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Jun 27. 2016

대림 차이나 타운에서 가리봉동 중국시장까지.....

대림, 신대방, 대림천, 구로디지털단지, 가리봉, 남구로, 가산디지털단지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일요일 오전의 하늘은 오랜만에 무척 파랗고, 날씨는 쾌청했다.  

그런 날씨를 놓칠 수 없어서 조금은 늦은 점심을 먹고 카메라와 그림 도구를 들고, 조금은 익숙하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공간인 서울의 차이나 타운으로 중국인 밀집지역인 '대림'으로 향했다.     



그곳은 내가 전에 가본 곳이었지만 갈 때마다 중국 동포들의 부지런한 발걸음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눈들이 짓궂어 보이는 흥미로운 곳이었다.

먹거리는 중국식 음식들로 가득 차 있고 상점들의 알 듯 모를듯한 중국문자로 가득 차있는 대림시장의 초입은 전보다 조금 정리가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차이나 타운이라 곳은 인천에 있는 곳이 제일 유명하지만 그곳은 이름뿐인 차이나타운인 듯 보이고 외국인이 제일 북적이는 '원곡동'과 '대림동'과 '가리봉동'이 실질적인 차이나타운이라 여겨진다.

여하튼 그 중심에 있는 '대림동 시장'을 가로질러 그들이 살고 있는 그곳으로 조용히 지나친다.

벽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니 밀입국한 중국인도 자진 신고해서 다시 입국하면 허가를 해준다는 글이 적혀 있던데 이게 인구 절벽으로 급속히 줄어든 대한민국의 또 다른 대비책중 하나 일진 몰라도

다급해진 나라의 현재 상황을 보게 된다.

그런 문구들 그리고, 수도, 전기, 양계장 학원에 대한 전단을 보며

‘첨밀밀‘이란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걷다 보니 친구가 살던 ‘신대방’까지 오게 된다.

'신대방'은 조금은 조용한 중국사람들의 근거지들이고, 이제 여기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조금은 한가로이 '도림천'을 따라 걷다가 물가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 생각 외로 깨끗한 강물을 바라보며, 그리고 신대방 고가도로를 올려다보며 문득 그림이 그리고 싶어 졌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살짝 옆에 길에서 고가를 쳐다보며 해를 마주하며 먹을 풀어낸다.

그런 공간이 도시적이면서도 서울의 대표 이미지 같지 않은 낯선 공간이어서 나름 재미있다.

비둘기들이 그림을 그리는 옆에서 눈이 빨갛도록 쳐다보다 이야기를 나누다 날아간다.    

그림이 정리되고 다시 '도림천'을 따라 걷는다.

조금 어두워지는 지하 같은 공간을 지나니 빛이 보이고, 역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여 올라가니 '구로역'이다.



'구로역'에서 지도를 보니 '구로디지털 단지'를 넓게 지나면, '가산 디지털 단지'가 나오고 그 옆이 '가리봉동'이다.

이름도 촌스런 ‘가리봉동‘

비 오는 오 년 전쯤 '가리봉동'에 갔다가 중국의 한쪽 공간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해서 그들의 공간에서 위로를 받았던 그곳이 그리워 다시 찾고 싶어 오늘의 이 길로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아주 깨끗한 도화지 앞에서 주저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 도화지를 채우기 앞서 이 깨끗함을 채워야 하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때가 묻고, 한쪽에 모티브가 될만한 무언가가 있는 경우엔 거침이 없다.

무언가 만들 씨앗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새하얀 도화지보단 조금은 때가 타고 한쪽에 낙서도 되어 있는 그런 도화지가 나를 표현하는데 편한가 보다.

여하튼 그 길을 걸으며 나는 과거 그 길보다 축소되어 있어 보임을 느낀다.

처음 갔던 길은 상당히 넓고 멀어 보이지만 가봤던 길은 거리가 짧게 느껴지는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가리봉동은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언덕배기 남구로역 근처 오래된 아파트는 흔적도 없이 신축 건물들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알 듯 모를 듯 세상은 오늘도 내일도 변해 가는구나

나도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변했듯이....            



남구로 사거리 코너에 여전히 그대로 있는 마트에서 살구를 산다.

벌써 살구가 탐스럽게 나오는 계절이다.

100g에 500원, 문구로 알 수 없어 내가 먹고 싶은 갯수대로 담는다.

다섯 개를 담아 무개를 낸 뒤 저녁노을이 지는 언덕배기를 내려와 '가산 디지털 단지'로 자리를 옮긴다.

역전까지 오니 '가산 디지털단지역'은 마치 일본 신주쿠 역의 선술집 거리처럼 역의 일부가 상점이 되어있다.

외국인은 이 모습을 또 한국의 가산디지털단지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 꺼고, 그 사람은 비슷한 공간을 또 한국의 가산디지털단지의 모습으로 연상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그 역전은 마치 역과 상점이 함께 붙어 있어, 역전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난간 너머로 보이고, 그 뒤로 고래 같은 건물들이 늘어져 있지.....”    


그 이야기 너머로 사람들의 기억의 기준은 다들 다르겠구나.

나의 기준이 신주쿠 역이었듯이...

나의 인생의 기준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렇게 삶은 천천히 기준은 없애는 일인가 보다.  

          

2016.06.26      


매거진의 이전글 황학동 벼룩시장 그리고 동대문 따라 낙산공원과 광장시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