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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세상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있는 유채색은 오히려 돋보인다.
숙소에서 여유 있게 나와 하늘을 보니 어제와 달리 맑고 공기도 차갑지만 상쾌하다.
오늘은 '국립 부여박물관'에 먼저 갈 예정이다.
거기서 '금동대향로'를 다시 만날 생각이다.
예전 '서울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봤을 때 그 감동은 잊을 수 없는데 여기 출토된 그곳에서 다시 만난다니 기대되는 친구다.
가는 길에 여기저기 마을을 둘러 둘러 간다.
꼭 지방도시의 집들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지은 지 30년에서 50년 이상 된 집들이 변함없이 있어 시간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옛집들 사이에는 배추랑 파를 기른 텃밭이 항상 자리하고 있어 그 정겨움도 더 한다.
'국립부여박물관'에 도착해 왼쪽에 있는 기획 전시관을 먼저 들린다.
그곳에서 '금동대향로 특별전'을 하고 있다.
중심에 향로를 모셔놓고 바깥에는 다른 종류의 향로들을 보여준다.
몸체는 연꽃 봉우리가 막 피어난 모습인데 신선 두 사람과 날개 달린 물고기를 비롯한 상상 속의 동물 27마리가 가 새겨져 있다.
뚜껑에는 74개의 산봉우리가 첩첩이 겹쳐져 솟아있고, 악기를 연주하는 5명의 악사와 17명의 신선, 그리고 호랑이, 사슴, 코끼리, 원숭이 등 39마리의 다양한 동물들이 새겨져 있는 예술품으로 국보 제287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향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 준다.
백제 창왕(위덕왕)의 아버지 성왕이 창왕을 위로하러 가다 매복한 신라군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머리 없는 시체로 돌려받았을 때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절을 짓고 향로를 만들어 바쳤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런 배경을 알게 되니 향로의 의미가 다시 다가온다.
마치 인도의 타지마할처럼 죽은 자에 대한 사랑으로 만들어진 인류의 예술품이란 생각에 애틋한 맘이 든다.
나오는 공간에 여러 가지 향의 재료를 맡아볼 수 있게 배치해 놓았는데 그중 침향이 제일 인상 적이었다.
메인 전시장으로 가니 1 관부터 4관까지 있는데 1관에는 선사사대 석기와 철기시대 그리고 마한, 진한, 변한 중 백제의 전신인 '마한시대'까지의 유물이 있고 2관에는 백제시대 아름다운 미술품과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3관에는 백제 불교의 아름다운 미술품들을 보여줌과 동시 돌에 새겨진 아름다운 부조작업들로 화려함의 정점을 찍고 4관에는 기증한 작품들과 토기들이 모여 있었다.
성왕(523~554)이 자리를 잡고, 위덕왕(창왕)과(554~598) 혜왕(598~599) 시대 일본에 화공과 장인을 보내 아스카에 아스카 데라를 지으며 알본에 백제문화를 전파했으며 법왕무왕(600~641)을 지나 의자왕(641~660)에 이르러 계백의 오천 결사대로 투혼을 다했으나 나당 연합군에 지고 의자왕을 볼모로 데려간 사이 백제의 복신, 도침, 흑치상지의 백제 부흥을 일으키나 663년 '백강전투'에서 백왜, 나당 전쟁에 실패하며 백제의 운명은 다하게 된다.
박물관에 오니 역사 공부도 저절로 되고 특히 해설사분께서 설명해 주시는 시간을 잘 활용했더니 유익한 시간이었다.
박물관을 나와 ' 금성산'에 오른다. '조왕사'라는 천년고찰 절을 따라가다 스님께 여쭤보니 전망이 잘 보이는 곳은 '성화대' 라며 뒤따라 오는 지역주민을 매칭시켜 주신다.
그분 따라 산길을 오르니 10여분 만에 확 터지는 전망이 보인다.
'백마강'을 휘어 감으며 '금산' '부소산' '금성산'이 산성 역할을 하여 마치 서울 같은 요새를 만든다.
'성화대'에서 지역주민 분과 헤어지고 산 능선길 따라 20여분 걷다가 '통수대'에 오른다.
다시 오르는 봉우리인데 전망은 나무로 막혀 조금 답답하다.
길 따라 내려가니 도로가 나오고 거기서 도로 따라가면 부여왕릉원(사적 14호)이고, 산으로 올라가면 '청마산'이다.
도로 따라 새로 생긴 절도 들렸다.
'나성'의 긴 자태를 보며 '왕릉원'에 도착한다.
'왕릉원'을 호젓이 걷고 있자니 아름다운 정원에 온 것도 같고 시간이 멈춰있는 역사의 공간에 온 것 같다.
7개의 왕족의 무덤 중 2개는 발굴 중이다.
오른쪽 첫 번째 왕릉에서 연꽃무늬와 백 호랑이 벽화가 나왔단다.
그림은 시대를 반영한다.
나의 그람도 그러한가? 반문된다.
건너 벤치가 있는 솔숲에 앉아 능을 바라보다 소나무의 그림자가 능에 가 닿는 걸 보고 그 아름다움을 그린다.
점점 바람이 차가워져 손난로 없이 그리기 힘들어진다.
이곳은 '금동대향로'가 발견된 곳이다.
향로가 발견된 절터로 간다.
절터에는 말 그대로 터만 있지만 창왕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추모하며 지은 성스러운 곳이다.
그곳에서 절을 상상해서 보고 돌아와 입구로 나온다.
입구에는 '승목전' '전사청' 건물이 제를 지내기 위해 위치해 있다.
시간이 얼추 걸어서 터미널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쌍곡리 한옥마을' 방향으로 걷는다.
밤 백제의 공기가 차갑게 폐부에 들어오며 어두워지는 쓸쓸한 풍경을 눈에 담는다.
'하나로마트'가 있어 잠시 둘러본다.
길 따라 내려가면 '석조좌상'이 있다고 해서 마을길 따라 쌍곡리방향으로 내려간다.
'석조좌상'은 사당처럼 생긴 곳 안에 모셔져 있다.
아름답다기엔 무뎌졌는지 문둥병자 같은 석조좌상의 모습에 무언가 더 경건해진다.
쌍곡리 한옥마을에 접어들어 한옥들이 구석구석 카페로 펜션으로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져 있는 걸보고 운치를 느끼며 걷는다.
내친김에 살짝 돌아서 원래 묵으려다 예약이 안된 '부여정'에도 들러 본다.
3층짜리 한옥이 탄탄하게 지어져 있다.
돌아 나와 '부소산'을 끼고 '부여초등학교'와 '부여여중'을 지나쳐 '부여여고'와 '부여도서관'까지 온다.
어제 자세히 보지 못했던 부소산 정면의 모습을 보게 된다.
돌아서 '음식 특화거리'를 걷다 '구드래조각공원'에 도착한다.
밤에도 조명들이 화려한 조각들이 마치 요정들처럼 돌아다니는 아름다운 공원이다.
공원 끝에 백마강 자락에 황포돛배 선착장에 도착한다.
황포돛배는 날개를 접었고 밤 강의 공기가 무겁고 차갑게 흐른다.
'부여'의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타고 걷다 보니 시간 지나는지 모르고 걸었다.
터미널을 향해 발걸음의 속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