만큼 많이 빠져 있는 상태다. 같은 풍경도 시간에 따라 이렇게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는구나 생각하다가 바닥에 굴이 있어 돌로 깨어 맛을 본다. 자연산 생굴이다.. 먹으며 건너갈까 망설이는 사이 후배가 먼저 발걸음을 뗀다.

바닷물은 정말 차갑다. 발가락이 마치 동상에 걸릴 듯 하지만 겨울에 찾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달콤하고 날카롭다.

'굴 껍데기 섬'에 상륙한 우리는 섬에 마음의 깃발을 꽂는다. 건너 섬인 '멀곳'을 바라다보니 한눈에 다 보인다.

멀 곳에서 계시던 분이 물이 차오른다고 소리치신다.

'물이 차요 빨리 나와요!'

우린 섬의 둘레를 사진으로나마 담은 다음 다시 왔던 길을 건너간다. 아까 건너 왔을 때 보다 더 깊고 길었다.

선재도에서 아찔한 기억이 있어 안심하지 않고 빨리 달려 나온 것이 다행이었다.

짠물이 주룩 주룩 흐르는  상태로 몸을 짜내고 다리를 다시 건너 장봉도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초입에는 아직 초봄의 여운이 아지랑이처럼 남아 있다. 나무 가지마다 자신이 생명을 지닌 것을 증명하듯이 봉우리를 싹을 달고 있었고 따뜻한 햇볕에 이른 진달래가 미인의 입술 색처럼 진자주색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고, 무르익지 않은 부끄러운 성장기의 산이 우리에게 생명력을 함께 해 주었다.

산에 오르면서 보니 아까 그 '작은 멀곳'은 점점 물에 잠겨간다.

처음 나타난 '상산봉'에서 섬의 모습을 바라보며 섬 산행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해 주었고, 아직 차가운 바람 덕분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음 코스로 넘어갔다. 산은 점점 혜림원이 있는 길로 가고 있었고 혜림원이 나타나며 목이 말라 카페가 있어 방문을 했더니 운영이 쉬고 있는 상태 같았다. 즉석에서 가져온 얼음물과 커피로 냉커피를 만들어 아쉬운 목을 축인 후 다시 길을 걷는다. 발이 작년 그 길을 기억하고 있는지 그 길로 나를 데려가고 있다. 작년에 길가 강아지 집에서 뫘던 꼬물거리던 갓 태어난 강아지들은 벌써 청소년이 되어 제법 짖기까지 한다.

"그 길을 그대로 가도 그 길은 그 길이 아니구나, 이렇게 달라져 있구나."

'옹암해변'으로 간다.

옹암해변은 물이 빠져 있지만 모래사장에서 부는 바닷바람이 무척 차갑다.

여기서 가져온 음식을 먹는다.

간신히 뜨거운 물을 맞춰 먹고 있는데 동네 강아지들이 몰려든다.

그래도 교육을 잘 받은 녀석인지 난리를 치지 않고 다 먹을 때까지 얌전히 잘 기다리고 있는다.

남은 음식을 주니 코를 박고 먹어댄다.

비수기라 사람도 없고, 심심했던 녀석에게 반가운 존재였나 보다. 우리가


'해변 둘레길'을 걷는다.

언덕으로 올라갈수록 바닷가가 한눈에 보인다.

'거머지산'을 넘어 해변길을 건너 섬사람들의 식수를 위한 '정수장'을 지나 '말문고개'에 도달한다.

과거 말을 키우던 말 목장이 있던 곳인데 지금은 지명으로나마 남아있다.

조금은 지루한 산길은 오르락내리락 연결되어 있다.

어느 순간 시야가 뚫리는 것 같더니 '국사봉' 정상이다.

사방으로 섬이 둘러 있고 장봉리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으뜸이다.

한참을 내려보다가 다시 길을 걸어  헬기장을 지나쳐 산의 어느덧 70프로' 진촌'에 도착한다.

'가막머리 전망대'까지 갈까 고민하다가 과감히 '장봉 4리 마을'을 돌아보며 스케치하기로 한다.

장봉 4리를 둘러보니 쥐불을 놓은 흔적이 있다.

할아버지가 논을 살피러 오셨는지 둘러보시는데 할아버지가 가시는 논 사잇길로 따라간다.

저수지가 물로 가득 차서 물대기가 좋아 보인다.

검게 탄 흔적들은 마치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는 상대적인 생명력 같다.

논 사잇길을 지나 바닷가가 나오고 정자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정겹다.

멀리 섬의 모습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이다.

4시 55분과  5시 25분 이렇게 매시 25분과 55분에 버스가 있다고 해서

4시 55분에 있는 버스를 타기로 하고, 스케치를 한다.

처음 봤을 땐 그냥 아름다운 해안 절벽 같았는데 계속 보고 있으니 연둣빛 노랑빛 색감의 파스텔톤이 묻어 있는 아기자기한 절벽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항상 섣부른 판단보다는 늦더라도 그 진짜 모습을 알아보려는 생각이 중요하다'

다시 한번 되새긴다.

버스는 '아직 피지 않은 벚꽃길'을 지나 선착장으로 향하고, 피곤해진 얼굴은 피가 돌면서 후끈해진다

5시 30분 배를 타고 돌아가며 지는 해를 뒤로 남기고, 뜨끈한 국물로 몸을 녹이러 발걸음을 서두른다.


201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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