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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l 06. 2023

6월 두주간만 맛볼 수 있는 달짝지근 과육 북한산 살구

북한산 과일, 살구청 만드는 법, 여름과일, 수필, 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하늘에서 툭! 누구얏~ 



늦은 퇴근길, 산책하며 귀가하다 마주친 동그란 동양인 살색 덩어리,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났지만 달콤한 과즙이 뜨거운 여름 공기를 통해 전해져 코끝을 건드린다. 


이런 달콤한 향은 여름 한철만 잠깐 맛볼 수 있는 '살구'다. 

'살구'의 계절이 시작한 것이다. 


내가 왔다고 야심한 여름밤 노크하듯 다가온 살구는 그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로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땅에 떨어져 바로 박살 나버린 살구는 내가 그들을 케어할 여유도 없이 그 상태로 땅과 한 몸이 되어버린다. 

안타깝지만 그 아쉬움은 마치 한참 사랑에 빠진 여자친구와 강제 귀가로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과 비견할 만하다. 

아쉬운 살구들을 바닥을 피해 걷다가 발견한 유레카!  

놀이터 모래밭에 떨어진 살구들을 본 것이다.  

그 옆 보도블록에 떨어진 살구들은 영혼까지 부서진 듯 처참했지만 모래사장에 떨어진 살구들은 낙하산을 타고 안착하듯 생채기 하나 없이 온전하게 낙하해 있는 것이다. 

이런 흥분은 마치 외딴섬에서 아름다운 아가들을 발견한 것처럼 희망에 차고 의미를 갖게 했다. 

정신없이 모래사장 위 살구들 엉덩이에 뭍은 모래를 털고 가방 안에 있던 안전한 용기에 담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셔온 살구들을 베이킹 소다에 담가서 깨끗이 목욕시킨 다음 깨끗한 채반에 올려 물기를 없애고 뜨거운 물에 소독한 빈 병들을 준비한다. 

살구가 잘 익어서 힘을 주면 과육이 부서질듯하여 조심조심 손가락으로 잡고 엉덩이를 반으로 갈라 고동색 씨앗을 제거하고 상처 난 부분이 있나 다듬는다. 

바닥에 설탕을 깐 병 안에 살구들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면 나의 마음도 차곡차곡 차오르는 것처럼 뿌듯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병의 살구청 형제, 잘 재어 놨다 상큼하고 달짝지근한 여름을 느끼고 싶을 때 마주 보게 될 것이다. 


나의 2023 여름의 살색 과일을.... 












 2023, 0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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