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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r 07. 2016

봄은 얼음을 녹이고-월출산 산성길

천황봉, 동백, 천황사, 동양화, 한국화, 어반스케치, 스케치, 그림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봄은 얼음을 녹이고 땅에서 푸른 기운을 쏟아 오르게 한다..

텃밭에서는 봄동과 양배추와 쑥이 피어오르고 나무에서는 동백이 노란 그리고 빨간 동백이 피어오른다..

대숲은 아직 모기 한 마리 없이 푸르르게 '쏴~쏴아~~'시원한 바람소리를 간질이고 아침까지 내렸던 빗방울은 나뭇가지에 맺혀 평화로움을 연출해준다.

 25년 전 어릴 때 아버지와 누이동생과 함께 선산에 다녀온 후 오르던 그 월출산은 그때 그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나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마치 세월이 주름 접혀 축지법을 쓴 양 시간은 인지하지 못할 사이에 훌쩍 뛰어넘어 왔지만 나의 모습도 생각도 그때의 나와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그 심정으로 기분으로 가보기로 한다.

산길은 그렇게 쉬운 길은 아니었다. 바위를 타고 구불구불 오르는 밧줄을 잡고 안개에 덮인 산은 조금씩 자기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전망대'에 다다르자 영암군의 너른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밭에는 연둣빛 색깔로 바둑판처럼 구획 지어진 모습이 정겹다. 사이사이 남도의 붉은 흙도 선명함을 더했다. 길을 걸어 '산성대'에 도착하자 산 쪽으로 기암절벽과 암릉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한참을 쳐다보다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있다 배속의 배꼽시계가 반응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나, 하하' 

친구와 같이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산의 절경을 눈에 담는다. 나는 그 풍광이 아쉬워 30분가량 스케치로 책에 담기로 하고 친구를 먼저 보낸다.. 굽이굽이 기암절벽들이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던 건 초봄이라는 계절 덕분에 나무의 앙상한 은빛 가지들이 바위의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투과시켜주고 있었다.

암릉을 그려낸 후 시원한 가지를 그려 넣는다. 생선가시 같기도 은빛 철사들 같기도 한 헐벚은 처연하기도 한 봄나무는 내가 좋아하는 그 자체다

그림을 마무리한 후 고인돌 바위를 지나 산의 바위 능선길을 걷는다 걷는다. 오르막 내리막 바위의 구미호 같은 천 가지 모습에 눈이 휘동 그래 지며 정신을 못 차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암릉구간이 있을까?"

안전하게 되어있는 길을 즐기며 가다 보니 '광암터 삼거리'에 도달한다. 삼거리에서 '천황봉'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지만 오늘은 '천황사'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방향을 틀어 조금 내려가자마자 '천황봉'부터 '구름다리'까지  수려한 병풍이 또다시 유혹한다. 내친김에 스케치를 한 장 더 하기로 한다. 내려갈 때 '육형제봉'과 '바람폭포'도 있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다 담아낼 수 없어서 아쉬운 데로 사진에만 담고 오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에는 물이 흐른다. 겨우내 얼어있던 물들이 터져 오르듯 힘차게 '쏴아!!!!!'소리를 내며 흘러내린다. 물은 맑고 투명해서 소리마저 아름답다. 바위 사이로 이끼들이 초록빛 색깔을 반짝인다. 이제 산에도 봄이 왔음을 완연히 느낀다.

이런 아름다운 세상에 시간의 흐름에도 변함없이 유지하며 산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20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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