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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02. 2016

멀리 보고 싶다. 그래서 과거를 본다-경주, 둘째날

천마총, 고분, 주상절리, 해파랑길, 읍천항, 동양화, 한국화,어반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경주에서 두 번째 날이다

방에서 혼자 일어나 조용히 아침을 먹고 조심히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경주 게스트 하우스는 좋은 게스트하우스임이 맞지만 어색함도 존재하는 곳이었다.

친구가 올지도 몰라서  오전 시간은 시내 근방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서 어제 지나오기만 했던 '대릉원'에 들러서 어제 하지 못했던 스케치를 해보려고  그쪽 방향으로 걸었다.

아침 8시의 대릉원은 매표하시는 분과 참새만이 반겨주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왕릉이었다.

그 왕릉을 조용히 거닐다가 '천마총'이란 익숙한 이름이 있어서 그곳으로 발길을 움직인다.

천마총 내부에는 청소하시는 분이 즐겁게 청소를 하고 계셨고, 그분의 분위기가 전염되며 나도 즐거운 맘으로 실내를 둘러보게 된다.

그곳에서 나온 유물들의 복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름다운 금관과 천마도가 이곳에서 나온 것임에 유명해진 듯했다.

조용히 나와서 다른 릉들을 살펴본다.

릉의 역사적인 사실들보다는 감성적인 관점에서 보게 된다.

따뜻한 그 라인들은 마치 아기에게 먹이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닮았고, 어머니의 배를 닮았다.

그 사이에서 보이는 오래된 집들의 모습은 경주라는 공간을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고, 그 앞에 놓인 릉보다는 멀리 있는 오래된 집들에 초점이 맞춰진다.

멀리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과거를 본다.

그 아름다운 곳들에 빠져 들어 스케치를 한다.

역시나 아이들은 나의 그림을 좋아한다.

'화가다' 하는 함성도 빠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이 많아지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요즘 한복이 은근히 유행인 듯 고궁에서 자주 보이는 의상들이다.

릉이 여러개 겹쳐 보여서 아름다운 모습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있어서 그 자리에 서서 스케치를 한 장 더 하고 자리를 뜬다. 1시 50분에 있는 주상절리를 보러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혹시 친구가 시간을 맞춰 오게 되면 같이 가려고 미리 움직인다.

터미널로 가는 길을 잘못 찾아 '경주 중앙 시장'으로 가게 된다.

한참 모종을 많이 판다. 고추, 토마토, 참외, 수박등 등

철물점에는 호미와 곡괭이가 아직 유용하게 팔리고 있다.

경주의 건물들은 옛 영화를 누리던 신라 시절의 황룡사 9층 목탑보다 오히려 현재는 낮은 건물들밖에 없다.

시간을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영화를 팔아먹고사는 유럽인들처럼,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을 팔아먹고 사는 인도의 아그라처럼, 우리나라에서 과거를 팔아먹고 살 수 있는 유일한 공간 '경주'는 시간이 더디게 간다.



중앙시장을 구경하며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터미널로 가 내일 탈 버스를 예약한 후 주상 절리로 가는 150번 버스를 탄다.

150번 버스는 '분황사'를 거쳐 '보문 관광단지'를 거쳐 '경주 엑스포'를 거쳐 '감은사지 3층 석탑'을 지나 '문무대왕릉'을 경유해 '원자력 발전소'를 지나 '주상절리'가 있는 '읍천항'에 도착한다.

읍천항에는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바다를 누비고 있었다.

'주상절리'가 과거에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해파랑길'이라는 길이 정비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되는 것 같다.

파란 동해 바다는 역시나 깊고 아름다운 물의 색을 자랑한다.

그 아름다운 물이 원자력 발전소로 인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게 아쉬웠다.

낮시간은 벌써 여름이 된 듯 더운 기운이 가득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며 바닷가 길을 걷는다.

제주바다가 외국 바다가 부럽지 않은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나타난 주상절리의 모습은 제주에서 보았던 '주상절리'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오히려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에 눈이 즐거웠다.

'서 있는 모양의 주상절리' '  부채골 모양의 주상절리' '누워있는 주상절리'를  감상하고 나니 나타난 곳은 하서 항구 그곳에서 거닐다가 다시 돌아와 누워있는 주상절리를 보고 스케치를 한다.

바람이 장난 아니다.

종이를 사방으로 붙잡고 붓질이 몇 번 휘청이면서 그려낸 그림을 가지고 뿌듯함을 가지고 되돌아 오면서 사람이 드물어진 공간에는 파도 소리가 더욱 크게 메워진다.


항구를 산책하고 버스를 기다리다가 어둠으로 가득한 길을 늑대같이 달리는 버스를 타고 친구가 기다리는 경주 산타 게스트하우스로 달린다.

산타 게스트 하우스는 입구에서는 별로 였던 인상이 외국인 친구들의 환영 인사로 최고의 숙소로 느껴지게 했다.


2016.04.30

https://brunch.co.kr/@269199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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