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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l 01. 2016

문래예술공단에서 영등포까지

문래동, 문래역, 영등포, 공장지대, 문래, 동양화, 한국화, 어반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문래동은 공단이다.

선반, 프레스, 사출, 성형 등 공업 시간에 배웠던 것들이 실시간으로 실시되고 있는 몇몇 라인만 연결하면 폭탄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영세 공업 상가의 집합지다.

그런 공간이 미술을 작업하는 이들에게 조금씩 허용되기 시작하는 그래서 주변 카페와 식당가까지 공생하는

이제 조금은 예술과 공업이 조화롭게 유지되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얼마 전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서 기존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카페가 생기는 것에 대해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기에 부정적으로 생각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카페가 생기고 공연장이 생기고 전시장이 생기면 기존의 공간들과 상생하지 못하고 임대료 상승으로 5년을 버티지 못하고 공간이 변질되고 마는가?

홍대 앞이 그랬고, 성수동이 그랬다.

그런 부분을 볼 때면 인간의 공간의 가치에 있어 절대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공간이 주는 즐거움은 공간이 모습을 형식을 다 갖추기 전인 것 같다.

삼청동이 그랬다.

한참 정독도서관에 다닐 때 삼청동으로 넘어가는 길은 방앗간이 있는 그냥 작은 주택가의 골목길이었다.

그 골목길로 인사동 사람들이 유입되더니 급기야는 그 길이 마치 인사동 길처럼 상점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현재의 번화가 분위기를 내는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공간 역시 절대적이진 않으리라 본다.

사람들의 흐름에 대한 문제는 강물의 샛강 같아서 이쪽으로 길을 텄다가도 범람하면서 다른 쪽의 길도 생기기 시작하고 그 길이 더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더욱 힘찬 길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 문래동 예술문화길은 초여름의 정취를 이렇게 느끼게 해 주고 있었고, 사진을 찍으며 어쩌다 올라선 건물 옥상에서 지방 어느 도시의 텃밭보다 아기자기하고 잘 만들어진 옥상농장을 보게 되었다.

그 옥상의 작물들에 감탄하다가 다시 더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발견하고 그 옥상의 옥상에 올라서서 문래동을 한눈에 조망한다. 여기는 내가 살지 못했던 또 다른 공간의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곳이다.

이 재미난 공간에 경의를 표하며 스케치북을 꺼낸다.

젊은이들이 보이지는 않고, 중년의 땀냄새 가득한 이 공간에서 어른들은 삶의 한 울타리를 이어가기 위해 반세기의 시간을 이 공간 공간에 바쳤을 것이다.

그 공간들을 그려내며 그래도 이만큼 시야가 보이는 날이라 날씨에 감사하며 한 시간여를 달콤하게 그리고 도시락도 먹고 내려왔다.    



'문래동'은 시간이 존재하는 곳이다.

내게 '접시꽃'의 이름을 가르쳐준 식당 앞 아저씨의 말을 빌리자면 여기 문래동은 집주인들이 워낙 많아서 의견들이 맞춰지지 않아 제일 낙후되었다고 하시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면서 또 추가할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분들은 서울 이 복판에서 나가면서 이만한 공간을 찾기 힘들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공간이 더 이상 찾아지지 않았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공단의 사이에 만들어진 카페나 바를 바라보며 영국의 넓은 공단에 자리했던 미술공간과 중국이 무기공장지대를 아시아 미술 공장으로 탈바꿈시킨 것처럼 우리의 미술 대안 공간은 문래동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공간은 그 쓰임이 하나에 한정되지 않으므로 무언가가 오고 나면 다음에 무언가가 오게 마련이다. 꼭 고집할 필요는 없다.

공장지대를 걷는다.            


문래 1동, 문래 2동, 문래 3동

대체로 대체공간은 1동에 자리 잡는다.

공장지대 한가운데 덜컥 자리 잡은 '비닐하우스'라는 술집도 재미있거니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전지적 관점에서 나는 공간이 재미있어진다.

돌아 돌아서 '문래역'으로 걸어가며 이 공간의 쓸모는 어쩌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 온 공간이라 생각했는데 과거에 약속 장소로 가면서 지나쳤던 공간이다.

어쩌면 우리는 항상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움을 찾지만 그 또한 나도 모르게 지나쳤던 공간일 수도 있겠다 싶다.

새로운 공간은 공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바라보는 주체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머리속 생각이 다시금 되새김질된다.           


영등포 방향으로 걷는다. 신도림을 갈 수도 있는데 영등포가 더 걷고 싶다.

청과물을 파는 가게들을 지나쳐 거대한 공룡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는 공룡 같은 상점 이마트에 들러 몇 가지를 산 후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검색한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 되돌아 가는 이 길은 또 어떤 용도로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20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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