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Jul 25. 2023

우중 은평 둘레길 3코스 4코스 산책 길 위에 길

멧돼지, 북한산파노라마, 북한산 둘레길 7 8 9, 은평한옥마을, 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집에 있자니 오늘은 답답해 우산을 쓰고 근처 '이말산'에 가기로 한다. 

전부터 궁금했던 산인데 근처 사람들은 자주 가는지 몰라도 멀리 서는 정체를 모르는 궁금한 산이다. 

버스를 타고 '구파발역'으로 이동해 들머리를 찾는다. 

안내판을 보니 '이말산'은 곧 '진관공원'이기도 하면서 조선시대 내시와 궁녀의 공동묘지이기도 했던 곳이기도 하단다. 

추적추적 비가 계속 내린다. 

우산을 쓰고 나무계단을 오른다. 생각보다 입구는 쾌적하다. 

숲은 동네 산 같은 느낌이고 비에 젖은 낙엽냄새가 기분 좋게 코를 자극하고 모기떼가 긴팔을 입었음에도 강력하게 옷 위를 뚫고 물어댄다. 

모기 덕분에 어디 한 군데 멈춰 설 수가 없다. 

그래도 비 오는 숲은 옳다. 

건너편에 맨발로 걸어오시는 동네분이 계신다. 

무덤가에서 '은평 뉴타운'이 보인다. 비 덕분에 깔끔하진 않아도 제대로 시야가 터질 곳이 없어 보인다. 

대신 숲 속 꽃과 숲내음과 흙길 그리고 녹음이 충분히 많은 것을 선사하는 비 오는 숲길이다. 

유명한 북한산 밑에 작은 '궁녀'와 '내시'들의 무덤들이 있는 산이지만 모두들 북한산이 산이라 몰려갈 때 희미한 이름으로 주변분들에게 휴식을 주는 곳이다. 

20여분 걸으면 궁녀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안내판들이 나온다. 

그녀들의 이야기와 그녀들의 일생에 대해 적혀있다. 

궁녀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이산에 조선시대 궁녀 '임상궁'의 알려진 무덤으로 그녀들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한 시간쯤 숲을 걷다 이정표에서 꺾으라는 이야기가 있어 꺾었더니 무덤이 유실됐는지 비석과 동자석이 길가에 있다. 

산을 내려와 '하나고'를 오른쪽에 두고 아름다운 북한산 파노라마가 보인다. 

비구름 안개에 가려져 반도 채 보이지 않지만 편의점 의자에 앉아 커피우유를 마시며 그 파노라마를 즐긴다. 비를 피하며 스케치도 하는 고마운 곳이다. 

스케치를 하며 들리는 이야기로 편의점 주인분이 건강이 안 좋으신지 걱정이 많아 보이신다. 

건강하시길 빈다. 

한옥과 반쯤 보이는 북한산과 비와 편안한 편의점 의자가 나를 잠시 신선이 된 듯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은평 둘레길 4코스'는 '북한산 둘레길 7,8,9코스'와 겹치는 공간이다. 

예전에도 와봤던 길이지만 비 오는 북한산 둘레길은 처음이다. 

그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살짝 늦어 보여 서둘러 움직인다. 

북한산으로 접어드니 산이 깊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알겠다. 

성큼성큼 걷는데도 7킬로 넘는 둘레길은 금방 좁혀지지 않는다. 

길이 살짝 어두워지기 시작해 걸음이 더 빨라진다. 

'구름정원 전망대'에서 서울을 한번 둘러봐 주고 데크길을 걷는데 

'깜짝이야!'

남녀 두 분이 산에서 나타나신다. 

아무도 없는 비 오는 숲길이라 사람이 무섭기도 하다. 

한참 더 달려 '향로봉' 들머리 화장실 근처에서 소리가 들린다. 

'킁킁' 들개인가 싶었는데 수풀에서 무게 있게 뛰어가는 모습을 보니 멧돼지다. 

카메라에 담기기 힘들 만큼 빠르다.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근처에서 계속 킁킁거리기만 한다. 

들고 있던 우산에 힘이 들어간다. 

예전 아기 돼지를 들어본 적이 있어 돼지가 얼마나 힘이 쎈지 알고 있어 조심스럽다. 

조심히 그 공간을 벗어난다. 

더 걸어가자 계곡이 나온다. 체육공원에 사람들이 많다. 아무도 없는 숲을 걷다 많은 사람을 보니 반갑다. 

숲에서  한두 사람은 무서운데 많은 사람은 반갑다. 

계곡을 따라 걷다 산길을 둘러 '불광사'를 통해 내려간다. 

은평둘레길, 북한산둘레길이 살짝 동네와 공원으로 내려가는 공간이다. 

'북한산 생태공원'을 지나 '장미공원'에서 약수를 마시고 거리를 보니 2킬로 남짓, 살짝 고민스럽다. 

어두운 숲길이 살짝 무서워지기도 해서 지도를 보니 불광 녹번을 지나 집에 가는 것보다 2킬로 남짓 산으로 가는 게 더 빠른 우리 집이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북한산 둘레길 7코스'를 걷는데 쉼터에서 바라보던 아름다운 파노라마는 비구름에 다 가려졌다. 

잠시 후 녹번 생태다리 방향으로 꺾어 내려간다. 

빗길이라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조심히 내려와 생태다리 앞에서 사진을 찍고 '북한산 자락길'을 통해 집으로 향한다. 

우중 산행은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것을 보여 주지만 긴장감과 비에 젖어 무거워진 덕분에 더 힘든 산행이었다. 






























































2023, 07,23

매거진의 이전글 비 그친 뒤 불광천 따라 봉산 너머 앵봉산 연신내역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