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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Oct 05. 2023

비 오고 그친 날 계곡, 북한산 계곡으로....

인수봉, 백운대, 우이동, 스케치, 일몰, 한국화, 동양화, 수채화

ttp://cafe.naver.com/hongikgaepo








아침까지 비가 왔다. 


비가 오고 그치면 맑게 개거나 아니면 계곡에 물이 넘쳐난다. 

비가 언제 그칠까 기다리다 점심때쯤 나선다. 

구름이 가득하다가 해가 잠깐 비추기도 한  알 수 없는 날씨다.  

익숙한 704번 버스를 타고 은평뉴타운을 지나 북한산 파노라마를 보며 '북한산국립공원입구' 정류장에 내린다. 

살짝 비가 오락가락 하지만 그런대로 맞으며 걸을 수 있는 정도다. 

'북한산 계곡'에서 바라보니 평소에 보이던 '원효봉'과 '만경대' '백운대'는 보이지 않고 '염초봉'만 홀로 서 있는 듯 보인다. 

계곡은 이제 내린 비로 물이 그득하여 계곡 곳곳이 작은 폭포를 이룬 듯 힘차게 내리치는 물줄기로 소란스럽다. 그 소란스러움을 보러 지금 여기에 온 것이다. 

그 물줄기 따라 거슬러 올라가니 맑은 물들이 이룬 커다란 소들이 뛰어들고 싶게 아름답다. 

이름 없는 폭포를 지나 오르니 '염초봉'으로 가는 다리가 나타난다. 

그곳은 암벽 하시는 분들만 가는 곳이라 지나치고 거슬러 올라간다. 

가을꽃들도 봄꽃 못지않게 아름답다. 

각시투구꽃, 구절초, 코스모스 등등 가을에 빛나는 꽃들이다. 

계곡 따라 숲길 따라 거센 물소리 따라 올라가니 어느덧 삼거리에 도달한다. 

화장실에 들렀다 왼쪽 더 짧은 길로 올라선다. 경사는 급해도  확실히 짧은 구간이다. 

전에는 이쯤 해서 물소리가 그쳤었는데 비가 그친 지 얼마 안 돼서 인지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끓이지 않고 난다. '대동사 약수터'는  갈 때마다 말라있어 그냥 약수터 자리인지 몰라도 오늘은 사방에서 약수가 터지고 흘러 물 천지다. 

'약수암 쉼터'에 올라 물을 마시고 간식을 먹는다. 

오늘은 사람도 많지 않은 편이다. 

오전 내내 비가 올 거라는 뉴스에 산으로 향하지 않은 것도 있겠다. 

상대적으로 외국친구들의 비중이 더 많았다. 막판 힘을 내 오르니 '대동문'에 다다른다. 

거기서부터 철봉을 잡고 바위에 미끄러지며 오르는데 앞에서 올라가는 걸 제지한다.

"거기 회색모자 쓰신 분 잠시만요 헬기가 올 거어서 여기서 15분만 기다렸다 가실게요" 

아, 누가 다쳤나 보다.... 자리에서 기다리니 어딘가에서 "투투투투" 소리가 나고 태풍 같은 바람이 분다. 

헬기에서 사람이 내려오더니 헬기는 가버린다. 

바람이 어찌나 쎈지 잠시 내려놓았던 내 가방이 10여 미터 멀리 나동 굴고 있다. 

가방을 챙겨 오르니 오리바위 근처에 젊은 남자분이 다리를 다치셨는지 구조대원분들이 케어하고 있다. 

조금 더 오르니 헬기가 와서 남자분을 태워 간다. 

별일 없이 치료받길 빈다. 

20여분 오르니 나타나는 백운대 국기봉, 정상에 도달했다.

평소 일요일 같으면 100여 명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있을 곳이지만 오늘은 외국인 5명 한국인 5명 정도로 여유가 있다. 

아마 시간이 조금 늦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독일 여성분 부탁에 사진도 찍어드리는데 니콘 DSLR을 가져오셨는데 포커싱이 잘 맞지 않는다. 사진을 찍어주는데 만경대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나는 평소 같으면 앉아 있지도 못했을 백운대 정상부에서 안개에 적당히 가려지고 변화무쌍한 구름의 쇼가 펼쳐지는 그 현장에서 스케치북을 펼쳐 본다. 

오늘은 새로운 스케치북을 써 보느라 손이 버벅 거릴 테지만 그렇게 어색함에도 길을 찾아가는 맛이 있다. 

그리고 있는데 베트남 대학생분이 멋있다며 그림 그리는 그 장면을 내 핸드폰으로 찍어 주신다.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정상에 다시 서니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정상에 일몰을 보려고 기다리는 흑형 한분과 인도 친구 한 명 그리고 한국분과 나 그 아름다움에 빠져 마치 지구 어느 낯선 공간에 떨어진 듯 생경한 풍광이 경이롭고 이국적이며  아름다우며 따뜻하다. 

그 아름다운 일몰을 보자마자 인사를 하고 우이동으로 내려간다. 

앞서서 외국인 커플이 렌턴을 켜고 내려가는데 내 렌턴이 고장 났는지 깜빡깜빡한다. 

마치 내 연식이 된 386 컴퓨터 같은 두뇌와 같다. 

그래도 그 래턴이라도 없었으면 길을 굴러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갈 뻔했다. 

여전히 물소리는 오늘따라 장쾌하고 구조대 숙소 근처에 도착하니 길이 조금 편안해졌다. 

거기서부터 바람이 부는 언덕을 지나 탐방지원센터까지 한 시간 조금 넘어 도착한다. 

여유롭게 내려가는데 건너편 불빛이 보이다 사라진다. 

난 무얼까 살짝 멈춰 섰다 조심조심히 가본다. 1분 정도 내려가니 다시 보이는 불빛! 마주 오는데 외국인 친구다. 내가 사람인 걸 확인하고 안심한 듯한 모습이다. 올라오다 건너편 불빛은 안 보이고 발자국소리만 가까워져 무서워 살짝 내려갔단다. 

어두운데 올라갈 건지 물어보니? 살짝 구조센터까지만 올라갔다 돌아 올 예정이란다. 

그 친구를 보내고 다시 내려간다. 

그 밑으로 편안한 도로길인데 수량이 많아져서 평소에 보이지 않던 폭포와 소들이 형성되어 어둠 속에서 멋있게 흐르고 있다. 

다음에 여유가 있다면 우이동으로 올라 북한산성입구로 하산하는  산행을 해봐야겠다. 


오늘은 수량이 많아 마치 다른 산에 온 듯 시원하고 여유로운 산행이었다.

























2023,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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