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Jul 20. 2015

아버지와 함께 한 운길산 수종사

구름과 강이 머무는 그곳을 아버지와 함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운길산’은 나에게 산의 운치를 조금씩 느끼게 해 주었던 산이다.

그 산에는 ‘수종사’란 절이 있고 그 절에는 아름다운 뜰이 있는데 그 뜰에서 보는 남한강 북한강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이나 오래된 아름다운 흑백 사진 속에나 있을 법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 모습을 스케치 북에 담고 싶기도 했고, 오랜만에 아버지로부터 같이 산에 가자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해서 조금 손쉽게 갈 수 있는 그 산으로 아침 발걸음을 옮겼다.     


운길산역에서 '운길산'까지 가는 길은 시골을 느낄 수 있는 텃밭들과 꽃들과 열매들이 반겨주었다.

논의 벼도 소박하지만 반갑게 맞이해 주고, 산의 초입에서 아버지가 가져오신 김밥과 떡을 먹으며 아버지의 뻔한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들을 몇 번이고 격어본 나는 말 돌리기 신공으로 조금씩 논점을 벗어 나서 이야기를 무마하고 있었다.

    

산은 정말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산이다.

올라가는 길은 계곡 같은 골짜기 옆으로 올라가지만 골짜기에는 찬바람도 시원한 물줄기도 없었다.

간혹 내리는 빗방울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지만 아버지와의 대화 속에서 그런 무더위는 화제의 중심을 벗어나 있었다. 그간 있었던 아버지의 최근 이야기를 쏟아 놓는데 그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궁금한 것들이었다. 그 이야기들을 하면서 조금씩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되고, 존경하게 된다.    


짧은 가는 길에 세 번을 쉬며 부자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고, 수종사에 다다러 차가운 물을 한 한 후에 '수종사' 앞뜰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한마디 하셨다.    


“서울 근방에도 이런 풍경이 있네“     


나는 마치 처음 와본 듯이 대답했다.    


“그러게요”     


그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기 위해 아버지께 30분을 양해했고, 아버지는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밑에서 산 자락을 바라보며 나를 기다리셨다.

내려가는 길은 아버지의 저녁 스케줄 때문에 조금 서둘러 포장길을 이용해 내려왔다.

산에서 굽이 굽이 내려오며 강이 보이니 눈이 시원했다.    


아버지의 추천으로 같이 '청량리 시장'으로 가서 갈비탕을 먹고, 냉면까지 먹고, 내가 사려 했으나

“까불고 있어“란 이야기로 사드리지도 못하고, 아버지의 머리카락 자르고 염색하는 일정을 사수하기 위해 보내드리고, 청량리 청과물 시장의 사람 사는 냄새를 한껏 묻히고 돌아왔다.

보너스로 반대로 탄 420번 버스를 통해 지금은 없어진 어린시절 뛰놀던 '답십리 극장'을 지나 세월의 속도감을 느끼다 왔다.        


2015,7,20




매거진의 이전글 강화 능묘 가는 길-나들길 3코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