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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02. 2016

어머니 품 같은 아름다운 그곳-경주, 첫째 날

분황사석탑,황룡사지구층목탑, 안압지, 한옥마을,동양화,한국화, 어반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어제까지 힘들었는데 그곳에 갈 생각을 하니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항상 어딘가를 여행하는 건 가봤던 곳이라도 언제나 새롭다. 4시간 30여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도심을 지나면서 커다란 언덕 같은 무덤들이 집과 집 사이에 있는 곳 그사이의 집들이 기와로 이뤄져 기품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도시 '경주'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그 아름다운 도시의 지도를 받아 들고 고등학교 때 가봤던 그곳과는 다른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지는 그곳에 발길을 디뎠다.

역 근처에 있는 '경주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천천히 걷다 보니 건물들 사이로 봉긋, 아름다운 녹색 언덕이 방긋 웃음 짓고 있다.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발걸음이 옮겨지고, 그 언덕으로 위장한 무덤들이 뒤로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할 때        

'아 여기가  진짜 경주가 맞구나'                                               

빠져들게 된다.

연둣빛 풀들로 융단이 깔려있고, 민들레 씨앗들이 날리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낼 때 토끼풀 더미들이 아기자기한 정감을 보태준다. 능에 기대어 누워있는 저 아저씨가 진정 휴식의 맛을 아는 사람 같았다.

한쪽에선 친구들끼리 피크닉 온 듯한 학생들이 싱그럽다. 무덤이 유원지 같은 분위기라니....

한참을 홀린 듯 무덤가를 맴돌다 한쪽을 보니 신라 고분 발굴 조사 중인 곳이 보인다. 아무래도 발굴이란 일이 조심스러운 일이다 보니 조심조심 시간을 두고 작업하는 것 같다.  한참을 바라보다 너무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숙소로 찾아간다.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워서 금방 찾아간다. 로비에 들어서니 이름을 확인해주고 갈만한 곳을 지도로 체크해 주신다~   



체크해 주신 첫 번째 곳은 국보 30호인'분황사 석탑'이 있는  분황사 부지, 걸어서 20여분 걸린 그곳에서  오랜만에 근 20여 년 만에 조우한 '분황사석탑'은 그때 그 색깔 그대로 어두운 감청색 벽돌로 만들어진 듯한  정감이 가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기분상 크기가 조금 줄어들은 듯했다. 한쪽에 아름답게 핀 목단은 왜 그림으로 그렇게 촌스러울 만큼 아름다웠는지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꽃이었다. 그림으론 그 아름다움을 살려내기 힘든 꽃이었다. 그 꽃과 어우러진 석탑을 그리려 스케치북을 펴자마자 우르르 몰려오는 학생들 미대 학생들인지 모두들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관심 많은 한 학생이 내 그림을 쳐다본다

'어디서 오셨어요?' 질문하니 볼빨간 얼굴로 대답한다

'과 엠티 왔어요'

스케치를 마치고 일어서서 둘러보니 모두들 그리느라 정신들이 없다.                              


두 번째 장소는 '황룡사지'..... 

'황룡사구층목탑'이 있던 거대한 공간이 절터였다고 하니 그 시절 불교가 얼마나 강성 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절터에는 남아있는 것들이란 기둥터를 이용해 짐작하게 하는 커다란 규모감, 그 공간에 솔거가 그렸다는  '금당벽화'도 있었다고 하니 허공에 그려지는 절건물에 그림들까지 오버랩된다.  

황룡사 마루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세 번째 장소 '국립경주박물관'

입구에서 무료로 주는 티켓에  의아해하며 들어선 곳은 특별전시관에서 하는'일본인들의 수집품'전, 그 물건들은 일본인 '오구라'를 비롯한 문화재 수탈에 앞장서던 일본인들이 소유했던 문화재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그곳을 지나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을 순서로 신라의 대표 이미지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신라 아름다움의 집약 공간이었다.

마지막에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성덕대왕 신종'을 보고 나온다. 






오분 정도  내려왔을까? 네 번째 장소 '반월성'에 도달한다. 반월성을 따라 걷다 보니 아름다운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꿈에서 봤을까? 그 아름다운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길들을....'

그 가운데'석빙고'가 석굴암의 다른 모습인 듯 냉기와 습기를 품고 있다. 아름다운 길이 막다른 길에 이르자 다시 되돌아 내려와 다섯 번째 '경주향교'와'경주교동최씨고택'에 이른다. '교촌 한옥마을'은 이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온기보단 관광객을 위한 마을이 되어버려 그다지 애정이 많이 가진 않지만 복원 중인 '월정교'의 모습과 '한옥마을'의 화려한 야경이 눈을 심심하게 하진 않았다. 

여섯일곱 번째로, 왔던 길을 조금 되돌아가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된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전해오는'계림숲'을 가로지른다. 계림숲을 지나자 멀리 조명에 아름다운 '첨성대'가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자리를 떠나지 않는 곳. 그 규모감은 비록 크지 않지만 상징적이며 독특한 디자인에 과학적인 신비감이 가득한 그 조형물은 신라의 대표 이미지이기도 하다.    



10여분 걸어 올라가 오늘의 여덟 번째 장소 '동궁과 월지'로 불리는'안압지'에 도달한다. 오늘 본 유적들 중에 유독 사람이 제일 많은 건 아름다운 야경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문무왕 때 세워진 건물은 밤 조명과 어울려 불타오르는 궁궐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그 조형물들을 바라보며 '이곳이 경주구나' 하는 마침표를 찍게 했다.

2016.04.29

https://brunch.co.kr/@269199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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