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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pr 04. 2016

진도 남망산  그리고 동석산 , 그 섬에 가고 싶다

진도, 수품항, 셋방낙조전망대, 동백, 남도, 동양화, 한국화,어반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진도'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함께했던 공간이다.

내가 어렸을 적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쯤 선산을 찾았다가 아버지의 공간인 진도에 들러 '세발낙지'와 '충무김밥'을 먹으며 교과서에 나온 '울둘목'의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생각하며 바다를 바라보았던 달콤했던 기억이 있다.. 사춘기의 나는 모든 여행에서 툴툴거렸으나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진도'였을 수 있다.

그때 한쪽에서 족보를 발행해준다며 아기 진돗개를 파는데 그때 가격으로도 엄청 비쌌던 것 같다.

그맘때 강아지를 키웠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진도로 가는 버스는 5~6시간 정도 걸리므로 밤을 이용해 이동한다.

과 선배들과의 회의가 있어 미리 짐들을 챙겨 나와서 회의가 끝나자마자 버스를 탑승하러 간다.

밤의 긴 터널은 잠의 세계로 달리고, 그 터널을 빠져나오게 될 때 우린 짠내가 나는 바다향기를 맡는다.



남망산의 트레킹 코스 시작인 '수품항'을 기점으로 어두운 밤 항구의  모습을 시작으로 길을 나선다.


어둡지만 나무들이 남쪽에서만 더 잘 보이는 종류들인걸 확인한다. 20여분 어둠을 뚫고 도착한 곳은 '아기밴 바위' 일출 전망대.. 항구의 모습과 바다의 모습이 어슴프레 보이지만 아직 해가 뜨기에도 시간이 조금 남았으므로 이동해서 '아홉봉'까지 가기로 한다. 점점 날이 밝아져 길이 보이고 길 양옆으론 진달래가 이미 만개하여있다. 아홉봉에 도착하니 시퍼런 깊은 바다를 가진 섬과 절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을 가진 처녀가 슬픈 사연으로 저 퍼런 물에 빠졌을 것 같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아름다운 남해바다 섬 절벽에서 스케치북을 꺼낸다. 친구와 일행을 보내고 혼자 남아 스케치를 서둘러 한 후 따라잡기 위해 달려 내려간다. '큰 여미 제일수산'이 있는 곳을 지나 해안을 따라 걷다가 동백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걷는다.

거기서 '말똥바위'방향으로 달린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으므로 서둘러 올라가니 깎아지른 절벽으로 멀리멀리 남해바다의 절경이 펼쳐진다. 그 바다를 조급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 진도 팽목항 저 바다에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어린 원혼들을 생각하니 잠시 맘이 무거워진다.

'그들의 원혼이 달래질 굿 한판이 벌어졌으면....'

하는 맘으로,  절벽을 내려와 드라마 대도전 촬영지였던 '작은 여미재'를 지나 '솔섬 바위'로 오른다.

바위에 오르니 호주로 유학 갔을 때 풍광들이 연상된다. 하지만

 "이 남쪽 우리 바다가 더 아름답지 않은가!" 

감탄하게 된다. 아름다운 절벽과 바다를 보고 오르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달려서'고래바위'와 '부부 느티나무'를 지나 '병풍바위'를 거쳐 아까 지났던 '맨발체험로'를 통해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왔다.

친구가 전해준 얼은 과일믹스를 먹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10여 키로가 넘는 트레킹을 정리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한 시간여를 달려  '동석산'의 들머리에 도착한다.


정자에서 할머님들이 파를 묶어 만원에  팔고 계신다. '진도파'는 알아주는 유명한 지역상품이다. 사고 싶은데 혼자 그 많은 파를 다 소비할 자신이 없어 조용히 구경만 하고 지나치고 앞에 보이는 '동석산'의 기괴하고 멋있는 자태에 눈을 돌린다. 남성적인 우뚝우뚝 솓은 봉우리들이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져 눈을 뗄 수가 없다.

처음 '마이산'에서 숫마이봉과 암마이봉을 보고 경이로왔던 그 느낌과 닮았을까?  하지만 산을 타면 탈수록 '마이산'의 규모와 다르게 엄청 많은 비경들이 숨겨있음을 느낀다.  

5킬로가 조금 넘는(체감은 10여 킬로 되는) 산길 중 동석산 삼각점까지의 길은 험하기도 하지만 중국 어디의 산에 견주어도 잘생긴 모습으로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로왔다.

특히 칼바위 쪽에서 뒤로 돌아보는 그 형체들은 마치 꿈속에서 굽이굽이 넘어가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었다.

스케치를 급하게 하니 비가 뚝뚝 떨어진다. 빗물을 최대한 가리며 급히 정리하고 '석적막산'쪽으로 향한다. 우회로를 통해 가기도 하지만 지나온 길은 계속 뒤돌아보게 된다.

그 아름다운 길을 아쉬움에게 양보하고, '헬기장'을 지나'전망대''작은 애기봉''큰애기봉'까지 서둘러간다.

비가 오는 산길이라 바위가 미끄러져 무서웠는데 조금씩 흙길이 보인다. '큰애기봉'에서 올라갈까 망설이다가 비와 안개로 시야가 안 좋고, 시간이 빠듯한 관계로 조심히 하산하기 시작한다.

하산길이 급경사라 다리에 무리도 갔지만 꾸준히 내려가니'낙조 정자'가 나타난다.

친구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같이 '셋방낙조전망대'로 내려가며 피곤했지만 버라이어티 했던 하루의 피곤을 커피와 쿠키로 씻어낸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길겠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이 그리고 세월호 망자에 대한 아쉬움이 그리고 아버지의 젊을때 모습이 남아 진도 섬을 나가는 1시간여 동안 섬의 자잘한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20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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