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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Nov 26. 2024

800년 장수동 은행나무 올해도 노란 파마머리를 힙하게

인천어린이대공원, 가을명소, 가을단풍, 어반스케치, 스케치, 동양화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운전을 해서 가면 더 빠를 줄 알았다.

 

거리상으로 30여분 남짓의 '인천 어린이 대공원'은 차로 갈 때 더 막힌다는 걸 몰랐다. 

'인천고속도로'를 지나 '장수 IC'로 빠지는데 거기서만 한 시간이 넘게 정차한다. 

분명 거기서부턴 걸어가는 게 두 배 더 빨랐을 만큼 거북이 운행을 하더니 IC를 빠져갈 때 보니 충돌 사고가 있어 한 차선이 막혀있다. 

그러니 시간이 두배로 늘어 막혔던 거다. 

하지만 나와서도 사정은 별반 차이 없다 대공원에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길이 길게 늘어서 있던 거다. 

몇 년 전 용문산에 1000년 은행나무를 보러 갔을 때 차가 막혀 장장 4시간 너머 걷던 기억이 떠오른다. 

딱 이때다. 

11월 첫째 주 은행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이때 그 거북이 운행을 감수하고 모두들 몰려가는 건 그 장수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기 위함인가? 

그 커다란  노목을 보고 그 수고로움에 격려하기 위함인가? 

단순히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함인가? 

스스로 질문하지만 끌림에는 이유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대공원길을 우아하게 걷는다. 

사람들 발걸이 여유롭다. 

가족과 함께든 연인과 함께든 혼자 왔든 어울리기 좋은 분위기의 공원이다. 

중앙 길을 조금 걷자니 금세 호수가 나온다. 호수 수변길을 따라 걷다 보니 가을공기가 살짝 중량감 있게 내려앉음을 느낀다. 

비가 올듯하면서도 안 올 것 같은 시원하고 따뜻한 날씨다. 

호수 중앙에 분수가 쏟아지며 공기를 흩트려 놓는다. 

중앙은 마치 수목원 같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 세월의 흔적이 남은 나무들을 따라가면 후문이 나오고 돌아서 작은 하천을 따라가면 노란 파마머리의 거대한 기구 풍선 같은 장수동 은행나무를 만나게 된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그 자리 그대로 있는데 주변풍경은 꾸준히 바뀐다. 

작년에 공사 중인 주변 경관이 완성되어 제법 알찬 공원느낌을 갖추었다. 

가 볼 수 없었던 뒷모습까지 보고 그리지 못했던 옆모습을 그려본다. 

사생대회 참가하는 고등학생들의 붓놀림이 싱싱하다. 

30여분 어둠이 내려앉아 잘 보이지 않지만 크로키하듯 느낌을 담아 본다. 

서둘러 사인을 하고 주변에 식당을 찾아다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던가 만두전골을 먹고 서둘러 귀갓길을 재촉한다.   















 2024,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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