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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태백산, 눈의 왕국 그 영묘한 산을 오르다

유일사매표소, 주목군락지, 장군봉, 천제단, 당골광장, 상고대, 눈꽃

by 김태연

http://cafe.naver.com/hongikgae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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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전국적으로 온다고 한다.

그 '전국적으로'란 말의 위력처럼 새벽부터 눈이 내린다.

새하얀 그 길을 걷는다.

이미 부지런한 사람과 차들이 길을 내 놓았지만 그래도 내가 밟을 하얀 눈의 면적은 넉넉하다.

죽으면 뉘일 공간은 한줌이면서 니땅 내땅 따지고 가르는 것도 부질 없게 느껴지지만 아웅다웅 그렇게 살아가는게 인생이기도 한 것 같다.

그 하얀 눈의 면적을 밟아 내땅을 넓히듯이 새벽 눈밭을 세로로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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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어둠이 물러가면서 날씨도 맑게 비온 다음날처럼 상쾌하고 날카롭게 차갑다.

산림통제기간이라 산길인 '화방사'가 아닌 임도길인 '유일사매표소'로 오른다.

길은 이미 눈이 하얗게 깔려있어 겨울 맑은 길의 모습이다.

경사가 점점 가파라져 중간에 쉬며 올해 처음으로 아이젠을 낀다.

차가운 물을 마시며 맑은 하늘과 함께 눈경사길을 오르지만 너무 맑아 상고대와 눈꽃을 보지 못 할것 같아 한편으론 아쉽다.

그렇게 2키로를 올랐나? '유일사 삼거리'에 도착한다.

예전에 1월쯤에 '화방재'에서 올랐을땐 사람이 너무 많아 커다란 장이 열리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시간이 조금 늦게 오른 것도 있고, 아직 성수기 전이라 산행하는 사람들도 적당히 풍경이 되어 아름답다.

삼거리 산장에서 오뎅도 팔고 했던것 같은데 오늘은 문도 열지 않았다. 집에서 챙겨온 토스트와 고구마를 친구가 챙겨온 커피와 함께 뜨겁게 먹고 나니 다시 걸을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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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에서 '천제단'으로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주목군락지'가 있는 길이다.

오르며 하늘을 보니 구름이 몰려들며 마치 눈을 뿌릴 것만 같다.

맑으면 눈꽃을 못볼 걱정, 흐리면 눈이 쏱아져 앞이 안 보일 걱정, 걱정이 많아져 걱정을 없애고 머리를 비우며 오른다.

오르다보니 주목이 하나 둘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며 고목의 조형미를 흰 여백에서 감상하게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아름다운 주목은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이라니 그 생명력 만으로도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어느 코너를 돌자 상고대가 보석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 반짝이는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올라가다 하늘이 눈을 뿌리기 시작한다.

눈이 점점 거세져 일단 친구와 나무 밑둥에 피해 허기진 점심을 먹는다. 더 올라가면 눈바람에 눈을 뜨지도 못할것 같아 피한 나무 밑둥이 명당같다.

식사를 하고 더 올라가면 붓을 꺼내지도 못할것 같아 앞에 우리를 위해 자리를 내어준 아름다운 주목을 그리기 시작한다. 친구는 먼저 보내고 먹물을 따르는데 먹물에 금새 눈이 쌓여 얼어버린다.

눈과 얼음이 합세하여 그렇게 짧은 십여분만에 담백한 나무의 형상은 만들어 지고, 더 거세지는 눈바람에 파뭍칠듯 하여 가방과 붓위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다시 위쪽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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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면서 눈바람이 더욱 거세져 앞이 하얗게만 보인다.

아, 아침에 이럴까 걱정했던 그 날씨가 갑자기 나타나며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하얀 눈의 왕국 상고대 위에 눈이 쌓여 눈꽃을 피어내고, 그 눈꽃의 정원을 헤쳐가니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1567미터)'이 나타난다.

서 있기조차 힘든 그곳에서 정상석과 제단을 찍고, 눈보라를 헤치며 천제단(1561미터)으로 이동한다.

거기에는 차마 서 있기도 힘들어 천제단 방향으로 사진만 눌러대다 급히 당골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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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초입에서 사진을 찍어드리고 사진을 찍는데 마치 태백산이 커다랗게 화난듯이 눈보라가 몰아치니 아까 오전에 오르던 산은 다른 산이었나 싶다.

조금 내려오니 '단종비각'이 산 정상부 바로 밑에 있다.

거기서 눈보라를 피하며 짐을 정비하고 밑으로 내려가니 '망경사'가 나온다. 바로 앞에 '용정'이 있는데 그 추위에도 물이 얼지않고 콸콸콸 나온다. 이가 시릴 정도의 차가운 물을 먹고, 내려오니 날씨도 조금씩 조금씩 찌푸린 얼굴을 편다. 아까 만난 산은 도대체 어떤 산이었나 싶게 표정을 바꿔버리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조릿대위에 올라가 있는 눈이 마치 아름다운 회화 작품인것처럼 디테일이 예사스럽지 않다. 눈으로 가득한 산을 내려오다가 '반재 삼거리'를 지나 '장군바위'를 바라보며 눈과 얼음 밑으로 계곡물이 흐르는걸 느낀다.

이 추위에도 물은 흐르고 바람은 불며 해는 쨍하고 구름은 변화무쌍하다.

말라버린 풀이 눈위에서 춤을 춘다.

태백산이어서 그런건지 신비롭기 그지없다.

겨울은 무채색이어서 흰색과 검정이 주를 이루지만 그 무채색 속에 쌓여있는 아름다운 유채색의 생명들은 이 겨울을 나고 봄을 기다리며 하얀 눈 이불 속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니 예전에 눈축제를 했던 장면들이 마치 현재의 배경위에 영사기를 튼것처럼 또렷히 기억난다.

'석탄박물관'은 올해도 들려볼 여유를 갖지 못했지만 태백이 준 하루의 다양한 경험과 따뜻함은 서울로 돌아가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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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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