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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Nov 23. 2015

달마산에서 도솔봉까지 그리고 땅끝마을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은 예술의 근원이다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닭골재-관음봉-달마산-떡봉-도솔암-마봉리 약수터-땅끝마을 전망대    


토요일 밤, 무박 산행을 하기 위해 신사역으로 밤 11시까지 도착해야 했다.

‘땅끝 마을‘로 가기 위해, 말로만 들어왔던 ‘달마산’에 오르기 위해 그렇게 밤으로의 여정은 시작됐다.

버스에서 골아 떨어진 많은 사람들은 새벽에 ‘닭골재‘라는 곳에  내던져지고, 사람들은 나름 산 오르기의 베테랑들이라 gps와 렌턴을 통해 자신들이 어디에  내던져졌는지 확인하고, 새벽 숲 산길을 장님 더듬듯 더듬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시 덤불과 이름 모를 풀들을 헤치고, 멀리서 올라오는 독한 비료 냄새를 맡으며 산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간신히 나타난 임도, 그 임도를 타고 가다가 다시 원래 길과 멀어져서 다시 숲길을 치고 올라가니 나타난 달마산까지 가는 임도.. 어둠 속에서 하늘을 보니 하늘은 쏟아질 둣 수많은 별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고, 앞뒤로는 렌턴의 불빛이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어릴 적 기억, 밭에서 고구마 캐던 외할머니를 보면서

‘흙이 정말 짙은 빨간색이다‘

이렇게 생각하던 게 기억나는데 해남은 빨간 황토흙에서 자라는 고구마가 정말 달고 맛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그 빨간 흙이 있던 밭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정말 넓고 맑았으며, 여유롭게 노닐던 소는 정말 착했었는데 이제 다시 그 땅을 밟는구나 생각하면 한쪽으로 가슴 뭉클함이 올라온다.

그 해남의 ‘달마산‘을 오르기 위해 이렇게 밤 숲길을 헤매는 것도 그 밭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무섭거나 생소하지 않았다.

반갑게 나타난 달마산 가는 이정표, 그걸 찾아 따라가며 사람들은 불평 없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달마산으로 꺾어 가는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온 걸 보며, 어디에서 이렇게 오셨을까 했더니 ‘송천마을‘이란 곳에서 올라온 많은 산악회 사람들이었다. 우리도 '닭골재'에서 안오고, 그곳에서 올라오면 고생은 덜했을 텐데 하지만 이렇게 찾아내어 다행이다 생각이 들었다.

'관음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바위로 이루어진 너덜길, 너덜길은 쉬워 보이지 않는 바위사이를 끈을 잡고, 바위의 틈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힘든길인데도 많은 분들은 올라오고 계셨다.


올라가면 갈수록 보이는 ‘완도’의 모습, 일행분의 이야기로는 다른 섬으로 가는 허브 역할을 하는 ‘완도’에서는 현지 해산물 물가도 싸고 아름다운 ‘보길도’로 가는 배도 가깝다고 했다.

그 완도에서 올라오는 일출을 보며, 바다 근처 산행의 묘미를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바위를 타고 오르고 둘러가며 저 많은 섬들의 존재감에 대해 동경하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아름다운 모습들에 감탄을 자아낸다.

많은 봉우리들 사이에 돌 능선길은 속도가 나지는 않지만 마치 모아이 섬의 돌조각들을 감상하며 갈 수 있는 길처럼 돌들의 수많은 모습들에 수천 개의  조각이 있는 '조각공원'을 거니는 기분을 자아내게 했다. 너무 아쉬운 맘이 들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스케치북과 물감을 꺼내 들어 지나온 달마산과 봉우리들을  스케치한다.

마음은 바삐 달리고 있어 30여 분 만에 급하게 그려낸 산의 모습은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달마산'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에 스스로는 만족스러운 기분이 된다.    

돌 봉우리들을 지나 아마 바위 무더기가 없어서 이름 지어진 ‘떡봉‘을 지나 '도솔암'이라는 중간 기점으로 도달한다.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헬리캠을 이용해서 '도솔암'을 촬영한다. 아름다운 모습, 잘 담고 가기를 기원하며 가던 길을 찾아 나선다.

산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우월감을 드러내기 위해서인지 조금씩 뻥이 세지므로 50프로만 믿고 가야 한다.

5분 거리라는 게 30분 걸릴 수도 있고 3시간 거리가 6시간 걸리기도 하니까...

사과를 깎아 먹던 산을 잘 알고 있어 보이는 아저씨분께 여쭤보니     


‘죽어도 3시간 30분에는 땅끝 마을까지 못 가요, 6시간은 생각해야 해요.. 도솔암으로 해서 내려 가셔야 해요’


맘이 급해진다. 뛰어서 내려가다가 산악회 대장님께 전화하니 역시나 4시간이 걸리므로 빨리 내려오란다.     


‘시간이 줄어들었네.. 아마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혹시나 늦어지는걸 걱정해서 내려오라고 하시는걸 텐데.. 어떡할까?    


걱정하다가 그냥 맘 편히 '도솔암'으로 내려가며 시간 되는대로 스케치를 하기로 한다.

나중에 완주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3시간 30분이면 성인 남자의 경우 충분하다고 한다. 그걸 예상했지만 그래도 산행은 경주가 아니기에 나의 결정이 더 나았다고 생각했다.

내려가며 바라보는 '도솔암'은 예전에 보던 '월출산'의 그것과 닮아 보이지만 또 다른 모습이 있다. 월출산보다 조금 편안한 모습이랄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들은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것이기에 오히려 더 재미있고 풍성한 것이라 생각한다.

보이는 그대로 그것만 이야기한다면 ‘예술‘이란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차장에서 '도솔봉'을 바라보며 느낌만 담아내다가 버스를 타고 '땅끝마을'로 이동했다.    

땅끝마을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은 여느 번화한 항구마을의 모습이었지만 민박과 식당마다 땅끝이라는 글자를 박아내는 게 유행인 듯 모두를 자신들이 땅 끝에 몰려있음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조형물들마다 땅 끝에 있음을 자각시키고, 그 땅 끝이란 의미는 사람이 만들어 내고, 즐기는 것 같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 할아버지들 일행에 묻어 가게 됐는데 사진을 찍으시는 분께서 아까 그리는걸 봤다며 펜화로 건축물 그리는 화가를 안다며 그분이 아니냐고 하신다.. 그분은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그분과 친구분들의 매력에 같이 빠져든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곳이라며 세 친구분들을 모시고 오르자니 마치 내가 모 tv 프로그램의 젊은 짐꾼 같은 역할인  듯해서 재미있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조형물에 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전망대에도 올라가 보고, 바닷가로 나가 바닷바람도 맞으며 땅끝에서의 짧은 시간을 끝냈다.   

2015,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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