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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20. 2016

황학동 벼룩시장 그리고 동대문 따라 낙산공원과 광장시장

나만의 도시 산책길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일요일, 산보다 바다보다 '도시'를 걷고 싶었다.

신당동 ‘중앙시장’을 시작으로 도시의 시장을 거닐고 싶었다.

시장은 그 생명력을 나에게 전염시켜 나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에 나는 시장을 산책하는 게 좋다.

‘중앙시장‘은 커다란 돔을 설치하고 규모감이 상당히 커졌다.

앞쪽에는 등을 설치하며 커다란 시장임을 과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주말 한낮이어서인지 사람들은 많이 붐비지 않았다. 

중앙 시장을 가로질러 가니 ‘주방기구들을 파는 주방시장’이 나온다. 스테인리스로 된 싱크대며 그릇들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져 있다. 주말이라 몇몇 가게만 문을 열었다.        

그 가게들을 가로질러가니 '황학동 곱창 타운'이 나온다. 곱창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 아이와 아빠가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먹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혼자 먹기에는 무리가 있다. 곱창은.... 

‘황학동 시장’으로 건너가니 그곳에는 음식물을 파는 공간과 옷과 신발을 파는 공간, 가전제품을 파는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음식물을 파는 공간이 제일 붐비었다. 

외국에서 수입된 음식들중 유통기한이 가까운 제품을 헐값에 팔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많이 사가는 것 같았다. 

동묘 공원 앞 항상 옷을 근으로 파는 그 공간은 옷을 고르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마치 옷산에서 산삼을 찾는 심마니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옷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예전에 잘 보이지 않던 20~30대 초 젊은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진 듯하다.

요즘 한참 핸드폰 충전기 라인이 잘 연결되지 않아서 라인을 사는데 한 개 2000원 두 개 3000원이라 언젠가 또 필요할 듯해서 두 개를 산다.

두 개를 사고 나서 학원에 전구 등이 나간 게 생각이 나서 led 60w 전구를 3000원에 득템 한다.

이것저것 사고 나서 애완동물 파는 시장이 보인다.    



‘애완동물 파는 시장‘에는 무언가 많은 변화가 온듯하다.

전에는 물고기가 제일 많은 수요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앵무새와 거북이 그리고 닭과 사막 다람쥐 같은 종류의 다양한 애완동물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어느 집에 가서 어떻게 살지 궁금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골목으로 넘어가 ‘창신동 완구시장‘으로 넘어간다.

시간이 조금 늦어 가게들은 반이상이 문을 닫고 몇몇 가게만 문을 열었다.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게 아깝지 않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완구시장은 불황이 없어 보인다. 실제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완구시장에서 나와 ‘창신동 골목시장’으로 넘어간다. 거기에는 제일 유명한 곳이 불족발인 듯 제일 바쁘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맛있게 구워지는 벌건 돼지의 조각들이 맛있는 시각을 자극한다.    


골목시장을 돌아나오니 동대문이 보이고 성곽이 이어져 보인다.

학창 시절 자주 스케치하고 사진을 찍던 그 공간을 한참은 못 갔었는데 오늘은 가볼 수 있을 듯해서 용기를 내어 올라간다.

젊은 연인들이 성 주변을 서성인다. 

성을 의자 삼아 성을 마루 삼아 하늘을 지붕 삼아 풍경을 정원삼아 앉아 있는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다. 

조금만 올라가도 아름다운 서울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그곳은 나만이 알고 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젊은 연인들이 손잡고 오는 아름다운 산책 공간으로 바뀌었구나 싶으니 아쉽기도 반갑기도 하다.

'낙산공원'에서 해가 저무는걸 한참 바라보다가 한 바퀴 돌고 올라오던 길에 있던 이화동 벽화마을로 이동한다.    

‘이화동 벽화마을‘로 가는 길은 인도 아그라에서 봤던 옥상 카페들의 모습처럼 집들을 개조해서 옥상을 잘 활용한 카페와 술집들이 몇몇 생겨나고 있었다.

운치 있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유지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벽화는 초입에서부터 하나 둘 그려져 있는데 얼마 전 계단에 있는 그림을 지우면서 동내 주민들과의 문제가 불거졌었는데 그 일로 벽화마을로 지정된 것이 불만인 주민들의 항의성 문구가 벽에 적혀 있었고, 그걸 보면서 벽화 마을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벽화 마을을 걸어 내려오며 구멍가게에서 더위사냥을 하나 꺼내 먹는다.

제주에서 힘들게 걷다가 먹었던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먹는데 제주의 맛이 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곳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많이 변해 가는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니

새삼 내 도시가 낯설다.    

길 건너 문이 닫혀있는 ‘충신시장’을 거쳐 ‘화훼시장’을 지나 ‘광장시장‘으로 향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기로 소문난 그곳에 불빛과 사람들이 늦은 시간에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태국이나 홍콩 같은 외국에 나가면 야시장이 늦게까지 열려 있어 밤을 잊은 여행객의 맘을 달래 주곤 했는데

여기 광장시장에서 사람들을 달래 주는 먹거리들이 유난히 맛있어 보인다.

‘세운상가‘를 따라 올라가니 적막이 흐른다. 도심에는 번화한 곳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적막한 곳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적막함을 자르며 나아가니 ’ 충무로’ 가 나오고 명동 방향으로 길을 걷다가 남산으로 오른다.

저 산을 넘어 익숙한 나의 공간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days are numbers’ 가 머릿속에 흐른다.        

                

201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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